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보듬는 동행자들

정끝별의 '밀물'

by 나노

밀물(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출처: 『흰 책』, 민음사, 2010


배는 정박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항해를 위해 만들어졌다. 사람도 홀로 살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서로 기대고 기대어 힘이 되라고 만들어졌다. 힘이 들면 힘들수록 마음을 기대어 견디라고. 그러니 고고하게 홀로 서겠다는 다짐은 참 '어린 생각'일 것이다.

한자 ‘人’은 서로 기대서 있는 모습을 형상한 것이라니, 인생의 큰 뜻이 있어서 일 것이고.

얼마 전 포춘쿠키를 뽑았다. 그랬더니

"사람은 기대어 산다"

이 글귀가 뽑혔다. 몸이 안 좋아서 주변 어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전전긍긍했던 좁아터진 마음이 관통당했다. 감사하고 죄송해서 쩔쩔맸는데...

기대어 사는 것도 배우라는 인생교훈을 터득해가고 있다. 마치 항구에 안겨 잠드는 배처럼.

나도 어른들 품에 안겨 이 시절을 지나고 있다.


"무사해 다행이구나."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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