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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갈기 좋은날 Sep 30. 2021

오늘의 그림

- 오늘의 그림을 대하는 마음 

그림의 소재      


그렇다면 이런 도구와 기법을 통해 어떤 대상을 주로 그렸는지를 보려한다. 문인화는 직업화가가 아닌 사대부, 즉 문인들이 여기적 생활로서 스스로의 시간을 즐기고 스스로의 정신과 마음 수련을 위해 그렸던 화풍을 말한다. 사대부화, 문인지화라고 불리다 문인화가 되었다. 중국에서는 이들의 그림을 남종화라고 칭하였으며 이들이 그린 대상은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했으나 수묵산수화와 사군자(四君子)가 대표적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문인화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 죽 사군자인 것은 익숙하다. 이는 군자의 정신이 깃들었다고 하여 학덕과 수양을 쌓은 문인들이 행동양식이나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즐겨 그리던 소재였다. 중국에서는 시문(詩文)의 소재로 먼저 사용되었지만 이후에 그림의 소재로도 선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자의 기개로 삼아야 하는 자연의 성정으로 매화는 이른 봄 겨울을 추운날씨를 뚫고 제일 먼저 피는 꽃이며, 난초는 깊은 산에서 고고히 은은한 향기를 멀리 퍼뜨린다. 국화는 늦은 가을 첫 추위를 이겨내며 피어나는 꽃이며, 대나무는 겨울에도 푸름을 간직한다고 하여 그 강인함을 높게 평가하였고 실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식물로도 칭송 받았다.      


오늘의 그림일상의 소중함 


    요즘 캘리그라피를 전문적으로 혹은 취미로 즐기던 이들에게 수묵일러스트 수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고 작가들도 그림과 글이 함께하는 작업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먹그림이라 하여 사군자를 기본 소양으로 배우기도 하지만 대개 취미로 수묵화를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손쉽게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선호하고 찾는다. 

수묵일러스트는 동양화의 기초 기법인 백묘법, 몰골법, 구륵법 등 붓놀림의 골격이 되어주는 기법을 탐문하고 익히는 것보다 이를 바탕으로 하지만 간소화하여 보편적으로 습득 가능하도록 한 방법을 전하고 있다. 고등교육까지 미술교육과정을 익힌 사람들이 이해하고 익히기 쉽도록 말이다. 

많은 이들이 민화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민화는 풍속화가 가치를 재조명 받고 난 이후에 19세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그림이었다. 일필휘지로 그림을 그려내야 하는 수묵화보다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용이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수묵화에도 관심이 증가한 요즘 사람들이 고맙다. 다만 사람들이 수묵화는 사군자나 산수화를 배우고자 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그리고 싶은 대상을 그리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묵화라기보다는 수묵일러스트라는 말을 사용한다. 대개 본인이 좋아하는 대상을 소재로 삼는데 여성들은 꽃이나 예쁜 사물, 귀여운 동물을 그리는데 관심을 보인다. 이것은 우리 주변의 것에 관심을 가지고 일상을 기록하던 풍속화가 조선후기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았던 것에서부터 온 가치관의 변화 때문인 것 같다. 물론 군자의 성정을 통해 인성을 기르는 것은 바른 길이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들에게 군자의 덕목을 마음에 아로새겨 스스로를 단련하기 위해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것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이상적이고 고상한 세계를 중시 여겨 그림을 그리던 풍토에서 현실적이고 당장 자신의 옆에 있는 생생한 삶의 모습, 자신이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 즉 일상을 그리던 풍속화가 가치를 가지게 된 역사를 거쳐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을 기록한 그림은 풍속화가 시작은 아니다. 선사시대 암각화부터 고려시대 고분벽화, 조선시대 경직도, 삼강행실도, 조선후기 풍속화, 현대 민중미술 등이 있다. 풍속화에서 일상을 소재로 삼은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다. 정병모는 사대부 중심의 이상적이고 고고한 정신을 소재로 삼아 그려오던 화풍이, 사소하고 평범한 것도 그림의 주제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으로 가치관이 변화한 것이라 한다. 조선시대 의궤처럼 왕실의 행사를 기록하던 그림도 일종의 풍속화였으나 진정한 풍속화가 꽃을 피운 것은 조선 후기였다. 그래서 풍속화는 사대부가 서민문화를 재조명한 것이고, 민화는 서민들 중심으로 퍼진 그림으로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다. 

    일상을 기록한 풍속화에 대해 조선 후기 회화평론가이자 화가였던 강세황(1713~1891)이 김홍도의 그림에 대해 “살면서 날마다 쓰는 여러 가지 말과 행동”을 그린 것에 대해 찬미하는데, 바로 이 날마다 쓰는 여러 가지 말과 행동이 일상이다. 이 것을 주제로 그린 그림에 대해 훌륭하다 평가 한 것을 봐도 풍속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이다. 

군자의 기개를 마음에 심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의 예술은 즐기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단순히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태도를 가벼이 여길 것은 아니다. 스스로의 마음에 들지 아니하면 즐겁지 않으니 이 역시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중히 여긴 동양의 사유와 걸 맞는 흐름이고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이 일상으로 스며든 모습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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