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마무리된 일정
오늘은 예약을 해놓은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러 가기로 했다
10시 예약이라 넉넉하게 9시에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왜 이리 나가기가 힘든지 모르겠다
그래도 예약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잘 준비하여 출발을 하였다
날씨가 계속 꾸리꾸리하다
오늘도 비가 오는 듯 마는 듯하며 축축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최후의 만찬의 그림이 있는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에 도착을 하였다
도착을 하니 어떤 사람이 수도원 앞에 테이블을
펼쳐놓고 무언가 하고 있다
그 사람이 나한테 와서 예약시간은 몇 시냐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래서 수도원 직원인 줄 알았다
어느새 내 손엔 펜이 쥐어져 있었고 사인을 하라는데 종이에 무슨 헬프 그런 게 쓰여 있다
그래서 펜을 내려놨다
그 사람은 싸인만 해주면 되는 거라지만 이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그래서 뒤를 돌아버렸다
입장하는 곳으로 가니 티켓팅하는 곳에 가서 신분증 확인을 해야 한단다
입구랑 떨어진 곳에서 신분증 확인을 하면 들어갈 때 다른 사람이 입장해도 모르는 거 아닌가? 하며 약간 의아했다
여하튼 입장은 잘했다
하지만 영상은 찍지 말란다
하지 말라면 안 하면 되지만 플래시 터뜨리면 안 되는 건 이해하는데 영상은 안돼하는 건 조금은 이해가 안 된다
자동문이 시간이 되어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마치 감염 관리를 하는 것 같이 문이 열리면 들어가서 대기했다가 또 열리면 들어가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첫 번째 두 번째 방에는 과거 이곳의 사진이 있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2차 세계대전 때 포탄에 의해 부서진 수도원과 살아남은 최후의 만찬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 사진이었다
전쟁의 비참함 속에 살아남은 그림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이 작품을 희망의 상징으로 여겼으려나 싶다
들어가서 작품을 맞이하니 생각보다 깔끔한 상태는 아니었다
계속 설명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건조한 벽면에 유화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실험해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많이 훼손이 되었다는 식으로 적혀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그렸다는 반대편의 그림은 확실히 보존 상태가 좋았다
최후의 만찬 그림은 많은 이들의 상상을 자극한 작품이었다
레오나르도는 왜 요한을 여자처럼 그렸을까 싶다
지피티에게 물어보니 “최후의 만찬”은 단순히 사실적 묘사를 넘어 감정적이고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한 예술적 작품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한다
이런 상상의 그림으로 여러 사람이 또 다른 2차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건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모든 사람들이 최후의 만찬 그림에 집중할 때 반대편 그림인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의 형벌이라는 작품을 온전히 혼자 감상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작품도 좋은데 왜 최후의 만찬이 훨씬 큰 사랑을 받는지 궁금해졌다
지피티는 레오나르도의 혁신적인 도전과 심리적 스토리텔링에 그의 천재적 이미지가 더해졌기 때문이란다
그에 반해 반대편의 이 작품은 전통적인 정형화된 그림이란다
결국 사람들에게 더욱 인기 있는 작품은 정형화된 것을 깨려는 노력이 필요하구나 생각이 든다
선형 원근법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다른 이들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몰랐던걸 지피티가 잘 알려주니 재밌다
수도원을 나와 다음으로 정한 목적지는 산 로렌초 성당이었다
성당으로 가는 길이 꽤나 멋있었다
특히나 기둥들이 멋있었다
이 기둥들은 고대 로마 시대의 것이란다
아쉽게도 성당은 공사 중이었다
내부를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음악을 경건하게 틀어놔서 굉장히 분위기가 묘했다
하지만 공사 중이라 그런지 먼지가 많은 모양이다
나는 그 조용한 곳에서 큰 재채기를 두 번이나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가기로 한 곳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였다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에 처음 진출한 상징적인 매장이란다
내부 인테리어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로스팅하는 기계가 있었고 안에는 원두가 돌아가고 있었다
평일임에도 꽤나 복잡했다
주말에 오면 얼마나 복잡할까 싶다
그래도 한 번쯤은 와보면 좋겠다 싶다
날씨가 더웠거나 많이 추웠다면 커피 한잔에 디저트 하나 먹어 봤을 텐데 복잡하기도 하고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서 구경하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나빌리오 운하였다
12세기에 지어졌다는데 과거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였단다
지금은 호수처럼 사람들의 여가에 활용되고 있단다
물과 그 위의 새들을 보니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다
이곳은 야경을 보러 오면 좋단다
그래서 내일은 야경을 보러 이곳을 와봐야겠다 생각이 든다
이곳 가까운데 한식집도 있으니 내일은 저녁으로 제육볶음을 먹어볼까나 싶다
다음 목적지는 Santuario di San Bernardino alle Ossa이다
이곳은 뼈 예배당으로 유명하다
오늘 가본 곳 중에 가장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다
벽면에 해골들과 뼈로 가득했다
특히나 해골들을 이용해서 십자가 모양을 표현해 놓은 모습은 꽤나 놀라웠다
이렇게 가까이서 사람의 해골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뼈들을 바라보는데 미세한 구멍들이 많은 걸로 봐서 확실한 뼈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죽어서 천국에 있을까 싶다
그곳에선 행복하십니까?
내가 어느새 여행한 지 4달이 가까워져 간다
가끔 사람들이 여행하고 있는 나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사실 행복은 쉽게 찾아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엇인가를 얻으면 또 다른 것을 얻고 싶은 것이 사람의 이치인 것 같다
주어진 환경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느냐 그 상황에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아프리카 여행할 때 한 달 만에 아내와 아이를 스쳐가듯이 본다는 가이드의 말이 생각이 난다
경제적으로는 힘들더라도 가족과 함께하고자 하는 여유를 챙기는 것이 행복을 위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앞으로의 삶이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경제적으로 힘들 때에도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집 앞을 청소할 수 있는 여유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줄 수 있는 여유
가족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는 여유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여유
이런 여유가 있으면 완벽하진 않아도 행복에 가까운 사람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일정을 여기까지만 즐기기로 했다
이미 밀라노의 많은 곳을 구경했지만 내일을 위한 장소를 남겨두기로 했다
숙소에 돌아와 닭다리를 오븐에 굽고 카레를 해서 먹었다
3유로로 카레를 샀더니 3번을 해 먹을 수 있다
한번 더 카레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기쁘다
2025.1.23
아 행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