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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롬 Dec 01. 2024

상담기록. 그 눈빛1

 SP상담 : 그 눈빛에 얼어버리는 나

 *SP상담을 적용한 내담자 경험을 기록하였다. SP(감각운동심리치료)는 트라우마, 애착치료에 적용한다.



상담 1회기


세상의 잣대가 아닌, 어른의 눈이 아닌 시간들은 오히려 행복했다. 그것이 비록 사회통념상 이상한 것이었다 해도 그때는 중요치 않았다.


사회적 가치가 내면화되면서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핑크빛으로 기억했던 시간이 온통 회색으로 덮여 버렸다.


고통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인정과 사랑이 필요한 인간은 관계 안에서 서서히 물들어가고 그 가치를 내면화한다. 그러다 결국은 내가 더 단단한 신념과 가치를 만들어 낸다.  


나에게 능력과 지위가 그런 것이었다. 사회적 지위에 따라 평가판단을 내리고 이유없는 비난을 싸잡아 해도 무방하다는 어리석음이 점차 경고한 기준이 되어갔다.


정작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좋았다. 비록 나를 버리고 나온 엄마가 다방 마담이어도 나는 엄마 품이 좋았다. 엄마 품이 있는 그곳이 다방보다 더 한 곳이라고 해도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마냥 좋고 안전한 곳이었다. 변의 평가도 그때는 중요치 않았다.


틈틈이 그 안전한 나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어른들의 시선은 의문이었다.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 곧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뭔가 말하지 않아도 좋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벌레 보는 듯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때는 잊으려 애썼다.


굳이 찾아가 물어볼 수도, 이겨낼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외면했다. 그것은 나의 무의식에 사회적 지위의 중요성을 새겨 주었고 안간힘을 써서 그곳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나의 가치에는 '선생님이 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어릴 때는 몰라도 평생 그런 시선과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기고 있었다. 나는 선생님이 되었고 안전한 시선 안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시선은 내부에 있었다.


내 환경이 달라졌다고 해도 이미 내 몸과 마음은 판단평가의 시선이 에어리언의 숙주처럼 자라고 있었다. 동료와의 관계에서,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친구와의 관계에서 더 가치로운 것에 환대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교묘히 경멸하는 마음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 시선에 가장 자유롭지 못한 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


"비난의 눈빛"


정말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기준들.. 어렸을 때 나를 바라보던 어른의 눈빛으로 상징되는 시선...


'눈빛'


상담사의 도움을 받았다.

(*상담을 마치고 기억을 회귀하며  글이다. 내 인식에서의 변형과 왜곡이 있을 수 있다)



상: 오늘 어떤 것을 다루면 좋을 까요?

내: 별일이 아닌데, 저도 별게 아니라는 걸 아는데.. 그일 이후 다운이 되고 우울감이 지속되고 있어요.


상: 그렇군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내: 제가 실수로 교감선생님께 잘못 말한 게 있었어요. 제가 미처 확인하지 않고 말한 건 잘못이지만 뭐 그럴 수 있는 일인데..


상: 네~ 이해가 되지만 잘못했다고 자책을 하고 있네요.

내: 네.. 이런 사소한 일로 자책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상: 그 시간을 떠올리는 몸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나나요?

내: 명치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고 답답하고 속은 울렁거려요.


상: 네, 그렇군요. 괜찮다면, 잠시 그 느낌에 머물러 볼 수 있을까요? 그 느낌이 말을 한다면 뭐라고 하는 것 같은가요?

내: 감당할 수 없으니 선 넘지 마, 느끼지 마..라고 말을 해요.


상: 감당할 수 없으니 느끼지 말라고 하네요. 그때의 우주님을 보호하고 있는 거네요. 지켜주고 있네요.

내: 네, 그때는 느낄 수 없었어요.


몸의 울렁거림과 답답함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한참을 그라운딩을 했다.


상: 지금은 달라요. 지금의 우주님이 그때의 어린 우주를 알아주고 보호할 수 있어요. 저와 함께 그 아이와 연결감을 가져 볼까요? 그저 가까이 가지 않아도 되니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세요.

내: 멀리서 보고 있어요.


상: 그 아이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내: 가게에 달린 방에는 고스톱 치는 사람들이 한가득 있어요. 그 한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려고 해요.


상: 그렇군요. 그 아이의 마음은 어떤가요? 어떤 마음이 느껴지나요?

내: (한참. 생각했다. 이것이 맞지만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사실 그 공간을 좋아해요. 아무것도 문제 되지 않아요. 사람들의 온기가 있고, 엄마가 있기 때문이에요.


상: 그래요. 그 아이는 엄마가 있는 곳을 찾아왔어요. 그것이 가장 필요한 것이었어요. 그 아이의 마음은 어떤가요? 그 아이의 마음을 느껴보세요.

내: 기분이 좋아요. 만족스럽고 행복해해요. 대체로 항상 그랬어요.


상: 네, 만족스럽고 행복하군요. 그래요. 그때는 그랬어요.

내: 이상해요. 그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상: 어른의 잣대, 세상의 잣대 말고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세요. 아무것도 문제 되지 않아요. 가장 필요한 것을 찾아서 왔고 그것을 누리고 있는 거예요. 만족스럽고 안전한 공간에서 엄마와 함께 있어요. 그것이 가장 필요했어요.

내: 그렇네요. 가장 필요했고 그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상: 그 느낌에 머물러 보세요. 지금 몸의 감각은 어떤가요?

내: 편안하고 이완이 돼요.


상: 편안하고 이완이 되는군요. 그것이 몸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나요?

내: 가슴에 있던 강한 느낌이 사라졌고 팔, 목의 긴장이 풀려서 가벼운 느낌이에요. 울렁거림도 없어졌어요.


상: 네, 잃어버린 자원을 찾으셨네요. 그 아이는 편안하고 행복했어요. 그건 잃어버렸던 우주 님의 자원이에요. 그 느낌을 잘 느껴 보세요.

내: 그렇군요. 그때처럼 담담하고 평화롭고 기분이 좋아요. 이상하네요. 그 시간은 행복했었는데 크면서 그 시간이 너무 싫어졌었어요. 다 어리석고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 어른 아이는 그 자체로 순수하고 가장 필요한 것을 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중요해요. 어른의 잣대로 그 아이의 순수한 행동을 평가할 수 없어요.

내: 그랬네요. 제가 다시 평가하며 기억을 바꿔버렸네요.


(생략)


---


나의 잃어버린 자원은 담담함과 밝은 에너지였다. 비록 다방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고 엄마와 함께 살게 된 것이 행복했다. 안전하고 따뜻했다. 사회적 시선에 위축되면서 나의 자원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다행히 그 시간의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엄마가 있는 행복한 아이였다.





"수치심과 자책감으로 고통받는 내담자는 특정한 자원이 어떻게 결핍되었는지 상기하고, 잃어버린 자원을 계발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가 어떤 환경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이해함으로써 특별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감각운동심리치료 (이승호 옮김, PAT OGDEN, JANKNA FISHER. 하나의학사) 21장. 잃어버린 자원 계발하기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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