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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젊어질 수 있는가?

파릇파릇

by 김횡 Jan 17. 2025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밝으면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게 있다면 그건 아마 나이가 아닐까 싶다.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면서 한편으로는 무던해지고 또 어느새 대충 덮어놓고 지내고 싶은 그런 것. 30이 넘어서 언젠가 강남역 쪽에서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다. 어차피 1년에 두세 번씩은 보는 친구들이라 모임자체는 특별할 것은 없었는데, 그날따라 뭔가 유난하게 그 거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 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만한 게 아닌지 다른 친구도 "와 사람들 진짜 젊다."라고 말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 거리를 처음 간 것도 아니고 그 많은 인파를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왜 그동안은 한 번도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없던 걸까?


나는 거울을 본다. 그리고 내 얼굴을 살핀다. 다행이라면 나는 미리 늙고 먼저 늙었기 때문에 20대 때와 얼굴에 큰 차이는 없는 편이다. 다만 눈가에 주름이 생기고 얼마 전에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사진을 찍으니 목주름을 지워줬다는 거 정도가 차이랄까? 주름이야 나름 관리를 하면 그래도 좀 나아지긴 할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배우나 연예인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외모로는 나이가 가늠이 안될 정도이다. 이런 사람들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신경을 쓴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하고 노력해도 지킬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생기이다. 가끔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들의 과거 모습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화질이나 화장법 때문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당시보다 지금이 더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었을 때 나오는 그 특유의 느낌을 지금 다시 살려낼 수는 없다. 특유의 느낌. 나와 친구가 거리의 사람들이 젊다고 느낀 이유. 그게 바로 생기가 아닐까 한다.


부러웠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 느낌이 말이다. 어째서 당시에는 몰랐을까? 나도 분명히 저런 시기가 있었을 텐데 말이다. 역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아는 걸까? 아마 나, 그리고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간 내 주변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기에 그제야 눈에 띈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되돌리면 다시 저런 생기를 얻을 수 있을까?


시간 되돌리기. 정말 궁극의 방법이 아닌가? 이것만큼 확실하게 젊어질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솔직히 아무리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다고 해도 시간을 되돌리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한 10년 정도만 뒤로 돌려보자. 그럼 지금은 2025년이 아니라 2015년인 것이다. 젊음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뭐니 뭐니 해도 어쨌든 시간 나이 아니겠는가? 지금이 2015년이라면 나는 지금보다 10살이 어릴 것이고 누가 봐도 젊게 보일 것이다. 20대의 젊음을 누가 부정할 있겠는가?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내 생각에 젊음을 결정하는 요소 중에 나이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경험이다. 10년 전으로 갔다고 치자. 당연히 현재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돌아갔을 것이다. 만약 10년 전으로 돌아가며 그 10년 치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도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시간이 되돌아가진다고 한들 나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고 하자. 지금의 나는 10년 전의 나보다 더 많이 산만큼 더 많은 일을 겪었다. 여기서 많은 이 꼭 다양함을 얘기하진 않는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비슷한 경험을 반복해서 하게 된다. 크게 특별한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게 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되돌아간 나에게 새로운 일이란 하나도 없을 것이다. 혹여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아마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일 중 하나와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충 비슷하고 겪었던 일들이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여기서는 일단 젊음에 대해 논하고 있음으로 돌아가서 주식이니 비트코인이니 그런 것들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그렇다면 그런 일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어떨까? 그냥저냥 미적지근하지 않겠는가? 몇 년 전에 아는 사람과 대화 도중 이런 얘기가 나왔었다. 그 당시 유행하는 연애프로그램 이야기였는데 그때 지인이 이런 말을 하였다. 어떻게 저기 나오는 사람들은 저렇게 반짝반짝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거기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게 아닐까?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저런 일을 몇 번 더 겪고 나면 닳아지고 깎여서 무던해지겠지.


그렇다. 나는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반짝반짝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같은 일의 반복이라고만 생각하겠지. 그 어떤 감탄이나 설렘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걸 젊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시간을 돌려도 젊어질 수 없는 것이다. 결론이 너무한가?


나는 꽤 괜찮은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의 방법을 썼음에도 젊어지지 못하는 것은 더 이상 젊어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그냥 늙어가면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말이다. 우리는 자꾸 피하려 하지만 늙어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괜히 늙다는 동사, 젊다는 형용사가 아니다. 우리는 젊어질 수 없기에 젊다는 동사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편히 먹도록 하자.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도 말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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