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함께 식사한 기억이 많지 않았다. 부모님은 일하느라 바빴고 대한민국 학생들도 직장인만큼 바쁘기 때문에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직장을 퇴직해서 시간의 여유가 많이 생겼을 때에는 자식들이 집을 떠나 독립을 했기 때문에 특별한 날이 아니면 다 함께 식사할 일이 많지 않았다.
내가 부모님 집으로 돌아온 뒤로는 셋이서 식사할 기회가 많아졌다. 셋이 밥을 먹을 때면 대화 주제는 오늘의 반찬 얘기로 시작해서 나에 대한 잔소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엄마 아빠의 잔소리를 듣는 일이 싫어서 함께 식사하는 걸 피했는데, 혼자 밥을 먹게 되면 반찬의 질과 양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로는 다시 부모님과 식사를 했다.
잔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지만, 맛있는 식사 한 끼는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반찬! 잡채가 있어서 신나게 젓가락질을 했는데 부모님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너 젓가락질 못 하니?”
“아니, 어떻게 젓가락질을 못할 수 있어?”
부모님이 너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어서 나는 잡채를 입 안 가득 넣고 말했다.
“젓가락질을 배운 적이 없어, 엄마 아빠가 안 가르쳐 줬잖아.”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는데, 부모님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는 나를 부모님이 또 나무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엄마의 말이 내 예상과는 달랐다.
“내가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어렸을 때 너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써서 그래.”
엄마 말이 끝나자 아빠도 나에게 말했다.
“네가 워낙 혼자서 알아서 잘하니까 그래서.”
부모님은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잘 보살피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너무 바빠서 혼자 외롭고 슬픈 마음도 들었는데, 부모님과 지내면서 당신들이 자식에게 못 해준 일들에 대해서 아쉬워하고 미안해한다는 걸 알게 됐다.
“젓가락질 못해도 밥 잘 먹어요.”라는 노래 가사처럼 나는 내 앞에 있는 음식을 야무지게 맛있게 잘 먹고 있다.
비록 젓가락질은 배우지 못했지만 무언가 서툴러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을 가르쳐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