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안 하던 등산을 했더니 무릎이 아팠다.
집에 돌아와서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있는데 엄마가 내 무릎을 보며 말했다.
“살쪄서 그래.”
새벽까지 책상에 앉아서 일을 했더니 허리가 쑤셨다.
허리 안마기로 안마를 받고 있는데 엄마가 내 허리를 보며 말했다.
“살쪄서 그래.”
요즘 부쩍 땀을 많이 흘리는 게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부족한 것 같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홍삼을 먹는데 엄마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살쪄서 그래.”
내가 아프기만 하면 엄마는 무조건 ‘살’ 때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을 생각한다.
나는 엄마가 너무 하나만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엄마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는 아직 모르는 것 같아. 내가 요즘 몸이 좀 안 좋은 이유는 살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래. 엄마 눈에는 내가 마냥 어리게 보이겠지만 나도 늙었어.”
엄마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럼 알지 너 늙은 거, 얼굴에 주름이 여기저기 있고 흰머리도 많잖아. 다 알고 있어. 체중계 올라가 봐 살 많이 쪘을 거다.”
엄마는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엄마 말을 듣고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내 예상보다 몸무게가 더 많이 증가했다.
엄마는 매의 눈으로 나를 다 보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인데, 나는 너무나 객관적인 눈을 가진 엄마 덕분에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됐다.
자식을 사랑의 눈으로만 보는 고슴도치 엄마도 좋겠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 덕분에 나는 자만하거나 오만한 사람은 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