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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갈기 좋은날 Sep 24. 2021

인간성의 상실, ‘맘충’은 누가 만들었는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맘충은 ‘노키즈존’을 만든 사회악이다. 즐겁게 뛰어놀고 사랑받아야 할 아이들이 엄마들의 교양 없고 배려와 예의 없는 태도로 인해 쓴 시선을 받는다. ‘노키즈존’은 아이를 거부하는 곳이 아니라 ‘노맘충존’이다. 예의 없는 엄마들의 사연이 넘쳐난다. 아이가 먹을 거니 메뉴에 없는 계란을 좀 부쳐달라고 했다거나 아이가 먹을 거니 따로 국을 좀 싱겁게 만들어달라고 하거나 기저귀를 식탁에서 갈고 그냥 두고 가거나, 화장실에 가지 않고 공용 컵에 소변을 누게 했다거나, 아이가 쉴새없이 뛰어다니고 다른 손님들의 시간을 방해하는데도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만 나누느라 제지하지 않고, 뛰어다니다가 화분을 넘어뜨렸는데 사과도 하지 않고 자기 아이가 다쳤는지 안 다쳤는지 확인만한 채 다시 자리로 돌아갔으며이런식의 기물파손은 양반이라는 이야기는 귀와 눈이 닳도록 듣고 보았다. 이렇듯 메뉴에 없는 음식을 요구 하는 건 다반사라고 한다. 사실 내 주변에는 없는데...싶기도 하다. 정말 그런 엄마들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아이들이 지나치게 시끄럽게 굴어서 죄송하다고 한 적은 많다. 그런데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인성 뿐 아니라 그 부모의 가정교육마저 의심될 뿐이다.

       이런 엄마들에게 한 할머니가 촌철살인같은 말을 던진 것이 회자되는데 바로 “애는 그럴 수 있어, 그런데 너는 그러면 안 되지.”다.  그렇다, 애는 그럴 수 있다. 아직 뭘 모르니까. 그저 신이 나니까. 하고 싶은대로 하고 싶으니까. 절제가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미 충분히 사회화 되어있는 인간으로서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낳은 엄마가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적어도 의무교육에서 도덕수업은 받았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맘충’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맘충 이전에 ‘도치맘’ 이 있었다. ‘도치맘’은 고슴도치에서 그 의미가 파생된 용어인데, 세상을 향해 자신을 보호하려 가시를 잔뜩 세운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한테는 너그럽고 사랑을 나눈다는 뜻이다. 즉 지나친 자식사랑을 비판한 사회적 용어다. 자식 예뻐하는 건 나쁜게 아니다. 그러나 이 도치맘이 가시를 내뿜어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사회를 어지럽히는게 문제가 되니 ‘맘충’이 된 것이다. 냉정하게 바로 옆에서 ‘맘충’이라 불릴 만한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다. 다만 가끔 지나칠 정도로 자신들만 생각하는 엄마들을 간혹 ‘목격’한 적은 있다. 지금 우리 시대 엄마들을 가장 크게 대변한 소설로 화제가 되었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있다. 영화로 매체전환까지 되며 21C여성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았는데 이제 막 엄마가 되어 부지런히 육아에 매진 해야하는 현실에 처한 이 시대 여성들이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당연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도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은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했었다. 1990년대 <아들과 딸>라는 드라마에서 배우 김희애가 연기한 후남이라는 캐릭터는 이란성 쌍둥이 남자형제 귀남이(최수종役)을 위해  대학도 포기하고 경제활동에 투입되어 가정의 생계를 돕는다. 21C 30대, 40대 엄마들은 이런 가부장적사회 안에서 자란 엄마를 엄마로 두었었고, 그런 엄마들의 보상심리 안에서 과거 아들들에 비해 높은 교육환경과 사회 경제활동이 가능한 동일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러지 못한 엄마들도 공존한다. 여전히 사회는 남성 중심적이고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아실현을 해오던 여성들이었다. 그런데 숭고한일인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인 생명의 잉태와 출산으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워킹맘’이라는 직업여성이 최근에 와서 생긴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하는 여성은 역사 어디서나 있어왔다. 그저 일하는 여성이 사회 전반적으로 일대다수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니 결혼과 함께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생긴 ‘경단녀’라는 말도 탄생된 것이고, 그들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사회는 ‘맘충’을 만들어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인성’ 문제긴 하다. 배려와 예의범절이 부족하고, 양심이라는 지능이 부족해서 발생한 태도다. 

     하지만 단순히 인간성의 결여로 ‘맘충’을 바라보면 그저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된다. 여자들은 아이를 가지고 육아를 하면서 사회로부터 밀려났다. 그렇다, ‘일 안 해 본 여자가 어딨어.’다. 적어도 아르바이트는 해보지 않았을까 라는 말이다. (가정교육상 집안일이라도 해 봤을 텐데, 너무 곱게 자라서 아무 것도 안 해본 엄마가 있다면 예외로 하겠다.) 어쨌든 오늘날 대한민국은 적어도 남자들과 동등한 교육환경이 주어지고 최대한 불평등하지 않도록 변해가고 있는 과도기다. 그러니 숭고한 일은 한 것이 분명한데도 사회에서는 밀려나고 육아휴직과 같은 꿈같은 혜택은 정말 꿈같은 일이다. 대부분은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고 휴직을 하더라도 눈치를 보거나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오는 자괴감과 상실감에 육아를 함께 해줄 사회적 관계망도 무너져 있다. 그러니 ‘독박육아’라는 말이 나오고 ‘산후우울증’이 급속도로 퍼지는 것이다. ‘맘충’은 여자들의 사회적 자아 상실에서 오는 부정적 보상심리에서 발생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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