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일치의 무거운 실천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만고의 진리다.
요즘 학년실에 여러 일들이 켜켜이 쌓여 참 어려웠다. 어느 순간 웃음은 사라졌고 깊은 한숨과 탄식이 가득했다. 일하면서 즐거울 수는 없지만, 교사의 기분이 수업에 영향을 주기에 의도적으로 기분 전환을 하려고 애를 썼다. 실없는 농담으로 경직된 분위기를 전환시켜 보려 해도 쉽지 않았다. 그것을 염려한 '학년의 형님'들께서 긴급 회식을 제안하셨다. 후배들의 어려움을 다독여주면서 우리 모두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으셨던 까닭이다. 그때 가벼운 저녁식사를 하며 나왔던 농담.
'단체양말 신기'
"단체 티라도 맞춰 입고 으싸으싸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단체 티는 남사스럽고, 양말정도는 신을 수 있지..."
"그럼 형광 양말 어때요? 발만 보이게. 교실 갔는데 애들이 발만 보게."
"하하하. 그럼 형광 핑크요. 우리 애들이 남자는 핑크라고 했어요."
"애들이 웃겨 죽겠네요."
깔깔 웃으면서 넘겼지만, 우리는 진심의 민족이라...
형님들이 그 자리에서 인터넷 주문을 하셨다. 한 분은 핑크를, 다른 분은 노랑을.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말릴 여력도 없었다. 너무 빨라서.
며칠 후, 형님들이 주문한 핫 핑크 양말.
눈이 아찔해졌다. 형광도 이런 쨍한 형광이라니. 이건 밤에도 야광 기능이 가능할 것 같다. 침을 꿀꺽 삼키고 용기를 내어 신었다. 내 생에 형광은 형광펜뿐이었는데. 자연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그중에 형님 한분은 도저히 핑크는 못 신겠다고 하시며 노랑을 신으셨다.
하루 종일 애들이 발만 바라보며 키득거렸고, 다른 학년실 선생님들께 상황 설명을 여러 차례해야 했으며,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학교에서 웃을 일이 하나라도 더 있다면, 이 또한 충분히 감당할만했다. 우리의 장난스러운 행동에 애들이 잠시 쉼을 경험하면 되었다.
얼굴이 핫핑크보다 더 붉어지면서도 '형광'을 허락하신 형님들의 '언행일치'에 존경심이 절로 일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아끼고 보듬으며, 애들을 위해 기꺼이 망가져주는 넉넉함인 것 같다.
멋진 형광 형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