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3: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루나가 눈을 떴다!
루나가 눈을 뜬 곳은 활자와 사진이 넘치는 공간이다. 주위에는 빠른 속도로 글자가 지나가고, 사진과 영상이 함께 지나간다. 지나가는 데이터 사이에는 가끔 ‘좋아요’라고 적힌 하트와 다양한 표정의 이모티콘이 일 초에도 수 천개가 지나가 정신이 없었다. 루나는 어지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 누구 없어요!”’
그러자 머리 위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하늘 위엔 거대한 유리 벽이 보였다. 유리 벽 뒤엔 루나를 발견하고 신기하듯 말하는 남녀 한 쌍이 보였다!
“이것 봐! 새로운 아바타가 생성됐어!”
“그러게. 요즘 SNS는 너무 업데이트가 빨라서 따라잡지를 못하겠어. 벌써 새로운 AI를 만들었네.”
“난 AI가 아니라고! 이 정신 없는 데이터를 멈춰 봐!”
루나가 외치자, 남녀가 말한다.
“SNS를 멈추라고? 숨 쉬는 것을 멈추라는 것 같은 소리네.”
“일상을 어떻게 멈출 수 있겠어!”
“제발 스크린 속이 아닌 스크린 밖 일상을 신경 쓰라고!”
“너 말이 맞아. 하지만 이미 스크린 안 일상도 내겐 삶이고 내가 이 일상을 멈춘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수없이 사용하고 있어서 데이터를 멈출 순 없을 거야.”
여자의 말을 듣고 루나는 데이터를 멈추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탈출을 포기할 순 없었기에 전략을 바꿔 다른 대화를 시도했다.
“알겠어.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혹시 너희 내가 도와줄 만한 거 없어?”
“있지! SNS 스타가 되는 게 내 꿈이야.”
“SNS 스타? 그건 어떻게 되는 건데?”
“별 거 없어. 내 일상과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를 많이 받는 사람이 되는 거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일상을 올리고, 아무 가치없는 좋아요를 받는 게 스타라고?”
“바로 그거야!”
“그래, 내가 도와줄 게. 우선 네가 쓴 글을 한 번 보자.”
루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성의 SNS로 향했다. 여성의 올린 글은 다양했다. 자기의 의견을 첨부한 게시글, 자신의 얼굴을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개조하여 올린 게시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서 한 껏 자랑스럽게 올린 게시글 등이 있었다.
“잠깐. 이 사진은 뭐야? 설마 너는 아니겠지?”
루나가 눈에 띄는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분명 유리 밖 여자와 닮아있었으나 훨씬 마르고, 아름답고 빛나는 여자의 사진이 있었다.
“당연히 나지.”
여자의 뻔뻔스러움에 루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닮은 구석이라는 건 사람이라는 존재란 사실 밖에 없네.”
“무슨 소리야. 약간의 보정이 있었지만, 내용물은 내가 100퍼센트 함유되어 있다고! 가공했지만 어쨌든 본질은 나야.”
“알겠어. 그럼, 밑에 적힌 건 뭐야?”
‘#소통 #소통스타그램 #팔로우 #맞팔해요 #친스타그램 #선팔 #맞팔 #좋아요 #인친 #팔로미 #맞팔환영 #선팔환영 #팔로우환영 #일상 #데일리 #fff #lfl #f4f #daily #follow #like #life4life’
“더 많은 사람이 나를 알 수 있게 만든 마법의 주문이지.”
“악마가 소환될 거 같은 주문이네.”
다음으로 루나가 사진을 보며 말한다.
“좋아. 이 경치와 물건들은 무슨 의미로 올린 거야?”
“여기 몰라? SNS에서 엄청 핫한 곳인데! 나머지는 명품이야.”
“그런 건 모르겠고 왜 올린 건데?”
“좋은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지.”
“정말! 쓸데없는 사진이네. 사람들은 현실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엔 민감하면서 인터넷에 데이터 쓰레기를 버리는 것에는 어찌 이렇게 관대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루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다음 사진으로 향했다.
“이 글귀는 무슨 말이야?”
루나가 게시글을 넘기다가 온갖 괴상한 글귀들과 여자의 사상이 가득 담긴 게시글을 봤다.
“세상에 대한 도전이자 내 생각을 세상에 표현하는 거야.”
“제발 네 생각은 혼자만 가지고 있어! 생각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네가 멍청하다는 걸 광고하지 말라고!”
루나는 더 이상 게시글 보는 것을 멈춘 후 질문을 이었다.
“팔로워라는 건 뭐야? 너를 따라오는 사람들이야?”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내 게시글을 봐주는 사람들이지.”
“이게 수요가 있다고? 세상에 쓰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뭔 소리 하는지도 모르는 게시글을 보고 좋아한다니 가당치도 않은 곳이군.”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세상 사람들은 이 특별한 공간을 즐기고 있다고!”
“알았어. 어차피 우린 다른 세상 존재니까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지. 어쨌든 난 여기서 빨리 벗어나고 싶으니. 이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도와줄게.”
루나는 열심히 게시글을 작성하고 사진 구도를 작성하였다. 우선 두 사람에게 큰 도시의 랜드마크에서 셀카를 찍은 모습과 온갖 명품을 치장하라고 했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드는 거야. 난 항상 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너도 그렇게 살아봐. 그럼, 너도 행복할 수 있을 거야. #파리 #에펠탑 #셀카 #인생스타그램 #꿈을향해”란 글을 작성했다. 게시글이 올라가니 순식간에 많은 좋아요와 주접스러운 댓글이 작성됐지만 딱히 스타가 되진 않았다.
“생각보다 어렵네.”
“그렇지? 나도 셀럽이 되고 싶어서 온갖 글을 다 썼지만, 큰 효과는 없었어.”
루나는 고민을 시작했다. 이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했지만 딱히 방도가 없었다. 그러던 중 남자가 입을 열었다.
“좋은 생각이 있어! 네가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해봐.”
“아까 했던 말?”
“응 SNS에 대한 너의 의견을 말해 보는 거야.”
“이 쓰레기 같은 플랫폼에 관해 이야기를 하라고? 언제든 할 수 있지. 정신 나간 사람도 아니고 자기 일상과 생각을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 올리고, 쓸데없는 허세가 가득한 사람들이 서로 멋있다고 칭찬하고 있잖아. 아무리 힘들었고 불행했어도 행복한 척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물고 빠는 이상한 곳에 매일 디지털 쓰레기를 배출하며 자기가 얼마나 멍청한지 평생 남도록 전시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네! 제발 현실이 살아지긴 아무것도 없어! 사회에서 도태돼 평소엔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조차 여기서 온갖 쓰레기 같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남자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바로 그거야 잘했어!”
“자기가 속한 사회를 욕하는데 칭찬하는 사람은 또 새롭네.”
남자는 루나가 한 말을 동영상으로 찍어 게시글로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거 봐 ㅋㅋㅋㅋ 개웃김’
‘ㄹㅇ 요즘 SNS 정신 병자 개 많음’
‘@루아 이거 너 말하는 거 아님?’
‘ㄴ 뭔 솔 ㅋㅋㅋㅋ 난 이 정도는 아니지 ^-^’
‘요즘 너무 심한 듯 ㅜㅜㅜ’
남자가 반응을 보고 만족한 듯 말했다.
“벌써 동영상 조회수가 100만을 넘었어! 조금 더 있으면 인기 동영상이 될 거야.”
“이해할 수 없네. 세상 사람들이 대체 뭘 좋아할는지 모르겠어.”
심란한 루나의 마음은 모른 채 남녀는 행복하게 웃음을 지었다. 루나는 또 부탁을 하나 이루어 줬고 다시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