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4: 동화 속 빵집
루나가 눈을 떴다!
루나가 눈을 뜬 곳은 숲속이었다. 주위엔 울창한 산림이 펼쳐있었고, 푸른 잔디와 밝은색의 꽃들이 산을 뒤덮고 있었다.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잠시. 울창한 산림과 어울리지 않는 향긋한 냄새가 루나의 코를 찔렀다. 따듯하고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주변 경치도 잊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작은 폭포, 산뜻한 공기와 음악 같은 새 소리. 구름과 별이 동시에 반짝이는 이질적인 모습이 확실히 이곳은 꿈이구나! 느끼게 해주었다. 드디어 꿈 다운 배경의 루나는 만족했다. 계속 길을 걸으며 별 가루가 쏟아지는 작은 폭포를 지나 붉은빛 호수를 건너 채소가 풍성한 밭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오두막집을 찾았다. 냄새는 오두막집에서 멈췄고, 루나는 직감적으로 빵집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맛있는 빵 냄새를 풍기는 빵집이 맞나요?”
“그래, 맞단다.”
인자한 모습의 제빵사 아저씨가 루나를 반겼다. 아저씨는 빵집과 다양한 빵들을 소개해 줬다. 꿀로 만든 빵과, 장미로 만든 케이크, 별 조각으로 만든 쿠키와 붉은 호수에서 길어온 생수. 용의 숨결로 만든 파이는 모양과 재료 이상으로 맛있었다. 루나는 감탄하며 아저씨께 소감을 전했다.
“정말 맛있어요! 손님도 많이 오나요!”
루나는 진심으로 말했지만, 아저씨는 약간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쉽지만, 장사는 그리 잘되지 않아.”
“정말요?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빵인데 장사가 잘되지 않아요? 가격이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응. 아쉽게도, 장사가 잘 안된단다.”
아저씨의 한숨 섞인 토로를 들은 루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손님도 적네요. 가게가 외곽에 있다고 해도 사람이 적은 것도 아니고, 빵도 맛있는데 왜 사람이 적을까요?”
“아마 다른 빵집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
“거기도 다양한 빵을 파나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한 번 다녀와 볼래?”
루나는 아저씨의 안내로 새로운 빵집을 향했다. 빵집은 마을 중심 가장 큰 건물에 위치했고, 아저씨의 빵집과 다르게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손님들은 수많은 빵을 사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루나도 기대감에 부풀어 빵을 먹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맛있는 빵이 아니었다.
‘제빵사 아저씨 빵이 훨씬 맛있는데?’
사람들은 루나와 다른 미각을 가졌는지 온갖 미사여구가 가득한 말로 빵을 칭찬하고 있었고, 자신이 빵을 먹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있었다. 루나는 제빵사 아저씨 가게로 돌아와서 말했다.
“아저씨의 빵이 훨씬 맛있었어요.”
“그래? 말이라도 고맙구나.”
“아뇨, 정말이에요! 하지만 아저씨의 빵은 부족한 게 있어요.”
“내 빵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니?”
“마케팅이에요.’
“마케팅?”
루나는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아저씨의 빵은 정말 맛이 있다. 또, 중심의 가게는 그렇게 맛있지 않다. 하지만 손님이 많이 찾아오지 않는 이유는 그냥 마케팅의 차이다. 아저씨의 빵은 맛있는 반면 특색이 없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심의 가게는 맛이 아닌 감성과 스토리, 마케팅으로 승부하고 있다. 위치도 가격의 차이도 물론 있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손님을 많이 끌기 위해선 마케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저씨는 루나의 말에 감명받은 듯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난 평생 빵만 만들어왔지! 다른 건 해본 적이 없어.”
“제가 있잖아요! 귀엽고 깜찍하고 똑똑한 마스코트 루나!”
루나는 빵집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우선 인테리어를 감성적으로 바꾸었다.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을 만들었다. 빵들에 스토리를 붙였다. 꿀로 만든 빵 꿀빵, 장미로 만든 케이크가 아닌 우리의 친구 허니비가 노력하여 만든 로얄허니브레드, 하늘농원 농부가 정성스레 수확한 프리미엄로즈케잌으로 바꾸었다. 또 사진을 찍고 자랑하기 좋게 예쁜 포토존과 자랑하기 좋은 데코를 추가했다. 확실히 같은 빵이었지만, 보이는 모습이 엄청 달랐다. 약간의 수정을 거치고 마스코트인 루나가 호객행위를 하자 손님은 금방 늘었다. 아저씨는 연신 루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게가 달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많은 손님, 인기가 생긴 가게, 어디서든 언급되는 빵. 빵집은 개업 전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정말 고맙다 루나야. 네 덕분에 가게가 번창하고 있어.”
“아니에요. 빵이 맛있는 덕이죠. 또, 아무리 좋은 가게라도 홍보하지 않으면, 모르고 반대로 안 좋은 가게라도 마케팅이 잘되면 잘나가잖아요. 아저씨는 좋은 가게에 홍보까지 더해져서 더 장사가 잘되는 거예요.”
루나와 아저씨는 신나게 빵을 팔았다. 어느 순간, 많은 사람 때문에 빵의 퀄리티는 감소함에도 손님은 늘었고, 가게 한편에는 빵이 아닌 부가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마스코트 루나의 인기가 넘치자, 루나의 굿즈를 팔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루나의 돌’이라는 굿즈도 판매했는데, 그저 루나가 한 번 만진 돌덩이일 뿐이었다. 길거리에서 주운 돌을 루나가 만지고 “루나의 돌”이란 이름을 붙여 각종 홍보를 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요정 루나가 만진 돌이기에 행운이 깃들어 있는 돌이고 간절한 소원을 1년간 빌면 이뤄진다고 했다. 덕분에 손님은 점점 늘어났고, 아저씨는 매출에 루나는 자기 해결책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가끔 맛이 아닌 수식어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장사를 잘되게 한 것이 찝찝했지만 별 문제 아니었다.
“뭐 장사가 잘되면 됐지.”
루나는 아저씨의 소원을 이뤄주었다는 행복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