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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틴아빠 Sep 25. 2022

7전 8기

(ft. 에어비앤비와 사업)

왠지 모르게 가끔씩은 나만의 족적을 남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라 뭔가를 만들어내고 성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영의 ㄱ자도 모르고 사업의 ㅅ자도 모르지만,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인지 자만심인지에 이끌려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현실화하며 그 속에서 소소한 재미와 실패를 맛보곤 했다. 성공을 맛본 게 아니라 실패를 맛봤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패를 통해서 또 새로운 경험치와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기에 내게는 그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근데, 혹시 네 꿈은 뭐야?"

2017년 겨울, 오랜만에 보고 싶다며 강남역의 어느 횟집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이던 친구가 불현듯 물었다. 키도 크고 배우 고수처럼 생긴 꽃미남의 미모를 가진 녀석은 큰 눈을 반짝이며 뭔가 깊은 고민을 하다 털어놓은 듯한 우수에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주변 공기가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옆 테이블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듯했고, 뜬금없는 타이밍에 던진 신선한 질문에 기시감을 느꼈다.

'뭐지? 갑자기..?'라는 생각과 함께.


"응? 음.. 너는?"

고민을 하다 질문을 다시 토스했다.

"사실 요즘 생각해 둔 게 있는데.. 꽤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이게 잘될지 모르겠어서 말이야."

이 친구는 뭔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게 던지며 그것을 나누고 싶은 것이었다.

"뭔데?"

"내가 미대를 나오기도 했고, 이전부터 인테리어나 이런 것도 관심이 되게 많았거든."

"응"

"그래서 막 이것저것 인테리어 소품도 사고 잡지도 보고 알아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한 번 에어비앤비 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

"에어비앤비?"

5년 전만 해도 에어비앤비가 아주 활성화되지는 않았을 때였고, 심지어 나는 국내나 해외여행을 할 때에도 한 번도 이용해 본 적도 없었다.

"응 에어비앤비. 뭔지는 알지?"

"들어는 봤지, 이용해 본 적은 없고."

"그니까 일단 컨셉은, 장소를 구한 다음에 그걸 이쁘게 꾸며서 우리나라 놀러 오는 외국인들 상대로 공간 대여를 하는 거지. 공간 대여 겸 숙박업으로. 피터팬이나 이런 사이트 들어가 보니까 수요는 많은 것 같더라고."

"그래? 음.. 신선한데..?"

"어떨 거 같아?"

"난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거라, 잘은 모르겠는데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은데?"

"어때? 너도 같이 해볼 생각 있어? 혹시 있음 알려줘."

"나? 어.. 생각 좀 해보자.."


그렇게 에어비앤비를 하자고 제안한 친구 덕분에 우리는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서로의 꿈 이야기를 펼쳐나가며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내에서 피터팬과 에어비앤비를 알아보며 사업 구상을 구체적으로 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디뎠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었지만, 그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다음날 바로 친구에게 연락한 후 진행해보자고 했다.

몇 주간의 우리나라 관광 산업지역 내의 유동인구와 산업을 분석하고 부동산 손품을 통해 우리는 당시에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거나 거주하던 이태원, 홍대, 경리단길, 강남, 명동, 종로 일대를 돌며 월세 탐방에 열을 올렸다. 목돈을 넣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던 우리는 서로 반반씩 투자하기로 하고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80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알아보던 중 이태원 클럽 골목 거리 근처의 3층 집에 마음이 빼앗겼다. 기존에 살던 주인이 인테리어도 이미 너무 잘 꾸며놨었기 때문에 가전이나 주방자재, 그리고 간단한 인테리어 소품들만 준비한다면 사실상 바로 에어비앤비를 시작해도 무난할 수준이었고 특히나 초록색의 방문들이 유니크해 보이기까지 했다. 집을 본 날 바로 계약을 진행하려 했지만, 공인중개사 사장님께서 우리보다 한 시간 먼저 집을 본 사람들이 계약금을 넣었다는 연락을 전해왔다. 그렇게 우리의 꿈은 무산되고 만다. 아마 우리가 에어비앤비를 한다고 말씀드리니 집주인께서 조금 거부감을 보이는 듯했는데 어쩌면 그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불지펴진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후에도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함께한 여러 날의 발품을 통해 상수동의 어느 2층 집을 비슷한 가격대로 구할 수 있었다. 거실까지 방은 세 개, 화장실 하나 그리고 베란다까지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집 구조가 특이했고 오래된 집이라 싸게 나왔던 매물이었기에 우리는 전체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다. 단 한 번도 뭘 해본 적도 없는 나였기에 일단 각종 인테리어 카페에 가입을 한 후 눈팅으로 노하우를 익히고 을지로에 있는 방산시장으로 향했다. 레일 조명과 페이트들을 사고 러그와 가전, 스피커, 등등.. 온라인/오프라인 매장할 것 없이 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한 후 우리 예산 안에서 가장 이쁜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층 올라오는 계단을 우리 컨셉에 맞게 페인트칠 해보았다.
베란다에서 열심히 페인트칠 중인 친구
기존에 있던 물품들 포함해서 중고로도 사고 새로운 물건도 구매해서 일단 구겨 박은 모습.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는 무슨.


현실에서는 우리가 두꺼비였고, 방문, 계단, 창문틀 할 것 없이 페인트칠을 하고 레일 조명을 처음으로 직접 달아보기도 하고 나름 귀여운 소품들도 설치하며 한 달 정도는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여름이었기에 덥고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친구와 함께였기에 설레는 마음이 훨씬 더 컸다.


그렇게 완성된 우리의 첫 에어비앤비.


미적 감각이 뛰어났던 친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감성적 인테리어 작업을 끝낸 후, 에어비앤비에 우리 업체를 등록까지 마쳤다. 특별한 홍보가 없었음에도 금방 대박이 나서 슈퍼 호스트가 되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홍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들이 많았기에 몇 달치 선예약이 되어있기도 했고 큰돈은 아니었지만 나름 용돈벌이로 재밌게 운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른 후, 크게 어렵지 않고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에어비앤비 10개만 하자. 그럼 우리 둘 다 꽤 수익이 괜찮겠는데?' 싶었고 두 번째 에어비앤비를 물색하게 된다. 그렇게 꾸미고 시작된 두 번째 작업. 이 집은 인테리어가 어느 정도 되어 있던 터라 잔디를 깔고 외부 전등 설치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는데 둘이서 힘써가며 하니 또 다른 컨셉의 꽤나 만족스러운 숙소가 완성되어 있었다.



두 개를 운영하여 서울에 내 숙소가 있다는 사실이 좋았고, 비는 날이면 친구들이 원할 때 빌려주거나 친구들과 같이 놀러 가서 파티도 하고 자고 오기도 하였다.


그렇게 열 번째까지 숙소를 늘려가기 위한 마인드를 장착할 무렵, 우리는 각자 현업이 바빠 잠시 손을 놓고 있을 때 코로나라는 악재를 맞이하였고 뚝 끊긴 외국인들의 발길 덕분에 조금의 권리금을 받고 바로 사업을 접게 되었다. 그래도 한 번은 해보았다는 경험적 산물만 남긴 채.

 



나는 이 외에도 심리상담 어플이나 의료 어플 등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기획을 하고 앱 디자인까지 마치기도 했지만 시간과 자금의 부족으로 끝까지 성사시키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아쉽게도 느껴지지만, 덕분에 앞으로 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에 가장 큰 위안을 얻는다.


경제 인문학을 주제로 한 책이나 칼럼을 읽다 보면 큰 부를 이루며 성공에 다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사업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세계 100위 안의 부자 순위 리스트를 보면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마저도 버크셔 헤서웨이라는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업의 성공은 큰 부와 명예로 연결되겠지만 사업의 실패를 통해서도 살아있음을 느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다. 우리가 아는 대단한 기업인들도 실패 없이 성공만 이룬 사람은 없었고, 그것이 밑거름으로서의 역할을 했기에 그만큼 더욱 값진 것이다.



여러분들도 무슨 도전이든, 일단 자신 있게 해 보시길 바란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안에서 무엇이든 건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기에 강력히 추천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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