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나 숏츠를 넘기듯, 나는 검색창을 내렸다.
엄마가 죽은 이후, 손이 먼저 움직였다.
비슷한 방식으로 죽은 사람들, 그들이 남긴 흔적.
지워지기 전의 장소와
지워진 이후의 장소.
나는 그것들을 반복해서 들여다봤다.
차이가 무엇인지,
얼마나 남는지,
내가 청소한 건 어떻게 한 건지,
얼마나 사라지는 건지.
마치 확인해야 할 것이 있는 사람처럼.
처음에는 그저 궁금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같은 단어를 입력하는 동안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궁금해서가 아니라는 걸.
그날의 냄새,
그날의 온도,
그날의 손.
없어진 것보다 남아있는 것들이 더 뚜렷했고,
그래서 나는 계속 찾아봤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워졌는지, 어떻게 사라졌는지.
어느 날, 티브이를 보다가 알게 된 게 있다.
청산가리에 막걸리를 섞어 마시면 술맛을 느끼며 죽을 수 있다는 말.
나는 그 말을 꽤 오래 붙잡고 있었다
하나의 방법이 머릿속에 추가된 것처럼.
무섭다는 생각보다 이상하게 차분했다.
나는 검색했다.
청산가리는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검색창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결과를 내놓았다.
여기서도 지옥,
죽어서도 지옥이라면
영원,
천국,
행복,
사랑,
변함없음
그런 단어들은 왜 만들어진 걸까
정말로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나는 그 단어들을 하나씩 떠올렸다가 하나씩 지웠다.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폰을 끄고 나면 방은 다시 조용해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아무도 죽지 않은 것처럼.
나는 그 고요 속에 가만히 손을 내려다보는
시간이 많았다.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은 손
그런데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의 손,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계속 지우고 있는 기분이었다.
엄마가 죽은 날, 나는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울기도 전에 치워야 했다.
아빠는 사람 부르면 돈 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죽은 자리를 내손으로 정리했다.
그날 이후, 나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보려고 했다
밥을 먹고, 씻고, 잠을 자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하루를 이어갔다
하지만 몸이 먼저 알아버렸다
밥을 먹다가 수저를 놓치는 일이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반복되었고,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컵을 들다가 물을 흘렸다.
닦으면서도 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별일 아닌 일들이 계속 어긋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계단을 내려가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다음 발을 내딛을 수가 없었다.
몸이 명령을 거부하는 것처럼.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갔다
누군가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때 심장이 조금 늦게 뛰기 시작했다
한 박자씩 어긋나면서 숨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깊이 들이쉬려고 해도 끝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아무 일도 아닌 척 다시 걸으려고 했지만
발이 바닥에 붙어있었다
그 순간, 몸이 아니라 안쪽이 무너졌다.
소리가 멀어지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화면이 뚝뚝 끊기는 느낌처럼.
나는 그 안에 서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없었다.
손을 봤는데, 내손이 맞는데, 분명히 맞는데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흘러간다
아니, 멈춰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
"괜찮아요?"라고 하며 부축해주려고 했지만
나는 대답하려고 했지만..
입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그 순간 PTSD가 왔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 이후로 비슷한 순간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아무 이유 없이 손이 떨렸고
아무 이유 없이 숨이 막혔다.
설명할 수 없는 상태가 일상이 되었다.
나는 점점 내 몸을 믿지 않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 멈춰버릴지 몰랐기 때문에.
그래서 항상 나는 조금 늦게 움직인다.
조금 조심스럽게.
하지만 그렇게 해도 막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몸이 아무런 신호 없이 갑자기 나를 놓아버리는 순간..
나는 그때마다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몸은 여기 있지만,
나는 아직 엄마 아빠가
죽은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내 손끝에서도.
나는 매번 나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곳에 떨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순간마다 세상에서 지워진 사람 같았다.
살아있는 상태로, 완전히 고립되었다.
하지만 노력은 해봤다
독서모임도 가보고, 사람을 만나려 해 보고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하지만 누군가 말을 걸면 나는
한 박자 늦게 반응했고
웃어야 할 타이밍을 자꾸 놓치고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향해 말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틈이 있었다.
나는 그 틈을 매번 느꼈다.
지금 내가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은지,
방금 한 말이 어색하지는 않았는지,
내 표정은 어떤지,
내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나는 계속해서 나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확인이 반복될수록 나는 점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법을 잊어갔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앉아있었지만
안에서는 계속해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지고 있었다
특정한 냄새가 스치면 이유 없이 숨이 막혔고,
형광등 불빛 아래 서 있으면 그날의 공기가 겹쳐졌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이미 그곳이었다.
머리는 여기 있는데
몸은 다른 시간에 붙잡혀있는 느낌.
가끔은 이유 없이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무언가가 끝난 사람처럼 숨이 가빠졌다
도망칠 것도, 도망칠 데도 없는데
몸은 계속 도망치고 있는 느낌을 아는가?
나는 그걸 멈출 수 없었고,
그래서 점점 무언가를 피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 되었고, 무엇을 피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를 통과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지 못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시간은 앞으로 가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같은 순간을 통과하고 있었다.
끝나지 않은 일을
끝난 척하면서.
나는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었고, 신발을 벗었고, 불을 켰다.
그건 분명히 했던 것 같은데
그다음의 시간은 비어있다
여기 내가 사는 곳이 맞는데,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발을 옮길 때마다 바닥이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았다.
숨이 점점 얕아지고, 가슴이 조여왔다.
손끝이 저릿해졌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밖에서 멈췄던 게 아니라, 여기까지 이어진걸.
차가운 바닥에 손을 짚었고,
뭔가에 홀린 듯 샤워기헤드로 내 목을 졸랐다.
그 감각이 너무 또렷했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누군가 웃었고, 형광등이 조금 깜빡였고
어딘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 세 가지가 동시에 겹쳤고,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손에 힘이 풀렸고, 숨이 끊어지는 것처럼 멈췄다.
정신을 잃었다.
눈앞이 갑자기 좁아지면서, 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곳에 없었다.
다시 그날이었다
화장실 문 앞.
차가운 문고리.
뚝,
뚝,
뚝.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괜찮아요?"
그 말이 아주 멀리서 들렸다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이건 참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건 의지로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결국
또다시 119에 실려 병동으로 갔다.
매일 5시간마다 내 생사여부를 확인하는 전화가 온다
나는 그걸 받지 못했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한 센터에서 우리 집으로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냥,
그렇게 버티던 어느 날 있었던 날이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미 날짜라는 개념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진 상태였으니까.
그날도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냥..
그랬다.
그날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다
나는 길 위에서 멈춘 게 다였다.
그냥, 잠깐 멈춘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들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