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행사>를 뒤늦게 정주행 했다. 10회 제목은 <계산서는 반드시 청구된다.>는 의미 심장한 말로 시작된다. 주인공 고상무는 정신과 약을 먹는다. 친구인 의사가 술을 마시고 약을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성공하고 기분이 좋았던지 술을 마셨다. 습관적으로 약도 먹었다. 이제 겨우 성공했구나 안도했을 때, 삶의 계산서가 도착했다.아파트에 파자마차림으로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사회생활의 힘든 마음을 약에 의지해 이어가다가 부작용이라는 계산서를 받았다.
어제 셋째가 같이 놀자고 소리쳤다.
"드러줘. 이케 드러줘. 슝 슝 이르케."
"이렇게 들어달라고?"
그를 번쩍 안았다. 좋아한다.
까르르 웃음소리에 신이 나서 팔을 훅 떨어뜨리며 허벅지를 굽혔다. 더 좋아한다.
내친김에 스쾃을 몇 번 해줬다. 덩덕궁덕 덩기덕 쿵 더러러러. 웃음소리에 추임새도 넣으며 장단을 맞췄다.
더는 안 되겠다 힘들다며 아이를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었다.잊고 있었다. 30개월 16kg 상위 1프로의 체격.
그랬으면 안 되는 거였다.
자고 일어나니 무릎이 아파온다. 계산서가 청구됐다.
무릎은 소중합니다.
비 오기 이틀 전에는 항상 무릎이 시리다.
일종의 직업병이랄까. 한국무용은 연풍대라는 동작이 있다. 두발을 모아 뛰어서 한쪽 무릎을 접어 바닥으로 앉는다. 바닥에 닿은 무릎은 온전히 바닥의 충격을 흡수한다. 반대쪽 무릎은 무게 중심이 실린다. 유난히 무릎에 무리가 가는 동작들이 많다. 무릎이 온전할 리가 없다. 그렇게 수년을 써오던 무릎의 계산서는 비만 오면 쑤시는 통증이었다.
출산과 육아는 또 어떤가.
출산을 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호르몬의 변화로 살이 찌고 아이를 위해 영양분을 축적한다. 배고파서 먹고 아기 위해 먹고 그렇게 30kg의 살이 무릎으로 쏟아졌다. 늘어난 무게만큼 무릎은 아팠다.
아이가 태어나면 또 다른 시련이 존재한다. 이번엔 내 살이 아니라 남의 몸을 이고 져야 한다. 첫째는 예민해서 매일 안았다. 둘째는 첫째와 함께 업고 안았다. 셋째는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워서 더 안아줬다. 무릎은 너덜너덜해졌다. 빠지직 소리가 예사롭지 않아 병원엘 갔더니 의사는 할머니들에게 잘 듣는 퇴행성 관절염 약을 처방해 줬다. 좀 괜찮아지면 운동을 해보라고도 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운동.
이제는 내 몸도 챙겨야겠다며 요가와 필라테스를 했다. 그새 운동 좀 한답시고 아이의 웃음소리에 방심했다. 아이의 추임새에 신이 나서 괜찮다고 자만했던 일들이 계산서로 날아온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는 하지 않으리. 다년간의 적자를 무릎으로 받아냈지만, 세 아이들 웃음 매출이 상승 중이니 희망이 있다. 웃음만큼 더 큰 보상이 있을까.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으니 훗날 건강한 계산서가날아들 날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