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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시간이 담긴 기록이다. 시간은 자연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인간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기록은 시간을 남기는 기술이다.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인간의 삶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해, 서양에서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방하고 재현했다. 동양에서는 사유하고 성찰하는 수양의 시간을 담아 시로 짓고 글씨로 쓰고 그림으로 그렸다. 이렇게 각자의 예술사조가 정립되었다.
예술이 어원적으로 기술이라는 점에서 둘은 불가분의 관계인데, 예술과 기술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필요로 한 시간이 기술의 발달로 인해 향유자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던 때이다. 인간의 문화를 기록하는 기술이 변화ㆍ발전하면서 이를 향유하는 인간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데올로기는 당대 에 작업되는 예술품들을 예술로 볼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을 지속한다. 무엇을 예술로 봐야 하는지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고 현재진행형이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예술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예술이란 어떤 사람이 자기가 경험한 느낌을 일정한 외면적인 부호로써 의식적으로 타인에게 전하고, 타인은 이 느낌에 감염되어 이를 경험한다는 것으로써 성립되는 인간의 작업이다.” 오늘의 예술을 이해하는데 적절한 정의다. 인간의 경험했다는 것이 삶이고, 삶에 대한 느낌 즉 감상이 정신과 마음이 깃들었다는 것이며 외면적 부호로 나타내고 전달하는 작업이 기술이다. 그래서 저자가 예술을 인간의 시간이 담긴 기록이라 설명한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요즘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경험하고 감염되어 서로 감상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문화는 ‘일상’이 키워드다. 우리의 삶에 대한 마음과 정신을 기록하는 것, 이는 예술품에 작가의 정신이 깃들어야 한다는 것을 담당하며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의 삶을 즐겁게 하는 대상이라면 예술적 지위를 부여하는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다.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와 그렇기 때문에 그 속에서 생활예술, 취미미술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캘리그라피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진다. 시대에 천착하여 사그라들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여 그 명맥을 이어갈 수도 있다. 지금은 어떤 우려도 잠시 접어두려 한다. 지금 우리는 일상에 대한 기록으로 우리의 마음을 기록하고 나누는데 캘리그라피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