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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Oct 29. 2022

[수수한그림일기]청둥오리의 안위

2022.10.01

어제 들른 정자가 있던 연못에서 놀라운 광경을 봤다. 어떤 아주머니가 오리야~하며 좁쌀 통을 꺼내자 오리가 강아지처럼 폴짝 와서 좁쌀을 먹는 거다. 막 부리로 아주머니 손을 치며 더 달라는 시늉을 하고. 우리 꼬마들에게도 좁쌀을 나누어 주셔서 줄 수 있었다.

지나가다 관심 가진 다른 아주머니도 이 광경을 구경하는데 동참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원래 9마리가 있었는데 다 죽고 얘만 남았다고...

"언제부터 친해졌어요?"
"두 달 정도 되었어요."
"나도 먹이 줄 걸 그랬다. 그 생각을 못했네."
"아무나 안 따라요. 나만 따라와요."

이 질문과 이 대답이 이루어진 대화가 너무 좋았다.

어떻게 처음에 먹이를 가져와서 줄 생각을 하셨을까. 하루 만에 쌓일 관계가 아닐 테다. 그 관계에도 분명 '시작'의 날은 있었다.

청둥오리라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떠나기엔 작고 오래 날 줄 모르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오리의 안위를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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