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나는 책을 읽는다. 많이는 아니고 한 달에 한 권 정도 읽고 있다.(찾아보니 평균에 비해 많이 읽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독서모임도 들어가서 반강제적으로라도 책을 읽고 있다. 직접 들어간 독서모임이기에 반강제라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요즘에는 주로 철학분야 쪽 책을 읽고 있었기에 문학작품을 읽는 모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제 한 번의 모임을 가졌는데 확실히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짐을 느꼈다. 그래서 나름 만족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꼭 책을 읽어야 하나?
독서 모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의문이 들었다는 게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임을 참여했기에 독서의 효용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책을 꼭 읽어야 하나?라고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럼 왜 읽어야 할까? 여기에 대해서 AI에게도 물어보고 유튜브에도 검색을 해 보았다. 그래서 얻은 답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집중력 및 기억력, 어휘력 및 의사소통 능력도 향상되고 지식이 늘며 창의성과 상상력 그리고 공감능력이 증진된다.
정말 좋은 말들을 거의 다 모아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번 따져보자. 일단 독서로 이런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맞다고 가정했을 때 정말 독서만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할까? 내가 생각했을 때는 아닌 것 같다. 독서의 가장 큰 적인 영상 시청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재밌는 영상을 보면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영상에 집중하고 재밌는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에 대해 대화하기 위해 기억하고, 문어는 아닐지언정 구어에 쓰는 어휘력 및 의사소통 능력도 향상될 것이고 요즘은 책을 쓰는 지식인들도 영상을 많이 찍어 올리기에 지식도 늘고 남은 창의성, 상상력, 공감능력 역시 문제없이 영상으로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 깊이에 조금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독서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책을 읽는 것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느냐? 그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장점은 '스스로 생각하기'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책을 읽는 것이 영상을 보는 것보다 월등하게 생각하기 좋다고 본다. 실제로 나는 책을 읽을 때 중간에 자주자주 멈추는 편이다. 어떤 구절을 읽었을 때 생각할 거리가 있다면 잠시 멈추고 충분히 생각을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영상을 보면 이렇게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그리고 글의 경우는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으면서 문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영상을 보면서는 쉽지 않다. 스스로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자신의 방식대로 정리해 보는 것. 이런 부분이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최대 장점인 것이다.
하지만 이건 반대로 생각하면 책을 읽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맹신하고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영상을 보는 것과 차이가 전혀 없다.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해보자면 책이든 영상이든 그 매체가 가지는 자체 특성의 장단은 있을지언정 그 이외의 부분들은 결국 읽고, 보는 사람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린 문제이지 않은가 싶다. 영상을 보면서도 충분히 사고하고 자기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면 내가 쓴 독서의 장점이라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다. 결국은 뭐가 더 낫고 못하다고 따지는 게 이상하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는다고 자랑할 필요도, 영상만 본다고 못났다고 할 이유가 없다. 읽는 사람이, 그리고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잘 활용하냐만이 중요할 뿐이다.
다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가 주는 매력이 있는데 한쪽만 알기엔 너무 아쉬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