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무역 Mar 12. 2023

출장의 콩고물

여기까지 왔는데 이 정도는 헤헤

 긴 출장이 어떻게든 지나가고 인천행 KE 비행편이 부드럽게 (외국 국적기에 비교하면 대한민국 파일럿은 어떻게 착륙해도 부드럽게란 표현이 맞다.) 지면에 닿았다. 나는 머리 위의 짐칸을 열어 배낭은 등에 매고 과자가 가득 든 쇼핑백도 바닥에 내려놓는다.


 "우와, 맛있는 게 정말 많네요?"


 붙임성 좋은 승무원이 들여다보며 말을 건다. 운 좋게 비상구 석에 앉았었는데 그 맞은편이 착륙 시 그녀가 착석하는 자리여서 마침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네, 동생들이 사 오라고 해서요. 이 매운맛 치토스가 한국에는 안 판다고 하더라고요."


 하면서 '보여주기만 할 목적으로' 하나 꺼내 내밀었는데 승무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정말 받아도 되냐는 듯.. 아니, 애초에 주려던 것이 아닌데....


카톡을 보내본다. "그래서, 왼쪽이 네가 말한 매운맛이 맞다고?"


 10일 이상 출장을 가게 되면 중간에 주말이 낄 수밖에 없다. (꼭 열흘 이상이 아니더라도 주말을 낄 순 있겠지만 신규판촉을 위한 지금까지의 미국 출장은 열흘 이상 가게 되더란 것이다.) 주말에는 방문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 우리가 일을 하려 들어도 그들이 쉬는데 어쩌겠는가. 이럴 땐 쉬어줘야 한다.


 헌데 놀자니 놀고자 할 거리가 마땅치 않다. 해외에 나오기는 하였으나 선임이나 상사와 함께 이렇다 할 관광지를 돌기도 뭐 하고 (군대 고참과 인스타 감성 카페에 간다고 생각해 보라. 그것과 비슷한 것이다.) 저녁에 괜찮은 한식과 소주 한잔 곁들이는 것이 기껏 인, 그리고 충분한, 사치라면 사치다. 


 그래도 나는, 비록 일이지만, 이렇게 해외에 나왔으니 보고 경험하는 것이 있다. 이쯤 되면 늘 고국에 두고 온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 그래서 아웃렛이나 쇼핑몰로 향하는 것이다.


어떤 향을 좋아할까 하면서 계속 손에 바르고 향기를 맡다 보니 결국 그 냄새가 그 냄새 같다.


 가족들 선물도 사고, 여자친구 선물도 사면서 둘러본다. 사수 C과장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는 이 쇼핑시간을 따로 다니려는 것이다. 


 "한.. 두시간 후에 여기서 만나자고."


 "네, 과장님. (충성)"


 그렇게 로션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동생에게 줄 디즈니 인형도 사면서 (동생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다.) 선물을 챙기고 나면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알렉스, 넌 나랑 같이 나이키를 가자."


 지난 전시회 출장 때, N부장이 말했다. 계속 아들에게 줄 [나이키 조던]을 언급하던 그의 의도가 눈에 보여 동행하기로 하였다. 


 "오, 여기 있네. 사이즈도 있을까. 우리 아들이 발이 커서 말이야."


 수출영업을 오래 한 N부장이 영어를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괜히 대신 직원을 부르고 사이즈의 재고 여부를 물어본다. N부장은 어린 학생들에게 어울릴 알록달록한 조던 운동화를 사진 찍어가며 아들과 카톡을 하고 있다. 어떤 색이 마음에 드냐고 묻는 모양이다. 


 "초록색보다는 파란색이 낫다는구먼. 사이즈가 있어서 다행이야."


 마음이 한결 편해진 듯 N부장이 멋쩍게 말했다. 그의 심정을 나도 안다. 모두 다 같은 마음인가 보다. 



여담.


LA 호텔 로비에서 팔던, 잠깐 고민했던 여자친구 선물 후보


이전 10화 본사 직원의 현장출장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