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화꽃 향기'를 보고나서
뒤늦게 영화 ‘국화꽃 향기’를 봤다. 이 영화가 한창 상영되던 당시와, 영화에 등장한 배우의 삶이 영화와 같은 삶의 궤적을 거쳤다는 것 때문에 재조명된 당시에도 막상 영화 전체를 관람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오래전 영화를 지금까지 관람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영화의 드라마적 요소가 내 삶의 맥락과 크게 겹치지 않아서 와닿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일 것이었다. 혹은, 최루성 멜로로만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국화꽃 향기’를 뒤늦게 보게 된 이유가 그동안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있던 이유와 상당히 비슷했다. 그동안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있던 이유, 그러니까 그 극단적 드라마적 요소와 더불어, 서사는 극단적인데 제목이 하필 ‘국화꽃 향기’라는 점 때문에 그 사이에 느껴지는 이상한 부조화와 더불어 뻔한 멜로 영화일 것 같다는 이유가 도리어 이제야 이 영화를 보게 된 동기가 됐다.
영화 ‘장미의 이름’처럼 뭔가 유혹적인 꽃의 이미지와 상징을 제목으로 사용해서 그 제목과 내용 사이에 미스터리함을 숨겨놓았다거나, ‘영화 해바라기’처럼 한창 만개할 시기의 열정적인 꽃의 이미지를 제목으로 사용해 내용을 궁금하게 하거나, 소설 ‘푸른 꽃을 찾아서’처럼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게 아니라, 뭔가 너무 소박하면서도 장례식에 주로 사용되어서 알 수 없는 비장함을 주는 동시에 그 때문에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게 되는 꽃과 그 향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국화꽃 향기’.
과거처럼 ‘설마, 죽음을 암시하는 국화꽃처럼, 사랑하던 여주인공의 죽음을 다루는 뻔한 멜로 영화는 아니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이제야 ‘국화꽃 향기’가 뭘까 궁금하게 되어 보게 되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렇게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니, ‘국화’ 같은 여성을 사랑한 남성의 순애보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그 ‘국화’에 대한 ‘순애보’가 와닿을 듯 잘 와닿지 않아서 초반에 그, ‘인하’가 국화꽃 같은 캐릭터인 그녀, ‘희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영화적 상황에 몰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차차 진행되면서, 영화적 장치로 사용된 것 같지만, 비극적으로 작용하는 등장인물들 간의 역학관계만큼은 관객의 입장에서 최루성 멜로로 보이기보다는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영화의 엔딩에서, 소박하지만 자연스럽고 단단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국화꽃’ 같은 그녀, ‘희재’는 그, ‘인하’에게 딸을 남겨주고 장례식에 헌화로 사용되는 ‘국화꽃’처럼 떠난다. 그러고 보면, ‘국화꽃’은 일상에서 일견 너무 소박하면서 장례식에서는 너무 특별해지는 꽃인 것 같다.
여행을 자주 다녀본 사람은 ‘떠나보면 언젠가 알게 될 거야’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여행을 마칠 때쯤 이곳이 ‘여행지’인지, ‘고향’인지 혹은 ‘돌아갈 곳’이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여행을 다니지 않고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는지는 ‘고향’만이 전부인 사람만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국화꽃 향기’에서는 이상하게 ‘국화꽃’ 같은 ‘희재’도 희재이지만, 오롯이 ‘국화꽃 바라기’를 하다가 인생의 젊은 때에 '국화꽃'을 영원히 떠나보낸 그, ‘인하’의 시점이 눈에 들어온다. 엔딩에서 그, '인하'는 그녀, '희재'를 보내면서 ‘국화꽃 향기’가 가득하던 고향을 떠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