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돼
오늘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알고 보니 보르게세 미술관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단다
그걸 지하철을 타고 나서야 알았다
가서 당황 안 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지하철에서 내려 내일 가볼까나하고 예약을 했다
근데 뭐가 문제인지 진행이 안된다
길거리에서 20분 정도 씨름을 했다
결국은 못하고 에이씨 안가 그래버렸다
다른 사이트에서 예매를 해도 되지만 4-5유로 정도를 더 주고 예매를 하려니 싫다
어차피 미술 좋아하지도 않는데 로마에 왔다고 가보는 것도 웃기다
괜히 맘 상한 상태로 스페인 광장으로 진입했다
이쁘고 좋은 곳이었지만 마음이 상하니 좋은 곳도 별로다
스페인 계단을 오르는데 한 사람이 계속 말을 건다
꼬레아 김민재 손흥민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말겠거니 웃으면서 보내려는데 결국 두 세 가닥의 실을 꺼낸다
이 놈이 거 나한테 팔려고 그러는 구만 싶었다
친구라고 선물이란다
안 받겠다고 하는데 어쩌다 보니 실은 내 새끼손가락에 걸려 있다
막 말을 걸면서 뭔가 만드는데 나는 노 하는데도 계속한다
그래서 공짜냐고 프리? 프리?를 스무 번은 넘게 이야기한 거 같다
대답을 안 한다
결국 완성이 되었고 내 손목에 안착해 있었다
속으로는 팔려고 그러는 건 알았는데 좀 믿어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거 같다
역시나 돈을 달란다
나는 크지 않은 소리로 노를 연신 말하며 팔찌를 열심히 제거하려 했다
이놈 이거 얼마나 세게 묶었는지 풀리지도 않는다
옆에 어떤 사람이 오더니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고 내편을 들어준다
그러자 팔찌를 풀어주었다
유럽에 와서는 이런 경험이 처음인 것 같다
아프리카에서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다시 정신 재정비가 필요한 것 같다
역시 믿을 놈 하나 없다
스페인 광장을 나와서 다시 차분히 보르게세 미술관을 다시 예매해 보기로 했다
찬찬히 다시 해보니 된다
아무래도 정신없이 길거리에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모양이다
내일 오후로 예매를 하게 되었다
내일 축구를 저녁에 봐야 하니 아예 하루를 늦게 시작해서 축구까지 보고 들어와야겠다
그래서 원래 내일 성 베드로 성당을 오전에 보기로 했는데 오늘 당겨서 봐야겠다
다음으로는 트래비 분수를 향해 갔다
트래비분수는 대단했다
동상들도 이쁘고 물색깔이 에메랄드 빛이 나서 전체적으로 굉장히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통제를 아주 잘하고 있었다
들어가는 곳과 나가는 곳을 정해서 동선이 매끄럽게 하였다
첫날 로마에 와서 성천사성에 갔을 때 동선이 좋아서 놀란 경험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심히 걸어서 성 베드로 성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벽에 타일이 굉장히 이쁜 젤라토가게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곳은 영상으로 찍어야 해 하면서 들어갔다
티라미수 맛과 레몬맛을 골랐다
레몬맛은 명불허전이었다
가볍고 상쾌하니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티라미수는 조금 약했는데 나쁘지는 않았다
기분 좋게 가는데 팔찌를 파는 흑인 놈이 말을 걸어온다
기분 좋게 대꾸를 해주는데 선물이라며 팔찌를 던져준다
기분 좋게 피해 주었다
가볍게 걸어 성 베드로 성당에 도착을 하였다
규모가 정말 어마무시했다
높은 천장과 넓은 성당으로 인해 하도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니 어지러울 정도였다
안에 있는 예술 작품들은 하나같이 대단했다
다 보고 나니 위에 올라가 보고 싶다
위에 올라가는 곳은 옆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있는데 자꾸 뒤에서 꼬레아노 꼬레아노 그런다
뭐지 내 얘기하는 건가 아님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 그러는 건가 싶다
알고 보니 길게 선 줄 옆에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있었다
갓을 쓰고 도포 자락이 휘날리는 하얀 동상을 보니 상당히 어색하다
색도 유난히 하얘서 주변과 좀 덜 어울리는 듯하다
그래도 참 신기하면서 좋기도 하다
티켓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15유로 걸으면 10유로란다
나는 운동을 하자 하고 10유로를 결제했다
처음 4-5분 정도 오르니 중간지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 정도는 괜찮네 했는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
좁고 가파른 계단이 계속되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많이 힘든 게 보인다
오르면서 어? 내가 체력이 좀 좋아졌나 싶다
요즘 많이 걷기는 했는데 발에 힘이 좀 붙었나 싶다
높은 곳은 항상 옳다
멀리 어제 보았던 조국의 제단도 보이고 포로 로마노도 보인다
콜로세움은 찾고 싶었는데 내 눈에는 안보였다
높은 곳에서 아래 광장을 바라보니 좋다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엘리베이터는 아까 내가 얘기한 중간지점까지만 운행을 하였다
그 정도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5유로는 조금 비싼 거 같다
내일은 조금은 하루를 늦게 시작해서 로마 중심부의 야경도 즐기고 축구까지 보고 올 생각이다
근데 문제가 있는데 축구 티켓이 아직 안 왔다
인터파크 티켓에 대행을 맡겨놨는데 깜깜무소식이다
문의를 남겼는데 경기 시작 1-3일 전에 보내줄 거라는데 벌써 하루 전이다
괜히 걱정이 된다
혹시 몰라서 추가 문의를 해놓았다
이번에 이탈리아에서 축구를 본다고 사이트 3군데에 대행을 맡겼다
인터파크와 티켓 365, 그리고 Football Ticket Net이다
인터파크를 제외한 두 사이트는 해외 사이트라 조금은 못 미더웠는데 지금은 인터파크가 제일 못 미덥다
지금 18일 유벤투스와 밀란의 경기와 22일 밀란과 지로나의 경기 티켓은 이미 와있다
어서 와서 내일 걱정 없이 경기 관람했으면 좋겠다
2025.1.16
내일은 기분 좋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