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ㅋㅋㅋ 0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독성 Jan 21. 2023

글로벌 전문가의 퇴출

오랜만에 나가본 종로. 

글쓰기 모임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수다 타임을 가졌다. 오랜만에 마음 맞는 여자 어른들과의 대화에 흥분 상태, 모임이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기가 아쉬워 교보문고로 향했다. 책 쇼핑에 신이 나서 흥분이 도통 가라앉지를 않는다. 시내에 처음 나와 본 사람인양 두리번거리며 가라앉지 않는 흥을 자제시키며 버스를 타려 걸었다.


횡단보도에서 멍하니 신호를 기다리는 사이 누군가 다가온다.

여자 2명, 혹시 도를 아십니까?

만만하고 어리바리 한 얼굴 상인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걸어가다 보면 항상 그분들이 말을 건다.








다행히 오늘은 아니다.

중년 여성 외국인 2명.

길 물어보기 딱 좋은 관상의 소유자에게는 국내, 해외, 외국인 할 것 없이 누구나 길을 헤매다 눈 한번 마주치면 여기가 어디냐며 물어본다.


오늘도 왔구나. 잘 찾아오셨습니다.



핸드폰에 캡처된 흐릿한 녹차 티백 사진을 보여준다. 어느 나라 분들인지는 모르겠으나, 만국 공통의 언어 바디랭귀지와 마트란 말만으로 이걸 찾아주시오 한다. 척하면 척이지 제가 또 바디랭귀지 전문 아닙니까. 종로 한복판에 마트는 없는 것 같고, 건너편에 편의점이 보였다.


바디랭귀지엔 바디랭귀지로 답하는 게 인지상정.

손가락으로 건너편의 간판을 가리키며 간단히 한마디 해본다. 


"CU CU"


이 정도 설명이면 척하면 척, 오랜만의 실적에 어깨를 으쓱여 본다.

신호가 바뀌고 한 발짝 내딛으며 같이 가자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들도 뒤로 돌아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 CU를 가리켰는데 저 see you로 알아들으셨나요.

제가 믿음을 못 드렸나요.

제가 믿을 만한 관상이 아니더이까.



아, 씁쓸하다.

녹차는 샀을까. 걱정하는 이 마음이 더 싫다.

만만해 보여 말은 걸었지만, 믿을 수는 없었던 것인가.

100프로 신뢰를 자랑하는 글로벌 길 전문가 관상의 이력에 금이 갔다.



Photo by pixabay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