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본색 3단계(최종)
1. 장난기가 많고, 만화나 인형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2. 음식에는 관심이 없으나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만화, 운동 등)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3. 인간관계에 신중하고 기본적으로 이타성을 보인다.
4. 평범하고 싶어 하나 이미 본인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인정하기를 꺼려한다.
5. 본인이 모르는 분야는 묻고 배우기를 기꺼이 하는 호기심 덩어리다.
6. 말장난으로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을 지속한다.
이렇게 행동의 공통점이 찾아졌으면, 그 행동을 대표하는 어록으로 표제를 삼는다. 그렇게 정리된 제목은
"최보통의 낫보통 일상"
아홉 번째 인물 탐구: 40세, 교사
[얼렁뚱땅 꼼꼼하게]
- 진지함과 코믹함을 섞은 중간 영역에 서 있어!
- 쉽게 곁을 주지 않지만 바짝도 서 있는 언행불일치!
1. 저 치즈 못 먹어요
예시 A : 그 나라 유제품이 좋다던데?
B : 저 치즈 못 먹어요. 체다 치즈만 먹을 수 있어요.
체코 여행은 이 인물을 알고 대략 7년쯤 되어서 갔다. 초반 3년은 낯을 너무 가리고 말수가 적어서 챙겨줘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했었고, 3년이 지나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말과 예측 불허의 엉뚱함에 정신을 못 차렸다. 그러다 5년 차쯤 되니 그러려니가 되었고, 7년 차에는 충분히 알고 있는 사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겁 없이 해외여행을 추진했다. 친한 사람과 여행을 가면 싸운다고 하던데, 그럴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여행을 가니 서로 다른 식성이 걸렸다. 나는 육식을 좋아하고 보통이는 야채를 좋아한다. 해외 음식점에서 둘의 입맛 차이를 줄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서로 양보하느라 지그재그로 육식과 채식을 오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접점이 치즈! 그런데 보통이는 체다 치즈 외에는 치즈를 못 먹는다고 선언했으니, 그것도 답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하루는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마트에서 샀다. 나는 모짜렐라 치즈를 보통이는 빵을. 그래서 합체! 웬걸 보통이가 나보다 치즈를 더 잘, 아주, 많이, 흡입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에 대해 참 많이 모른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 표리부동한 녀석을 그냥 볼 수 없어서 한 마디 했더니, 결코 지지 않는 보통이!
2. 왜 이제야 알려주시는 거죠?
예시 B : 모짜렐라 치즈가 이렇게 맛있는데, 왜 이제야 알려주시는 거죠?
A : 니가 치즈 못 먹는다며..
B : 안 먹어 봤으니까, 못 먹는 줄 알았죠. 진즉 알려주시지.
A : ...
진즉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나를 혼내는 것이 아닌가? 이게 약간 오묘한 것이 '진심 서운한 감정'을 담아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아니 내가 가족도 아니고 어찌 다양한 음식 문화를 체험까지 도와줄 수 있을까? 뭔가 어이없으면서 웃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는 보통이. 보통이는 주변을 살피고 관심이 많은 성격은 아니다. 약간 경주마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향해 달려온 유형이다. 그러다 보니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늦게 알려줬다면서 짜증을 부린다. 아마도 전생에 이 아이가 내 동생이었나? 어처구니는 이럴 때 찾는 것! 그래도 밉지 않으니 보통이는 진짜 낫보통이다.
3. 저 노멀 해요.
예시 A : 너는 참 평범하지가 않다. 어떻게 체력이 70%에서 25%로 떨어지니...
B : 저 노말 해요. 제가 얼마나 평범한데욧!!!
저질 체력으로 자부하던 내가, 체코에서 보통이의 미기준 체력에 깜짝 놀란 날이 있었다. 아침 일찍 새벽 까를교를 걷자고 서둘러 나온 날, 우리는 까를교에서 동이 트는 것을 보았다. 30분 정도? 사람도 적었고 추위도 만만치 않았었다. 그래도 쉽게 올 수 없는 이 땅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모두 담고 싶었다. 그 일정이 나에게는 무리였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다. 까를교의 야경과 다르게 그 새벽은 침잠하고 묵직한 순교자의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보통이를 둘러보았는데, 그런데 평소 같지 않았다. 눈에 초점이 없는 것이.. 서둘러 커피숍을 찾았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급 수혈하고 났더니 점차 깨어나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 보통이의 체력은 좋은 편이었다. 한 겨울에도 외투를 입지 않는 녀석이었으니. 그런데 그날 아침은 정말 남달랐다. 그랬더니 보통이 하는 말 "이곳의 추위는 반도의 날씨와 달라요!" 역시. 보통이는 입이 살아 있다. 그리고는 계속 자신이 노말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이미 체력으로도 반도인가? 아닌가? 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데... 언노말 보통씨!
4. 제가 더 잘할게요.
예시 A : 에휴. 손이 얼마나 더 가야 헌다냐..
B : 형님. 제가 더 잘할게요..
처음 만난 이후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실수를 하거나, 고마운 마음이 들거나, 특별한 순간에 진심을 담아서 이렇게 말한다. "형님, 제가 더 잘할게요." 하. 뭐 실수를 해서 연을 끊을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계속 잘하겠다는 부도 어음만 발행하는 이 녀석을... 떨쳐낼 수 없을 것만 같으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헤어질 때면 항상 이 말을 한다. "제가 더 잘할게요."
5. 우와 억울하네 진짜
예시 A : 언제쯤 잘할래? 맨날 잘한다며?
B : 제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 우와 몰라주시네. 억울해요 진짜.
보통이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짜증내기, 억울해 하기다. 너무 진심을 다해 억울해해서 내가 핍박을 하는가?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냥 숨 쉬듯 자연스러운 보통이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잘하겠다와 내 마음을 몰라줘서 억울하다와. 만일 보통이를 학교가 아닌 다른 사회에서 만났다면, 난 두 번 보지 않았을 것이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같은 행동을 번복하는 것을 딱 싫어하기에. 그런데 학교에서 만나 믿도 끝도 없이 나를 "형님"이라 부르는 보통이는 참 예외다. 이 아이도 내가 키운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기묘한 인연의 끈이 우리를 10년 넘게 묶어주고 있다. 처음 삼삼(33) 했던 내 나이를 보통이가 삼삼(33)하게 지나고, 불혹의 시기를 또 겁도 없이 보통이가 뒤따라 오고 있고. 참 보통의 인연은 아니다. 우리도.
내 인생에서 만난 두 번째로 독특한 인물!
예측 불허의 상상 이상의 존재!
보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