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직업성격유형검사
루나가 눈을 떴다!
주위는 온통 증기기관과 현대적인 기술로 지어진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다. 관리인은 보이지 않았지만, 각자의 기계는 오차 없이 바삐 돌아가 도시를 유지하고 있다. 루나는 기계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고, 건물 위를 올라 보기도 했지만 딱히 무언가 살아있는 것을 찾지 못했다. 이번 꿈은 생물이 없는 곳을 여행하는 게 될까? 생각하며 탐색을 포기하고 내려오려는 순간 기계 장치의 뚜껑이 열리면서 어디론가 떨어졌다.
“아야…”
꿈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고통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환상통을 뒤로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CCTV가 둘려 있었다. 도시 전체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경비실이었다.
“저, 괜찮니?”
누군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그곳에는 자그마한 생쥐가 서 있었다. 루나는 방안에 둘러 진 온갖 CCTV 화면과 당황한 듯 서 있는 생물체를 본다. ‘지켜보고 있었으면 좀 도와주지.’ 속으로 되뇌었다.
“괜찮아. 너는 누구야?”
“나? 나, 나는 여기를 관리하는 관리인이지”
“뭐야? 그럼 이걸로 도시를 보고 있었던 거야?”
“그런 셈이지”
생쥐는 자부심을 내 비추듯 으쓱했다.
“그래? 그럼 내가 도시를 헤매고 있을 때 불러 줄 수 있지 않았어?”
루나가 마음속 말을 내뱉자, 생쥐는 또 당황했다.
“그건… 내가 OCSB라 그래.”
“뭐? OCSB? 그게 뭔데?”
“OCSB 몰라? 응… 확실히 이건 소심하고 찌질한 영역이지… 너는 직업 성격유형검사에서 무엇이 나왔어?”
“OCSB고 나발이고 나는 애초에 직업 성격유형검사가 뭔지 몰라.”
“그, 그래? 그럼, 너도 해봐! 이거 엄청 재미있어. 또 결과에 따라 직업과 친구들을 소개해 준다고! 나도, ? 여기 도시관리인을 맡았어.”
“아니, 난 그걸 할 생각이 없다니까?”
“그, 그렇구나. 알았어. 미안해 힘든 걸 강요해서. 너는 아마 RKVA인가봐. 나랑 완전 반대네. 나는 소심하고 찌질한데… 너는 완전 자신감 넘치고, 할 말은 다 하는구나!”
“제발 그딴 걸로 날 평가하지 마! 나는 그런 걸로 정의되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세상 모두는 각각의 직업성격유형을 배정받고 살아가.”
“나는 포기해 줘.”
어차피 루나는 여기 사람이 아니니까. 루나는 생쥐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놈의 직업 성격유형검사가 뭔지 물어봤다. 직업성격유형검사는 말 그대로 어울리는 직업과 성격을 심리 검사하듯 진행하는 테스트였다. 테스트 결과 후 본인의 성격유형이 나타나는데, 결과가 꽤 정확하여 직업을 배정받는 것 이외에도 실제 자기 성격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생쥐가 이 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과 특성을 깨닫고 소통의 도구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것보다 내가 도울 거 있어?”
루나는 큰 도시를 생쥐 혼자서 관리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도와줄 심산이었다.
“도울 거? 딱히 없는데. 직업성격유형검사를 하는 건 어때?”
“검사하는 것만 빼고, 너 일이 CCTV 보는 거잖아. 문제가 생기면 보수하는 걸 도와줄게.”
“괜찮아. 내가 꼼꼼히 살피고 있기에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어. OCSB는 엄청 꼼꼼한 성격유형이거든.”
루나는 진절머리가 나서 외쳤다.
“반대로 내가 부탁할게! 내 앞에서는 직업성격검사유형이 이야기를 안 했으면 좋겠어! 유형이라는 게 뭔지 몰라도 사람들은 다 자기의 색깔이 있어! 그걸 유형 때문이라고 하지 마.”
“그래. 역시 RKVA 답네.”
“하지 말라고!”
루나는 오랜만에 꿈속에서 짜증의 감정을 느꼈다. 그래도 생쥐는 이상한 사이비 과학에 빠져있는 첫인상과 다르게 능력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도시를 관리 했다. 이야기를 해봐도 자기가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별다른 큰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오늘 꿈은 뭔가 심심하네.”
루나가 말하고 의자에 쓰러지듯 기대는 순간 갑자기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큰, 큰일이야! 악동들이 왔어!!”
“악동들이 뭔데?”
“도시를 털고 다니는 나쁜 놈들이야. 약간 RCVB 같은…”
루나가 째려보자, 생쥐가 말을 흘긴다.
“그냥 나쁜 놈들이야.”
“말 나와서 하는데, 쟤들 중엔 OC 뭐시긴가 하는 너랑 같은 성격유형은 없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OCSB는 소심해서…:’
“아냐, 됐어. 말을 말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제가 한 성격 유형이 다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은 것처럼 성격유형으로 사람을 나누거나 정의할 수 없다는 거야!”
생쥐는 알아들었는지 몰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는 꺼지지 않는 사이렌 소리에 약간의 흥분감이 생겼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면서 지루한 꿈에서 탈피해 재미있는 모험이 시작되는 소리로 들렸다. 생쥐에게 악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악동들은 이름처럼 나쁜 짓만 골라 하는 무리를 칭하는 말이다. 멀쩡히 돌아가는 도시의 시설을 망가트리거나, 부서트리는 할 짓 없는 한량 집단이라는 뜻이었다. 보통은 경비들이 힘을 합쳐서 몰아내고 다양한 방범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만 오래된 공장 도시라 방치하듯 놔둬서 악동들이 찾아온 것 같다고 말한다. 루나는 뿌듯해하며 말한다.
“아무래도 유니콘이 너를 위해 나를 보낸 거 같다.”
“유니콘?”
“말에 뿔 하나 달린 것뿐인데 고평가받는 동물이 있어.”
“유니콘 씨는 J인 거 같네. 미리 준비하는 걸 보면…”
루나는 또 헛소리를 듣자, 머리가 아파왔다. 생쥐는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말을 아꼈다. 그러고는 작은 소리로 혼자 중얼댔다.
“아무래도 루나는 T인 거 같아. 공감을 잘 못하잖아.”
루나가 들었으면 한바탕 뒤집어졌을 소리를 뒤로하고 루나와 생쥐는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면서 계획을 짰다. 루나가 도시의 중심부로 향해 악동들을 막는다. 생쥐가 전원을 꺼 놓은 경비 로봇을 찾아 작동시켜 악동들을 쫓아내자는 간단한 계획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목적지로 흩어졌다. 곧 루나는 도시를 파괴하는 악동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거기 생쥐무리들! 그만두지, 그래?”
3마리의 생쥐로 이루어진 악동들이 소리를 듣고 루나를 보았다.
“아가씨는 어디서 나타난 거지?”
“우리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걸 보면 TZVC인가 보군.”
“아니야. 그냥 OGZA라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드는 건지도 모르지.”
정확한 뜻은 몰랐지만, 또 직업성격유형검사를 가지고 이야기한다는 것을 눈치챈 루나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
“헛소리 좀 그만해!”
루나와 악동은 대치한다.
“아가씨의 유형은 뭐지?”
“이야기하기 싫어.”
“정말 무례하군. 부모의 원수가 물어도 말을 해주는 게 유형인데.”
루나는 말 그대로 직업 성격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싫다는 것이었지만, 악동들은 루나가 유형을 숨긴다고 생각한다.
“너희가 먼저 말해보지, 그래?”
악동들이 저들끼리 수군대더니 말한다.
“나는 RZVC다!”
“나는 RKVA다.”
“나, 나는 OCSB야.”
저마다의 유형을 소개한다.
“잠깐, OCSB 소심한 유형 아니야? 여기서 악동짓을 하고 있어.”
“확, 확실히 그렇지만 때로는 나쁜 짓을 하고 싶을 때도 있어!”
결국 유형은 의미 없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는 말이군. 루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떻게 악동들을 처리할까 생각했다. 그때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루나야 기, 기다렸지! 내가 왔어!”
경비 생쥐가 뒤에서 달려온다. 경비 생쥐 뒤에는 수십 개의 경비 로봇이 달려오고 있었다.
“벌써 왔다고? 오래 걸릴 수도 있다며!”
“응, 생각보다 로봇을 빨리 찾아서 금방 올 수 있었어.”
루나는 꿈속에서 악동들을 혼내줄 생각에 싱글벙글했지만, 경비 생쥐는 속도 모르고 빠른 속도로 경비 로봇을 몰고 왔다.
“안돼! 아직 제대로 즐기지 못했단 말이야. 지금 악동들을 무찌를 방법 32가지가 떠오른 참인데!
루나의 속을 모르는지 경비 생쥐는 더 빠르게 루나를 향해 다가왔고, 경비 로봇을 본 악동들은 도망갈 준비를 했다.
“쳇. 변수다. 현명한 RZVC는 도망갈 때를 아는 법이지.”
“역시 대장! 꼼꼼하고 지도자 유형다운 결정이야!”
루나가 스트레스를 받는 소리를 뒤로한 채 악동들이 도망쳤다. 허무하게 끝난 사건에 루나는 맥이 빠졌다. 아무튼 세상의 문제가 해결되어 꿈의 조각을 얻을 수 있었고 생쥐도 기뻐했다.
“내가 해냈어! 나 사실 SATW일지도!”
“아 제발 성격유형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생쥐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미, 미안 그럼 OCSB와 SATW 반반인가 봐. 아 아니면 혹시 내 유전형이 Q형이라서 용기가 난 건가?”
루나는 더 이상 반박하기도 지쳐 말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네가 그렇게 믿으면 그런 거겠지. 난 사건을 해결해 줬으니 떠나고 싶어졌어.”
루나가 더 이상 반박을 하지 않자, 생쥐는 더 신나서 말했다.
“고마워 루나! 너도 RKVA 가 아니라 FASQ 같아 ! 자신감 있고, 남을 돕고 다니는 게 딱 이 유형인 거 같아. 유전형은 E일 거야! 잘 가!”
행복하게 손을 흔드는 생쥐를 뒤로하고 루나는 두통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