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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ㅏ Sep 14. 2023

행복한 하마

EP05: 다양한 삶

루나가 눈을 떴다!


 루나가 눈을 뜬 곳은 앓는 소리가 넘치는 병실이었다. 세상은 하마가 주가 되는 세상인지, 온 병원에 하마가 가득했다. 루나는 아파하는 하마들이 병실을 둘러보았다. 암에 걸린 하마, 다리를 다친 하마, 팔을 수술한 하마, 간병을 받는 하마, 수액을 맞는 하마 등 다양한 하마를 보았다. 그중에서도 루나의 눈에 든 건 우수에 차 힘들어하는 하마였다. 루나는 하마에게 다가갔다.


"안녕? 왜 이렇게 힘들어하니?"


루나가 물었다. 하마는 고개를 숙이며 힘없이 대답했다.


"불치병에 걸렸거든. 언제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오래 살지는 못할 거야."

"정말 안타깝다."


루나는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꿈속에서 처음 대화한 생물이 곧 죽을지 모르는 하마라니. 상심한 하마를 위해 루나는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혹시 너도 소원이 있어?"

"음. 일단 살고 싶은 게 가장 큰 소원이지만, 그것보단 왜 살아야 하는지 알고 싶어. 사실 너무 힘들게 살아왔거든.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기에 삶이 앞으로도 계속 힘들 건지 알고 싶어."

"좋아! 알겠어. 그럼 내가 행복하게 사는 하마를 찾아가 볼게!"


 하마의 말에 진심으로 공명한 루나는 곧바로 병원을 떠났다. 일반적으로 행복할 거로 생각하는 하마를 찾아 떠났다. 가장 처음으로 만난 것은 재벌 집 하마다. 재벌 하마는 큰 저택에 살고, 많은 돈과 명예를 가지고 있었다. 기업가로서 하마들의 존경을 받는 멋진 하마라면 분명 행복할 거 같았다.


“안녕 재벌 하마야? 너는 행복하니?”


 재벌 하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말도 마. 얼마나 힘든데, 매번 수천 명의 밥줄을 건 결정을 내리느라 스트레스야. 정치인에게 불려 가고 소비자에게 욕먹고, 모든 사람의 기대를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어찌 행복할 수 있겠어. 언론은 매번 기업의 책임을 다하라고 욕하고, 주주는 계속 자기 권리를 못 챙긴다고 소리 지르고, 수없이 많은 곳에서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예 하마를 만나러 갔다. 연예인 하마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멋진 영혼의 소유자이므로 분명 행복할 거로 생각했다.


“안녕 연예 하마야. 너는 행복하니?”


“행복? 그랬으면 좋겠네. 매일 끊임없이 작업을 하고 내 일거수일투족이 온 세상에 공개되고 있어! 단 하루라도 좋으니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내 가면은 끊임없이 벗겨진 지지 않아!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도 이미지를 위한 가면을 써야 해! 인터넷을 켜면 항상 내 욕과 루머만 보이고 언젠가 떨어질 인기를 붙잡기 위해서 항상 스트레스받고, 노력하고 있다고! 항상 기준이 내가 아닌 남에 맞춰있으니 내 삶이 없는 느낌이야. 항상 살인적인 스케줄과 식단을 병행하고 있어. 단 한 번이라도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으면 좋겠네!”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무원 하마를 만나러 갔다. 안정적인 직장과 연봉을 가지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뿌듯함도 가지고 있다. 공무원 하마라면 항상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거란 생각을 했다.


 “안녕 공무원 하마야. 너는 행복하니?”


“그리 행복한 거 같진 않네. 항상 진상 민원인에 시달리며 반복적인 업무만 하며 시간을 보내거든. 여긴 딱히 새로울 게 없어. 매번 똑같은 업무의 반복과 창의성이라곤 없는 탁상행정, 관료제답게 의미 없는 행동의 반복으로 매일 나를 갉아먹고 있지. 그나마 있는 연금도 줄어들지만, 철밥통이라고 욕만 먹고 있어.


루나는 다음으로 의사 하마를 만났다. 의사는 생명을 살리는 직업으로 뿌듯함과 기술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다.


“안녕 의사 하마야. 너는 행복해?”


 “힘들지. 평생 공부만 하며 사회에 던져졌는데, 항상 불규칙하게 일하며 진상 보호자들과 부딪히고 있어. 세상에 100퍼센트란 없는데 수술이 실패하면 책임감을 느끼고, 돌아가는 환자를 보면 가슴이 아파. 또, 별거 아닌 걸로 나를 찾아와 온갖 헛소리를 늘어놓느라 급한 환자를 놓치고, 좋게 말해줘도 내 말은 안 믿고 자꾸 어디서 이상한 요법을 찾아와 나를 훈계하는 환자들도 있지.”


루나는 마지막으로 정치 하마를 만났다. 정치 하마는 딱히 하는 건 없으면서 세금으로 살아가고 쓰잘머리 없는 소리로 인기와 권력을 얻을 수 있으니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다.


“정치 하마야. 너는 행복하겠지?”

 “행복할 리 있겠습니다. 항상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또, 제가 무슨 일을 하든 상대 진영에선 비난의 소리를 쏟아내고, 비리와 스캔들로 저와 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항상 법에 가깝게 또, 정치와 연관되게 살다 보니 법적 윤리적 문제에 항상 직면해 있으니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루나는 하마들과의 면담을 마친 후 결론을 지었다. 삶이란 건 고통이구나! 루나는 병원으로 돌아와서 아픈 하마에게 알려줬다.


"답을 알아 왔어. 삶은 고통이야."


루나가 이제껏 겪은 내용을 말했다.


"그래? 모든 하마가 엄청 힘들게 살아간다니 나도 미련 없이 갈 수 있겠네. 하마가 웃으며 말했다.”

루나의 이야기를 하마는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다. 모두가 불행하지만, 단 한 마리의 하마를 행복하게 만든 루나는 만족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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