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음음~~~ 안돼~~~”
눈이 번쩍 떠졌다.
지난번처럼 안 보이면 어떻게 할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더 번쩍 떴다. 다행히 환한 빛이 보인다. 저것은 달 모양. 어제 내가 빌었던 달님이신가? 아닌데 뭔가 좀 더 작고 흰색이고, 저 옆에는 별? 아니!!! 이건 내 방 천장에 붙어 있는 ‘야광 달’이닷!
벌떡 일어나 앉았다.
먼저 얼굴을 만져보니 말랑말랑하다. 서둘러 팔, 다리를 더듬더듬 만져보았다. 없다! 털이 없어!
“야호!!! 돌아왔다!!!”
그래 내가 돌아온 것이다. 내가 털이 없는 인간 동완이가 된 것이다. 분명 내 친구들이 깨지면서 사라져 소리쳤던 것 같은데, 내가 돌아왔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눈앞에 누나가 떡하니 서 있었다.
이건 호랑이 누나! 이 얼굴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더 이상 댓잎을 먹지 않아도 되고, 갇혀 있지 않아도 된다!
누나 얼굴을 보니 너무 반가운 마음에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올라왔다.
“누나~~~ 보고 싶었어! 우앵~~~”
크게 소리쳐 울었다. 이 호랑이처럼 무섭고 싫던 누나가 다행히 내 눈앞에 있다. 내가 다시 누나 동생 전동완이가 된 것이다. 더는 곰이 아니다.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얼마나 누나를 보고 싶어 했던가? 누나의 등짝 스매싱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퍽퍽퍽~”
눈앞에 불길이 번쩍! 그래 이 맛이다. 호랑이가 날리는 번개 등짝 스매싱. 등짝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픔이 온몸에 막 퍼지면서 짜증이 스멀스멀 났다. 그래 우리 누나가 맞다. 나를 이렇게 세차게 때리는 것은, 우리 누나뿐이다. 걱정 반 화 반. 누나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야! 무슨 잠을 어떻게 잤길래. 이 난리야! 더 맞아야 정신 차리지?”
누나는 눈을 부릅뜨면서, 얼마든지 더 때려주겠다는 사나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정신이 번뜩 들었다. 한 번 더 맞으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서둘러 대답했다.
“아니, 아니, 나 이제 정신 차렸어. 안 맞아도 돼.”
역시 우리 누나다.
등짝 세 대로 정신이 번쩍 나게 해줬다. 등짝은 아팠지만, 이 아픈 것도 행복했다. 눈물을 닦으면서 주변을 다시 둘러봤다. 열린 방문 사이로 식탁 위에 떡하니 ‘김치볶음밥’이 보였다. 침대 위에는 내가 먹던 치토스 반 봉지가 그대로 있었다. 그래 누나 말처럼 꿈, 꿈이었나 보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더 말하면 헛소리한다고 맞을 것이 뻔하니, 입은 꾹 다물고 이곳저곳 집안만 둘러보았다. 곰 우리도 없고, 대나무도 없고, 내 초록 똥과 노란 물줄기도 없다. 다행이다. 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나도 모르게 앞에 서 있던 누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팔 한가득 누나가 잡히는 것을 보니 진짜, 진짜로, 내가 돌아온 것이다. 누나는 씩씩거리며 화를 마구 냈지만, 나를 밀어내지 않고 등을 내어줬다. 마치 꿈에서 엄마 곰이 그랬던 것처럼.
“야, 전동완! 너 때문에 나 학원 늦었어. 그만 울고 아침부터 먹어! 엄마가 힘들게 챙겨줬잖아. 나 갈 테니까 게임 그만하고 숙제 좀 하고! 간다!”
우당탕탕.
누나는 운동화를 구겨 신고 와다다 달려 나갔다. 이 익숙한 장면을 보니 한결 마음이 더 놓였다. 그래 우리 집이다. 항상 누나가 하던 잔소리다. 진짜로 꿈이었나 보다. 그 무섭던 동물원에서의 시간이.
주섬주섬 주변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휴대전화 두 개가 이불에서 나왔다. 하나는 방전되어 화면이 안 켜지고, 하나는 ‘로블록스’ 화면이 켜져 있다.
이런!!
서둘러 화면을 껐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더는 동물원 만들기, 아니 로블록스, 게임을 하기 싫다. 또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최대한 멀리 휴대전화를 던져 놓았다. 이런 꿈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최악의 악몽!!
아참, 제일 먹고 싶었던 엄마표 김치볶음밥!
벌떡 일어나서 식탁으로 갔다. 더는 두 손에 휴대전화 들고 걷지 않을 것이다. 절대! 절대! 친절한 우리 엄마는 항상 내가 좋아하는 베이컨과 김치를 같이 볶아주신다. 숟가락으로 한가득 떠서 ‘우왕~’ 한입 가득 물었다. 그래 이 맛이지! 얼마나 그리웠던가?
이게 꿈이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난 영영 곰으로 살아야 하는 줄만 알고….
그래도 황금 똥은 좀 아쉽기는 하다.
이 이야기를 아빠한테 하면 믿어주실까? 아니지 혼나기만 하겠지…. 게임을 하느라 꿈과 현실을 모른다고, 잔소리만 들을 것이다. 다시는 로블을 켜지 않을 것이다.
아차! 길들였던 동물들을 풀어줘야지. 조금 전의 나처럼 힘들면 안 되니까!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 로블을 켰다. 동물원 만들기 ‘취소’를 눌렀다. 잠시 후 안내 글이 하나 열렸다.
‘모든 동물을 풀어주시겠습니까?’
숨도 안 쉬고 ‘네’를 눌렀다. 최대한 빨리 우리에 갇혀 있던 엄마 곰과 다른 친구들을 놓아주고 싶었다. 그렇게 터치 한 번으로 로블은 초기화되었다.
“어휴~ 다행이다.”
이제 곰들이 숲을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겠지?
내가 이렇게 마음껏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처럼.
게임 화면을 서둘러 껐다. 솔직히 다시 끌려들어 갈까 무섭다. 누나는 꿈이라고 했지만, 휴대전화를 들고 있기도 싫다. 그때 액정 화면이 바뀌더니 ‘민수’의 영통이 떴다.
내가 그리워한 절친!
나는 반가운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 큰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 민수야!”
평소와 다른 내 목소리 크기에 민수는 조금 멈칫하는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반가운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민수는 평소보다 차분하게 물었다.
“동완아 너 뭐해.”
“나 밥 먹어. 너는 뭐해?”
“응. 아침에 눈이 와서 눈사람 만들러 갈려고. 너도 같이 갈래?”
머뭇거릴 필요가 없는 질문이다. 아침에 아빠랑 눈사람 안 만들었던 것을 얼마나 울며 후회했던가? 춥다고 거절하면 절대 안 된다. 절대 안 돼! 난 이제 파워E!
“응 가자!”
“그럼, 좀 이따가 봐.”
원래는 추운 날 외출을 싫어했기 때문에, 민수는 의외라는 분위기였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무조건 만나자고 했다. 잠옷 위에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장갑을 챙겨서 우당탕퉁탕 뛰어 현관으로 달려 나갔다. 아참! 내 휴대전화! 고개를 돌려 보니, 식탁 위에 휴대전화 두 개가 놓여있다. 한 번도 휴대전화 없이 나간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신발을 꾹꾹 눌러 신고, 힘껏 대문을 열었다.
환한 햇살과 도로에 쌓인 흰 눈까지!
두 눈이 따가웠다.
잠시 눈을 감았다.
깜깜한 눈앞에 잠시 엄마 곰의 모습이 보였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