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곰들은 실컷 먹었는지 초록 병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냄새를 맡아보니 엄마 곰이 제일 먼저 초록 똥을 만들었고, 엉덩이 녀석이 내 앞에다 ‘때구루 때구루’ 두 덩이를, 의리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피할 수가 없어서 엉덩이 녀석 초록 병사가 내 무릎에 굴러와 멈춰 섰다. 저 구멍을 틀어막을 수도 없고. 다음으로 애기 질질이 녀석이 제법 여러 덩이를, 마지막으로 아픈 까칠이기 두 덩이를 낳았다. 적게 먹어서인지 나는 아랫배만 살살 아프고 초록 병사가 나오지도 않았다.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언제든지 마음껏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것이었구나.
왜 그것들이 소중한 것이라는 걸 몰랐을까?
호랑이 누나의 등짝 스매싱을 맞고 싶다. 등판이 얼얼하고 정신이 쏙 빠지는 그 아픔을 다니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물었다.
“꾸루룩 룩루룩”
배에서 자꾸 소리가 났다. 다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느라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이 소리가 너무 신경이 쓰이었다. 혹시라도 내가 내 몫을 나눠주고 배고픈 것을 안다면, 서로 많이 미안할 테니…. 어떻게든 소리를 멈추게 해야 한다. 눈앞에는 잎을 다 뜯어 먹고 남은, 대나무 줄기만 12개 가지가 덩그러니 있었다.
우리는 대나무의 잎을 먹는다.
저 딱딱한 줄기를 먹으면 뱃속을 꼭꼭 찔러서 어딘가 막히면 답이 없다. 소리는 나고 먹을 것은 대나무 줄기밖에 없고…. 어떻게 하지? 고민고민하다가, 슬쩍 대나무 줄기 하나를 손에 쥐었다. 초록 잎만 먹다 누런 줄기를 먹으려니 식욕도 돋지 않고 겁도 났다. 하지만 굶어 죽으나 배가 아파 죽으나 크게 차이가 없겠다는 마음으로
“우직직~”
한입을 베어 물었다. 윽~ 역시 딱딱하고 질기다. 맛이 없을 줄 알았지만, 심지어 쓴맛이다. 우리 곰 민족(?)이 댓잎만 먹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달콤한 맛이 이파리로 올라가서 줄기는 쓴 것인가?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먹어야 한다.
“우지직 끈~”
한입을 더 크게 물었다. 너무 질기니까 열심히 씹고 또 씹어야 한다. 한 스무 번을 씹다 보니 꿀꺽 목으로 넘어가기는 한다. 뭐 이 정도면 먹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해가 지도록 꾸역꾸역 줄기를 먹었다. 다행히 꼬르륵 소리가 더는 안 난다. 입 한가득 쓴맛이 올라왔지만, 그저 열심히 씹었다. 살아야 한다. 고프던 배가 조금씩 채워졌다. 아랫배가 살살 아프기는 했지만, 배가 안 고픈 것만으로 충분했다. 뭐 괜찮아지겠지….
“으으윽~~”
장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어서, 배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참으려 해도 터져 나오는 앓는 소리에 주변 곰들이 돌아봤다. 깜짝 놀라 엄마 곰이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끅끅끄으윽~”
괜찮으냐고 하는 말에,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엄마 곰을 더 걱정시킬 수 없다. 지금 이 좁은 공간에서 움직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미안해서 억지로 괜찮은 척을 했다. 통증이 더 찌릿찌릿 느껴져서 고개를 푹 숙이니, 앞에 앉아 있던 엉덩이 곰 녀석의 등에 기대게 되었다. 녀석은 흠칫~ 놀라기는 했지만, 나를 밀어내지 않고 기댈 수 있게 등을 더 내주었다. 자식 의리는 있다. 비록 나한테 초록 병사를 발사하기는 했지만, 내가 아픈 것을 눈치채고도 티 나지 않게 나를 배려해 주고 있다. 엉덩이 녀석의 등에 몸을 기대고 나니, 한결 통증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아픈 중에도 ‘만약 내가 엉덩이 곰이었다면 이렇게 해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참 녀석 든든하니 믿음직스럽다. 그렇게 어느 순간 ‘도로롱’ 잠이 들었다. 아마 엉덩이 녀석은 나를 받쳐주느라고, 밤새 깊게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고마웠다.
배가 아파서 깨어나, 곁눈으로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떠 있었다. 하, 내가 인간이던 때, 아니 동완이었을 때, 추석에 가족들하고 강강술래를 했었는데.
그때 달이 저렇게 동그랗게 떠 있었지….
만약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님~ 제발 다시 돌아가게 해주세요. 저 파워E로 살게요.’
속으로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