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0대는 혼란스러웠다. 벅찬 사건이 연속됐고, 집에 가고 싶다 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시절의 내가 그리워한 집은 어디였을까. 실제로 몸을 뉘었던 곳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고, 완전한 평화를 느낀 적도 없었다. 그때도 의아했다. 누구를 찾고 있는가, 어디에 가고 싶은가. 오랜 시간 따라다녔던 질문이다. 나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 지독한 그리움에 빠질 때가 있다. 지쳐버린 정신과 육체를 감싸줄 요람을 찾는다. 자연스레 사랑과는 멀어진다. 모든 것이 피곤하고, 원망스럽고 벅찬데 어찌 사랑할 힘이 있을까.
그렇지만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 살 수 없다. 애정 어린 시선은 떼어낼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이다. 쓸모없는 것을 들여다보고 사랑하는 것. 생존에는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일을 하는 것. 우리 모두는 사랑할 것을 찾아다니는 수집가일지도 모른다.
수집의 기준은 각자 다를 것이다. 가족이나 연인, 동거하는 고양이, 동침하는 토끼 인형, 자주 걷는 산책로, 옆을 흐르는 강의 윤슬….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결국엔 나를 이룬다. 이 사실을 오랫동안 외면한 것 같다. 그 세상이 나를 해치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지. 사랑스러운 것이 이리도 많은지는 몰랐다. 사실은 사랑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성실히 사랑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연인은 공원이다. 규모와 상관없이 어느 곳에 가도 나무와 땅이 있다. 공원에 앉아 푸르름을 충분히 즐기다 보면 평안해진다. 그곳은 금세 요람이 된다. 10대 시절 그렇게 그리워하고 찾아다녔던 집은 바로 옆에 있었다.
두 번째 연인은 책을 비롯한 서사예술이다. 수많은 이야기와 인물이 존재한다. 책과 영화, 드라마, 공연을 볼 때마다, 우리는 낯선 세상에 편입된다. 그곳에서 조각을 발견한다. 우리의 세상을 연상시키는 무언가를 주운 채 돌아온다. 그곳은 또 다른 나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사랑하게 된다. 형체 없는 그리움이 괴롭혀올 때 도망칠 곳이 늘어났다. 그것으로 이야기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집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멍하니 스크롤을 내리다 이 글을 보는 이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 모든 이들에게 사랑하는 법을 잊지 말라 외치고 싶다. 당장 고개를 돌려보면 질릴 만큼 본 사람이나 사물이 보일 것이다. 그곳에서도 당신이 아끼는 무언가가 있을 테다. 자주 찾게 되는 물컵일지라도, 이 세상엔 당신의 것이 있다. 사랑할 것이 있다. 당신의 사랑을 받는 것이 모이고 모여 요람이 된다. 지치고 힘들 때 안아줄 무언가가 된다. 우리의 집이 되어줄 것이다. 사랑은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