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과 개기름

by Hee언니

엄마 왜 여기 기름이 있어?


아침 일찍 일어난 둘째가 소파에 함께 누워 사랑스럽게 내 볼을 쓰다듬으며 묻는다.

개기름이다.

나이가 드니 사막 같던 악건성 피부도 아침에 일어나면 기름이 낀다.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가 난다.

어쩔 수 없는 나이의 흔적들이 40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수수 달려든다.



족집게로 가능하던 흰머리는 혼자 뽑으려니 두 눈을 치켜들고 거울을 노려봐야 한다. 주름만 더 늘리는 꼴이겠다. 이마 바로 위에 꽃꽂이 서 있는 더듬이 하나는 참으로 거슬리는 나이테이다.

애들한테 1개에 10원 알바 자리라도 만들어줄랬더니, 족집게를 못 쓴다. 남편에게 얘기하자니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개를 돌리면 기미. 선크림을 보이는 데만 발랐냐며 무수히 묻는 앨비스 프레슬리 구레나룻만큼 넓은 기미가 거슬린다.

이거 하나 없애보겠다고 생전 처음 피부과 10회 관리권을 끊었었지. 애 낳느라 못한 피부관리는 언제쯤 시간, 돈 상관없이 갈 수 있지?


피부과에서 서비스로 놔준 보톡스가 다 사라졌나 보다. 평소 웃지 않는 사람처럼 미간은 푹 파였다. 이마엔 갈매기들이 날아오른다.

신랑은 맞은지도 모르는 보톡스의 힘을 다시 빌려야 하나.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감독은 마흔이 된 여배우 여정에게 조금의 노력하는 모습을 요구한다. 너무나 원하던 배역을 위해 굳은 다짐을 하고 병원을 갔다.

그냥 나답게 살래.



그녀는 쿨하게 웃으며 시술을 하지 않았다.


여배우도 쿨하게 시술을 거부하며 받아들이는 마흔.

나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할 불혹의 나이, 마흔.

나이 듦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냥 나답게 늙어보기로 했다.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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