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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Apr 25. 2024

고객님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 도시락

유치원 알리미 알람이 띵동 울렸다. 며칠 뒤 봄 소풍을 간다는 안내였다. 다른 건 다 유치원에서 준비를 한다 하니 걱정이 없고, 내가 준비할 건 오직 도시락 하나뿐이다. 근데 이 도시락 한 개가 몹시 신경 쓰인다.


작년에 히트였던 멜멜한 피카추 도시락이 생각난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예전 글 첨부합니다.)


https://brunch.co.kr/@sunstory/146



우선 당일 도시락을 먹을 고객님, 셋째에게 물었다.


"3호야. 소풍 갈 때 도시락 싸가야 하는데, 김밥이 좋아? 유부초밥이 좋아?"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유부. 유부. 유부.


"유부초밥!"


앗싸. 소풍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지 않아도 된다. 우리 셋째는 효자임이 틀림없다. ○○ 유부초밥을 슈퍼에서 샀다. 간식거리로 과자와 과일도 준비했다.


양심상 소풍 당일 새벽, 김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으로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도시락 통 하나에는 유부초밥, 하나에는 과자(물론, 3호가 선택한 고래밥), 하나에는 참외와 방울토마토를 채웠다. 다 싸놓고 보니 등산 가는 중년 아저씨의 도시락 같다. 뭐 어때. 고객이 만족하면 그만이지.


아이는 도시락 통을 넣은 가방이 왜 이렇게 무겁냐며 몇 번이나 이야기한다. 흐뭇한 미소와 함께 가방을 둘러맸다. 엄마와 아이가 모두 만족하는 소풍을 떠났다.



유치원 소풍 도시락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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