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브런치 결산

by Hee언니

식상한 문장으로 시작해 본다.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났다니!"


아. 식상하다. 식상하지만 상반기 결산도 해봐야겠다. 철두철미한 계획과 목표를 두지 않는 성격이지만, 항상 큰 그림은 마음에 품고 있다.


아쉽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항상 그리던 세계평화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항상 꿈꾸던 사랑 하며 살기는 실천 중인 것 같다.

작년 연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브런치에 글 100편을 쓰는 걸 해보기로 했다. 매주 수요일 발행을 약속으로 정했더니, 일주일에 한 번 벼락치기라도 꾸역꾸역 써 내려갔다. 조회수가 터지거나 에디터 픽을 당하거나 구독자가 늘어가면 신이 나서 1일 1 글도 쓰고 닥치는 대로 써 내려갔다. 민망함 따윈 없이.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글을 썼더니 어느새 100편이 됐다.


글쓰기를 했더니 이런저런 소소한 기쁨들이 따라왔다.

브런치북이 3개나 생겼다. 나만 봐도 된다는 생각을 하며 브런치 북을었다. 엉성하고 우스꽝스러워도 마치 고전 초판본 같은 애정이 깃든 아이들이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게 해 준 인도네시아 개고생기 [외국인 노동자의 넋두리]를 쓰면서 돈 없고 서러웠던 그 시절을 치유했다. 아직도 써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기에 다시 한번 고통을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면, 써 내려가 볼 참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jakarta2010




[힙하지가 않아.]는 조회수를 한껏 끌어올려줬던 생명의 은인 같은 존재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고 여기저기 조회수가 빵빵 터지는 걸 볼 때마다 솔직히 속이 좀 쓰렸다. 난 왜 다음이 알아주지 않는 거냐며 노처녀 시절의 한을 끌어올려 글에 녹였다. 하늘도 아셨는지 조회수를 내려주셨다. 명절 언저리의 결혼은 했냐는 잔소리를 듣는 동지들의 소리 없는 성원에 힘입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혼도 비혼도 이혼도 안 한 시대의 역행자는 힙하게 살고 싶다. 아들 셋 다둥이네 아줌마가 힙해지는 그날이 올는지는 모르겠지만.


https://brunch.co.kr/brunchbook/hip2023




[ㅋㅋㅋ]는 정말 웃자고 만든 이야기이다. 이주윤 작가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를 읽고 웃기는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발견했다. 평소에 없던 재미없는 인간의 개그 본능을 자극했다. 개그는 호불호가 강하기에 이게 뭐가 웃기냐 하면 할 말은 없다. 평소에 잘 웃는데 왜 웃는지도 모르고 웃는 때가 많다. 웃음에 익숙한 것이다. 글 쓰는 동안 웃음을 지으며 자판을 두드렸다. 아무 생각 없이 웃다 보니 웃게 되는 일이 생기는 마법을 함께 하고 싶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ahahohohihi








글로 돈도 벌었다. 그로로 팟 플랫폼에서 픽과 공감으로 치킨값을 벌었고, 헤드라잇 플랫폼에서는 출금도 안 되는 소박한 액수지만 돈이 쌓이고 있다. 씨앗을 뿌리는 중이다. 이 씨앗이 얼마나 큰 나무로 성장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릴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Age20's의 제안으로 에세이도 한편 썼다.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이 아닌 내 이름을 걸고 어딘가에 글을 공표한다는 짜릿함이 아직도 남아있다. 특정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 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압박이 있고, 기한을 맞춰야 한다는 긴장도 있었다. 글을 수정하는 동안 브런치북 1위 작가 조니워커 님의 글이 올라와서 바짝 졸았다. 하필 순서가 유명한 사람 뒤라 비교되고 이상하다고 잘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도 해봤다. 비교는 역시 사람을 피 말리게 했지만, 다행히 글은 올라왔고, 조니워커님과 나란히 있는 모습에 왠지 모를 뭉클함이 피어났다.


https://m.age20s.co.kr/article/%EB%82%98%EB%A5%BC-%EC%82%AC%EB%9E%91%ED%95%98%EB%8A%94-%EB%82%98%EC%97%90%EA%B2%8C/5/31892/?fbclid=PAAabz76VCtjN42qEDZpX1IIQmli5fJ5IcFr8R-dSGSNivyDkMriJwQlUtUa0









[오늘의 작가]라는 엄청난 일도 일어났다. 상상도 못 했던 일. 기준은 모르겠지만 욕바지도 준비되어 있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래오래오래오래오래오래오래오래오래오래오래 오늘의 작가에 얼굴이 뜨면 좋겠다.


구독자님들 사사 사랑합니다. 모두들 덕분입니다.




상반기는 글쓰기로 나를 구했다. 조만간 세계평화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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