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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석 Jul 30. 2023

춘자의 꿈 (1)

프롤로그

1.  마을버스 안, 오전. (현재 41세)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영도구 5번 마을버스 안. 버스 창문 밖으로 나무와 집, 낮은 빌라들이 느리게 지나간다. 카메라 뒤로 빠지면 준석의 시선으로 보이는 풍경이다. 얼마 안 가 멈춰 서는 마을버스. 준석은 버스 카드를 찍으며 내린다. 내리막을 조금 걷다가 광명 고등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서면 걸려오는 전화. 휴대폰을 보면 발신자 ‘양숙쌤’이다.


준석 : 네, 선생님.

양숙쌤 : 우리 준석이 어딘고?

준석 : 방금 막 마을버스 내렸습니다. 정문으로 들어왔어요.

양숙쌤 : 그래, 오랜만에 학교 오니까 어떻노?

준석 : 오랜만에 오니까요..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준석. 맑은 공기를 느끼는 듯하며 몸을 쭉 편다.


준석 : 허리.. 아구 허리야..

양숙쌤 : 이놈아, 쌤 앞에서 허리야가 뭐고 준슥아.

준석 : 하하.. 쌤, 저도 이제 마흔이 넘었습니다.

양숙쌤 : 벌써 그리 됐드나? 아무튼! 퍼뜩 올라온나. 우리 반 아가들이 그대를 애타게 기다린다.

준석 : 애타게요?

양숙쌤 : 그래. 느그 선배 늦게 오면 내가 그냥 수업한다고 하니까 빨리 오라고 난리다.

준석 : 그렇다면 제가 뛰어가겠습니다.

 

걸음을 뜀박질처럼 빨리하는 준석. 지나가던 경비 아저씨가 쳐다보자


준석 : 졸업생입니다. 졸업생.

 깍듯이 인사하고 지나가면 화면은 학교 스탠드 너머 운동장을 넓게 비춘다. 운동장과 함께 보이는 탁 트인 바다. 저 멀리 띄워진 몇 척의 배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2. 교실 안, 오전.


교실 안에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 자리에 앉아 있고 준석은 교탁 뒤에 서서 앞을 바라보고 있다. 뒷문 근처에 서 있는 양숙쌤 준석을 보며


양숙쌤 : 준슥아, 내가 종 치기 5분 전에 들어오께. 아가들이 졸려서 난린데 재밌게 좀 해주봐라. 쌤 가께.

준석 : (살짝 웃으며) 아하.. 제가 무슨 얘기를..

 

뒷문 열고 나가려다 말고


양숙쌤 : 선배와의 대화 아이가. 그대가 걸어온 길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 주면 된다. 재밌게!

준석 : 예. 알겠습니다. (벽걸이 시계를 보며) 수업시간이 50분인가요?

양숙쌤 : 45분. 쌤 간다.

 

뒷문으로 나가는 선생님. 준석은 앞에 앉은 후배들은 천천히 보며 한 호흡 마신 후


준석 : 제가 배우인 건 알고 있죠? 후배님들.

 

네. 하고 들려오는 작은 대답들.


준석 : 흠.. 걸어온 길이라.. 그래요. 그래. 선배니까 편하게 얘기할게. 한번 가보자! 어디로 가야 되겠노..


 준석이 미간에 옅은 인상을 찌푸리며 오른쪽을 보면 열린 창문 밖 나무들 사이로 바닷가가 보인다. 화면 바다를 조금 길게 비추고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 들려오며 화면에 타이틀 제목.


                                  춘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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