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묵상] 우이령에서 띄우는 편지

by 박순동

우이령에서 띄우는 편지

박순동


우이령 고요한 숲길을 걷다 보면

겨울은 차가운 침묵이 아니라

나지막이 건네는 다정한 속삭임임을 압니다.


입춘을 앞둔 마른 가지 끝마다

비움은 모자람이 아니라

기어이 채워질 봄을 향한 지극한 사랑이고,


스스로를 비워내 한 계절을 견디는 것은

다가오는 새봄에 돋아나는 여린 새순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따스한 건넴임을.


낙엽이 제 자리를 떠나는 것은

끝내 저버리는 마음이 아니라

새 생명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따스한 건넴임을.


이 길 위에서 비로소 마주합니다.

겨울은 결코 시리지 않습니다.

내일을 품어 안은 그 뒷모습이 참으로 곱습니다.


26. 1. 17. 12km의 우이령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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