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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갈기 좋은날 Sep 24. 2021

동심이 파괴된 어른들의 놀이터

- <오징어 게임> 과 놀이하는 인간

노는 게 제일 좋은 아이들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의 이해

 

    배우 이정재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순위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미국 인기 작품 1위, 월드 랭킹 TV쇼 부문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오징어게임>은 어렸을 때 놀았던 게임들이 서바이벌이 되어 죽음과 직결되는 공포를 이끌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자들은 그 희열을 만끽한다. <오징어 게임>속 게임이 펼쳐지는 플레이 그라운드는 거대한 콜로세움이다.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전 세계 VIP들이 플레이어들의 사투를 지켜보는 모습은 로마의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의 경기관전을 연상시킨다. 인간의 놀이에 대한 극강의 욕망을 점철시켜 <오징어 게임>속에 투영시켰다. 그리고 그 것은 전 세계 시청자들의 시간을 점령했다. 비록 <오징어 게임>은 인간의 놀이에 대한 욕망을 성인 대상 콘텐츠로 잔혹하게 거침없이 표출해내었지만 덕분에 놀이에 대한 인간 본성의 확인은 가능했다고 본다. 

    이렇듯 인간의 기본 본성임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아이와 관련해서 제일 어려워하는 것이 같이 놀아주는 것인데, 동심을 잃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제일 근본적으로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으로 탑재된 무한동력때문이다. 한 예로 키즈카페에 잠들어있는 자신의 딸을 보고 지나가는 아저씨가 “저렇게 재우면 안 되는데, 이따 집에 가서 감당 안 될 텐데...”라고 했다는 말이나, 차 안에서 잠깐 잠들었다 깨면 언제 잤냐는 듯이 집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면 태양열로 움직이나 싶을 정도다. 밤에는 잠이라도 자니 말이다. 

     사람은 인류학적으로 놀이하는 인간이라고 본 연구가 있다. 놀이하는 인간이라 함은 노동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표현보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논다는 것은 몰입하기 쉽다는 뜻이고 그렇기 때문에 놀면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모토로 교육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체험하기와 놀이가 빠진 교육콘텐츠는 생각할 수 없다. 아이들의 창의력 증진에 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점인데,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기술의 두 번째 기능을 놀이 기술로서 기술을 언급했다. 두 번째 기술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인간에게 기술이 처음에는 예술과 같은 개념으로 시작되었으나 자연을 정복하기 위한 기술과 자연과 인간을 재현하려던 예술의 두 영역으로 분리되어 발전해다가 영화라는 장르를 만나면서 결합되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인간에게 시각적 환영을 제공하는 놀이의 대상이었다. 

    산업화와 함께 근로의 개념과 여가의 개념이 발생하면서 인간들은 여가시간을 장식할 놀이를 탐구한 것이다. 그러나 논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산업화 시대에 갑자기 인간들에게 주어진 특징이 아니다. 인간들은 신과의 대화를 위한 제의를 할 때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즐겼고, 로마시대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의 싸움을 관전하며 그 시간을 즐겼다. 기술이 놀이를 담당할 수 있게 되면서 놀이기술로서 예술과 기술과 교차지점을 만나게 된 것이다. 

    로제 카이와는 놀이의 유형을 4가지로 정리했는데 

    아곤, 알레아, 미미크리, 일링크스 이렇게 4가지다. 첫째 아곤은 그리스어로 시합, 경기로서 경쟁이다. 알레아는 주사위 놀이 등의 운을 뜻한다. 미미크리라 함은 흉내, 모방을 뜻하는데 가면놀이와 같은 놀이가 이 범주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일링크스 인데 이는 그리스어로 현기증을 뜻한다. 미끄럼틀이나 회전목마 등 놀이기구를 통해 느끼는 지각의 혼란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또한 카이와는 이 네 가지 유형의 놀이를 다시 두 가지 범주에서 구분했는데, 파이디아라고 하는 자유로움, 소란을 떨거나 흥분해 노는 유형부터 루두스 라 하여 규칙을 만들어 어려움을 해결하며 느끼는 즐거움이다. 파이디아 쪽에 가까울수록 어린아이에게 적합한 놀이가 되겠고 루두스로 갈수록 성인을 대상으로 한 놀이의 성격에 가까워진다. 

   이후 카이와는 연극이나 영화와 같은 대중예술을 미미크리가 사회기구의 가장자리에 있는 문화적 형태로 보았다. 이 관점에서 미디어에 몰입해 지각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미미크리와 일링크스의 중간 지점이라 하겠다. 인간의 삶을 모방하거나 환상의 대상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가 주는 환상에 몰입하는 것은 미미크리, 매체가 기술을 활용해 제공한 4DX극장이나 VR 등이 주는 스펙터클을 관전하는 관객은 지각의 혼란을 체험한 다는 점에서 놀이기구를 탄 것 같은 감상이라는 점에서 일링크스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이 이론을 알고 보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기 전까지 신체놀이를 좋아한다. 아빠가 태워주는 비행기놀이에 환호하고, 엄마와 손을 잡고 뜀박질 하며, 놀이터라는 공간에서 신체활동을 통해 소란스럽지만 숨박꼭질이나, 술래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과 같이 일정한 규칙이 있는 놀이를 통해 경쟁과 시합의 원리를 체득한다. 또한 주사위 놀이나 윷놀이 등은 운에 대한 놀이적 이해를 돕고 가면놀이나 역할놀이를 통해 환상을 경험한다. 점차 나이가 들어 놀이공원에서 기구를 탈 수 있는 신체적 기준을 채우면 회전목마부터 바이킹, 자유로드롭 등 난이도를 높여 놀이를 즐긴다. 놀이하는 유형마저 분류해서 이해를 해야 한다니 머리가 아프지만, 적어도 성인이 되기까지 제대로 노는 법을 알려주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루두스의 영역으로 놀이의 범주가 성인대상으로 옮겨졌을 때, 부정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사행성 복권ㆍ경마, 익스트림 스포츠 등이다. 아이가 어떤 놀이를 더 즐기는지를 지켜보면 아이가 혹시라도 부정적인 놀이에 심취할지 모르는 일을 대처할 수 있는 예방주사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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