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와 정의
홍길동은 상습절도범인가 정의의 사도인가? 연재 중인 디즈니 플러스 신작 ‘비질란테’의 주된 내용도 주인공 김지용이 법을 대신(?)해서 범죄자에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인데, 김지용은 연쇄살인범인가 정의의 사도인가?
소크라테스가 한 것으로 유명한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불합리한 법이어도 그 법 체계를 준수하여야 한다는 뜻인데, 악법도 법일까?
그런데 누가 악법이라고 정한 것인가? 주권자인 국민의 약속을 통해 법을 폐지하는 절차를 규율로 마련해 두었는데, 그 절차에 따라 사라지지 않은 아직 살아있는 법을 어떤 근거로 악법이라고 하는 것인가? 일부만의 평가에 의한 것은 아닌가?
어떠한 결론도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없듯 모든 규율이 모두에게 선한 법으로 평가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정말 악법이 맞는지 일부에 의해 악법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분명 국민들의 의사가 합치되어 법이라는 형태로 제정되었을 텐데 그것이 시대의 변화 등 요소에 따라 악법이 된 것이 명백하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라지거나 바뀔 수 있다. 간통죄와 혼인빙자간음죄도 사라졌고,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대상 연령 상한도 16세로 상향되었고, 일부 성범죄에 관해서는 공소시효도 폐지되지 않았는가. 그렇게 없어지거나 바뀌어야 그 법이 악법이었다는 것이 명백한 것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악’‘법’이라는 말 자체도 모순인 것 같다. 없어지는 순간 그 법이 악법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인데 이미 없어졌다면 더 이상 ‘법’이 아니지 않나. 그렇게 따지면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어찌 됐건 세상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데 그 사람들 사이의 약속과 그 약속을 통해 제정된 규율은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니, 그 약속을 없는 것(?)으로 하려면 일방이 그 약속에 등을 돌려서는 안 되고 만든 사람끼리 약속을 없애기로 하는 새로운 약속이 필요하다. 그래서 약속을 없애기로 하는 새로운 약속을 하기 전까지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