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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 Mar 08. 2023

직장인의 기승전'결'

잠시, 성공에 대한 두 번째 사색

 연초에, 그러니까 두어 달 전이다, 인사공지가 있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회사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았고, 적은 이들은 회사의 은총으로 경영진에 진입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 몇몇은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나는 아직 젊은 사원이었으므로 잘려나간 이들보다 올라간 이들에게 눈이 갔다. 아직 동정보다 동경에 눈이 갈 나이인가 보다.


 경영진. 임원. 회사원의 별이자 끝인 그 자리에 오르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 보았다. 바로 옆의 파티션을 지휘하던 총무부장은 이번에 경영지원 이사로 승진했다. 그는 어떤 기분일까. 그의 가족들은? 소위로 임관했던 군인이 산전수전 겪고 별을 달면 저런 기분일까. 너무 궁금하더라. 화장실에서 마주쳤을 때 물어볼뻔했다.


 "이사가 된다고 단박에 무슨 부귀영화가 있겠어. 큰 차이는 없겠지."


 이후 지방공장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조수석에 앉은 사수 C과장의 꽤나 김 빠지는 소리였다. 당시 우리는 [어떻게 벌어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토론 중이었고 마침내 임원이 된다면 형편이 필까 하는 말이 나왔던 것 같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인 듯하여 더 김이 빠졌다. 평생 직원으로 살아왔는데 50대에 임원으로 거듭난들 벼락부자라도 되겠는가 말이다. 다만 직업인으로서 결실을 본 정도겠지. C과장은 "그러니까 투자를 하라고."식으로 말을 마쳤다. 운전대를 잡은 나는, [어떻게 벌어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대화를 접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혼자 생각하기 시작했다.


 회사원의 끝은 임원이다. 그러니 일단 임원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생각해 보자. 군인은 출신이라 불리는 [임관구분]이 1/4, [병과]가 1/4, 거쳐온 부대나 기관 혹은 [보직]이 1/4, 그리고 개인의 [정치력]이 1/4로서 출세의 길이 열리고 닫힐 것이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지켜본 회사는 조금 다른 듯했다. 사기업에서 주류파벌이라 불릴만한 학벌은 없었다. 명문대 출신이면 명문대 출신인 것이고 **대학 출신이라고 서로 뭉치는 경향은 없었다. (OB들의 경우, 공채출신들을 성골이라고 부르기는 하더라. 그마저도 지금 세대가 자라날 미래에 영향력을 미칠지는 모르겠다.) 특별히 요직이라 불릴만한 부서도 없는 듯하다. 다만, 때에 따라 돌아가며 오너의 눈길과 관심을 받을 뿐인데 그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듯했다. 정치력은, 진짜 잘 모르겠다. 이게 과연 발휘가 되는 것인지 아님 그냥 허울일 뿐인 것인지. 앞으로도 될 수 있다면 영영 모르고 싶다. (가끔 회식자리 등에서 내부영업 하는 정도는 정치가 아니라 생계라고 하자.) 짧은 시간 지켜본 바로는 회사 구성원 누구도 자신의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잘리기 직전의 사람이 회생하고 잘 나가던 부서장도 하루아침에 정리된다. 그것만이 내가 명확하게 이해한 회사의 생리이다.

 정리하자면, 임원은 자신이 사내 커리어를 차곡차곡 관리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닌듯하다. 그러니 임원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은 길게 고찰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다. 일상은 성실하게, 승진은 되는대로 살다 보면 운에 따라 닿는 것이라 생각하자.


 그렇게 운이 따라서 임원이 되었다 치자. 얼마나 영화(?)가 따라올 것인가. 임원의 보직에 따라서 회사에서는 검은 세단과 개인 사무실을 내주기도 한다. (반면, 지휘하는 부서의 영향력이 비교적 딸릴 때는 부장때와 마찬가지로 파티션만 주어질 뿐이다.) 그들의 보수나 이런저런 콩고물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내가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자 소설일 뿐일 것이다. 다만 옆에서 관찰해 보니,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고 내부 승진한 [부장-이사]는 그냥 [피카츄-라이츄] 정도의 차이다. 여전히 회사 다니는 아저씨다. 나이는 들대로 들어버렸고 찌들 대로 찌들어버린.. 대단한 부귀영화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지방에서 출퇴근하는 이들도 있다.


 인생의 성공이 꼭 세속적 의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학교, 미디어, 주변의 언행을 통하여 성공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필수적인 요소로서 세속적 출세가 있음을 안다. 아는 것을 충족하지 못하면 결핍이 있을 것이고 결핍은 행복으로 이어질 수 없으니 성공도 아닐 터였다. 그런데 회사원의 성공을 임원 승진에 둔다면 그것은 그랜저와 태그호이어 몫 않게 심심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계속해서 고찰해야 한다. 내 행복, 내 성공을 떠먹을 수 있게 나 스스로 고찰해야 한다. 임원 승진 하자마자 임원 배식줄에서 밥을 푸는 저 경영지원 이사님처럼.



"젊어서는 삼겹살을 먹고, 나중에는 목살을 많이 먹어라. 그래야 회사가 목을 내리쳐도 잘리지 않으니까."

-지난 회식 자리에서, N부장-


{표지 이미지 출처. 윤태호作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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