지배당한 몸

by Hee언니

애 셋을 근육과 맞바꿨다. 그나마 달려있던 근육들은 출산과 함께 배출 됐다.


첫째를 임신하면서 요가와 필라테스 강사를 그만뒀다. 그러다 둘째가 태어났고, 그땐 나름 요가와 필라테스를 틈틈이 했다. 코로나와 함께 셋째가 찾아왔고, 앞자리가 바뀌기 직전 38살에 또 한 번의 출산을 해냈다.


셋째를 낳고는 회복이 더딘 게 확실히 느껴졌다. 애 셋의 엄마는 내 몸뚱이는 고사하고 정신 하나도 온전히 돌보기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발가락 끝까지 내려오는 다크서클, 점점 갈라지며 커져가는 목소리까지. 어느 하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들이 없다.


딱 이래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으니 홈트를 해볼까. 역시나 집에서는 운동을 할 수가 없다. 대충 장난감을 발로 슥슥 치우고 매트라도 깔면 다행. 아이들은 매트를 까는 순간 점령한다. 애들이 없을 땐 또 왜 하기가 싫은 걸까. 자꾸 유혹하는 소파를 지친 품에 끌어안아줘야 한다. 집안일은 또 어떤가. 여기저기 해야 하는 사소한 일들이 줄 지어 자신들도 어루만져 달라 기다리고 있다. 어째 저째 모든 것을 뒤로하고 매트 위에 올라선다.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 한다고 한다.


하하하. 운동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이천삼백육십오 개 정도 될 것 같다.


복직근이개는 아직도 회복이 안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내 몸뚱이는 온전치 못하리. 백세시대에 내 의지대로 걸어 다니며 건강히 지내려면 운동은 필수이다. 그리하여 달려간 필라테스와 요가. 작년에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이 그대로 계셔서 어찌나 반갑던지.


강사 시절, 회원들이 동작을 힘들어하면 속으로 왜 저걸 못할까 라는 생각을 하며 바라볼 때가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그렇습니다.)


이 정도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애 셋 아줌마가 된 이후 불가능으로 변신했다. 자꾸 웃음이 난다.


롤업을 하라고 했는데, 고개만 까딱거리고 있다.

(Roll-up : 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들어서 척추를 차례대로 일으켜서 앉는 동작. 발 안 잡고 윗몸일으키기를 스스로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흡흡흡. 배에 힘을 줘보지만 그 사이 머리가 더 커진 것 같은 느낌만 들뿐. 목 운동인 건가.


지쳐버린 몸뚱이에 자괴감이 들었다. 흡흡흡. 포기다. 머리로만 움직이는 몸, 언제 이렇게 지배당한 걸까. 이 핑계 저 핑계를 둘러대며 내팽개쳐버린 몸이 꼴좋다며 읍소하고 있다.


언제쯤 내 의지대로 몸을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Photo by pixabay

드라마 추노



keyword
이전 11화하늘 아래 같은 출산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