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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롬 Dec 07. 2024

상담기록. 그 눈빛2

SP상담: 그 눈빛은 한개가 아니었다.

 *SP상담을 적용한 내담자 경험을 기록하였다. SP(감각운동심리치료)는 트라우마, 애착치료에 적용한다.



지난 1, 2회기에 이어 오늘도 교감선생님의 눈빛에 위축되었던 나를 만나러 갔다..

(상담사는 상, 내담자는 내로 표시한다)


상. 어떻게 지냈나요?

내. 우울감이 있었어요.. 좀 다운되었어요.


상. 그랬군요. 우리 지난주에 다루었던 교감선생님의 눈빛에서 위축되었던 그런 우주님이 반응한 것인가요?

*내면아이의 반응을 묻는 것이다.

내. 네, 그랬어요. 뭔지 몸이 무겁고 다운되었어요. 의욕이 안 나고요.


상. 교감선생님께 잘못 말한 것에 대해서 다시 가서 말해 보는 건 어떤가요?

내.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의욕이 안 나요.


상. 네, 오늘 그 장면을 다시 보러 갈게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내. 네~


상. 눈을 감고 그 장면을 떠올려 볼게요. 몸의 변화가 느껴지나요?

내. 명치에 죽순 뿌리처럼 굵고 작은 뭔가로 박혀있고 울렁거려요.


상. 네 괜찮다면 조금 더 그 감각에 머물러 볼까요? 지금은 어떤가요? 제가 보기에 몸이 앞뒤로 흔들려 보여요.

*지시적 마음 챙김 질문으로 몸의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

내. 네. 어지럽고 몸이 중심을 잃는 것 같고 가슴이 꽉 막힌 것이 더 퍼져가는 것 같아요.


상. 네, 우주님 눈을 떠서 저를 보세요.


*내담자가 과각성 되자 눈을 뜨고 지금 여기를 느끼게 한다. 신체 중심 심리치료는 '지금의 나'가 과거의 어느 시점의 '나'를 만나서 치유하는 방법이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감정을 같이 느끼게 되면 그것은 알아차림의 순간이 아니다. 트리거가 된 상태로 치유가 일어나기 어렵게 된다. 멈추어 지금의 내담자를 안정화될 수 있도록 미음챙김을 한다.


상. 지금 저의 눈을 보세요. 눈을 보고 다리를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를 의자에 쭉 붙이고 호흡을 천천히 해 봅니다. 천천히 제 소리에 맞춰서 해 보세요. 2초 머무르고, 4초 천천히 내시고, 2초 머무르고, 4초 깊이 들이마십니다. 다시 천천히 호흡해 보세요.

*호흡으로 안정화 훈련을 한다.


상. 지금 몸은 어떤가요?

내. 가슴에 막힌 게 작아졌어요. 깊은 호흡으로 진정이 되는 것 같아요.


상. 그렇군요. 다시 만나러 가 봐도 될까요? 눈을 감고 해 볼게요. 그 장면의 우주님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내. 교감선생님의 눈빛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어요. 몸이 얼어버린 것 같아요.


상. 몸이 굳어 버렸군요. 몸에서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내. 머리 아래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아요. 움직여지지 않는 것 같아요.


상.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는군요. 그런 장면이 과거에 있었나요?

내.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지난번에 떠오르는 것과 다른 거예요. 더 어린 시절의 장면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돈을 관리할 어른이 없으니 동네 당숙 어른에게 고모가 돈을 맡겼어요. 그럼 제가 필요할 때 가서 타서 썼어요. 한 번은 수학여행을 다녀온 사진비를 받으러 갔어요. 한 만 원이었나. 그때 많은 돈이었어요. 인화비로는. 당숙모는 인상이 굳어지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우리 애들도 이렇게 안 뽑는다'라고 말했어요. 너무 비참했는데 느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상.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도 그때의 우주 님의 심정이 느껴져요. 너무 수치스럽고 비참했겠어요. 그 장면으로 가서 우리가 만나볼 수 있어요. 저도 함께 갈게요. 가볼 수 있겠어요? 눈을 감고 그 장면으로 갈게요. 그 아이와 당숙모가 함께 있던 장면으로요. 그 아이와 연결감을 가질 수 있겠어요?

내. 저는 그 장면을 보고 있는데 그 아이는 저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흐릿하고 뭔가 막으로 쌓여 있는 것 같아요.


상. 네, 눈을 뜨고 저를 보세요. 지금 제가 그 숙모가 했던 말을 다시 해 볼 거예요. 몸의 반응을 다시 느껴보세요.

"우리 애들도 그렇게 안 해!"

내: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요.


상. 막고 있군요. 그게 우주님이 다시 만나는 것을 보호하고 있네요. 천천히 바라봐 볼게요. 뭐가 걱정이 돼서 만나는 걸 막고 있을까요? 알고 있는 게 있나요?

내. 느끼지 말라고요. 잊으라고요.


상. 제가 그 당숙모가 되어서 한번 말해 볼게요. 성급할 수도 있는데 제가 한번 무슨 말을 해 볼게요. 한번 들어봐 볼래요?

*지금의 내담자와 과거의 사전 속의 내담자를 연결하기 위한 탐침을 시도한다.

"그건 너를 위한 돈이야. 너를 위해서 써도 돼. 사진은 너에게 소중한 거잖아. 너를 위해 써도 되는 돈이야!"

내. (순간 전환이 되면서 막혀 있던 투명막이 뭔가 없어지고 어린 나와 지금의 내가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눈물) 뭔가 지금의 저와 연결감이 느껴져요.

*상담자가 그 당시 듣고 싶은 말을 해준다.


상. 그래요. 맞아요. 그 아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말한 거예요. 그건 정당했던 것이에요.

내. (숨이 크게 쉬어진다) 가슴에 아픈 느낌이 사라진 것 같아요.


상. 좀 더 연결감이 가져보세요.

내. "네, 저는 사진 인화가 필요해요.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이에요.(저에게 뭐라고 해도 저는 저에게 필요한 것을 하는 거예요. 그 장면에서 말을 하고 있다.)"

*내담자는 과거의 장면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한다. (기억 재구성하기)


상. 네, 그랬어요. 필요한 것이었어요.  

내. 나는 그게 필요해요. 그건 제가 판단해요. 저에게 필요한 건 제가 판단해요. 그렇게 같은 모습으로 지금까지 판단해 왔고 저는 잘 성장했어요. 저는 바꾸지 않아요.(지금까지 당당하게 살아온 나를 의식하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나왔다.

*유능성회복하기(과거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통해 유능성을 회복하게 된다)


상. 네. 맞아요. 잘 살아온 정도가 아니에요. 제가 지금껏 15년을 봐왔어요. 맞아요. 잘 성장해 왔어요. 그게 우주님의 힘이에요.

내. (웃음) 그 장면에서 당당히 돈을 받고 인사하고 나오고 있어요. 뛰어서 내려오고 있어요. 그전에는 처참한 기분을 느끼지 않으려고 감각을 막고 걸어갔었는데 지금은 가볍게 뛰어서 집으로 가고 있어요.


상. 그래요. 같이 느끼고 있어요. 잘했어요.

내. 교감선생님 앞에서 얼어버린 게 같은 장면 같아요. 그 장면을 회상해 보고 앞에 서 있는데 자유로워요. 내일 가서 편하게 인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상담을 마치고 일주일 동안, 기억의 변형이 일어났다.

당숙모와 대면한 장면에서의 새로운 기억, 감정을 기억하고 싶어서 훈습도 의식적으로 하였다. 그 장면 속에서 나는 얼어버려 몸의 감각도 잃어버린 내가 아니다. 나는 당당하게 말했고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내가 있다. 자유로웠고 가벼웠고 무엇보다 어깨를 쭉 펴고 말하는 당당한 아이였다.


과거의 기억이 재구성되어 변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이다.

과거의 아픔을 재구성했지만 현재의 내가 재구성된 것이다. 지금의 내 어깨가 펴진다. 현재 나, 현재의 감정은 모두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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