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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Oct 05. 2021

AI, 자동화 노동 없는 생산의 시대(2)

- 기계학습과 자동화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

(1편에서 이어집니다)


(2) ‘기계 학습’은 어떻게 가능한가?


‘기계 학습’ 은 자동화 process를 수행하기 위해 기계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Machine Learning’이라는 책을 지은 Tom M. Mitchell 교수의 표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A computer program is said to learn from experience E with respect to some class of tasks T and performance measure P, if its performance at tasks in T, as measured by P, improves with experience E"

기계 학습이란 기계가 어떠한 작업(T)을 수행하기 위하여 꾸준한 경험(E)을 통해 성능(P)을 높이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계가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람이 직접 기계에 다양한 규칙을 집어넣고 데이터를 입력하는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 공장의 경우 ‘A칸과 B칸에 원료가 들어오면 → a라는 단계를 진행하여 A와 B를 혼합해준다.’ ‘A칸에 원료가 들어왔는데 B칸에 원료가 들어오지 않으면 → 붉은 버튼에 불이 들어오게 하여 경고 신호를 보낸다’ 같은 프로그램 규칙을 만들어서 기계가 그러한 상황을 인식하면 미리 짜여 있는 프로그램대로 행동하게 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변수가 크게 없고 규칙적인 일이 단순하게 반복되는 단계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으로 작동하였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발전하면서 점점 이러한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기계 학습’ 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기술의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변수를 마주합니다. 어느 날은 서울의 도심을 달리다가 어느 날은 강원도의 호젓한 해변길을 달려야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맑고 차량이 적은 날을, 때로는 폭우가 내리는 길을 달려야 할 수 있습니다. 시원하게 나 있는 8차선 도로를 달리는 것과 언제 아이나 다른 차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골목길을 달리는 것은 또 다른 경우입니다.


우리가 자율주행차를 프로그램할 때 도로 오른쪽에 정차한 차가 있을 때,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에 사람이 뛰어나왔을 때, 예상치 못한 폭우가 내렸을 때에 대한 경우의 수 등은 미리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자율주행차에 ‘천둥이 쳐서 깜짝 놀란 고양이가 도로로 튀어나오는 것을 피하려다 넘어진 오토바이에서 흘러나온 배달용 맥주병을 보고 앞에 가는 차가 급정거를 하는 상황’ 같은 것을 전제한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도로에서 운전자가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은 정말 무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이지요. 결국 기존의 방식으로는 자율주행차의 도입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로 간주되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AlphaGo’와 이세돌 9단과의 대결 전에도 같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대결 전 사람들은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컴퓨터가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바둑의 경우 총 250개의 점이 평균 150수까지 진행된다고 할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10의 360승이 됩니다. 이 숫자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개수인 10의 80승보다 많은 어마어마한 수입니다. 따라서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서 최적의 수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며 직관을 이용해 좋은 수를 찾을 수 있는 바둑기사를 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AlphaGo’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었으며,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수많은 경우의 수를 다룰 수 있을 만큼 컴퓨터의 연산 기술이 발전한 것일까요? 당연히 몇 년 사이에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 해답은 ‘딥러닝’


우리가 운전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인간은 운전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종의 case를 모두 염두에 두면서 운전을 하지 않습니다. 초보 운전자는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만을 머릿속에 두고 운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운전을 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지요. 어떤 때는 사고가 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점점 경험이 쌓여 숙련된 운전자가 됩니다. 운전을 하면서 생전 처음 겪게 되는 case에도 대응을 할 수 있지요.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적절한 내비게이션만 있다면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지 않습니다.


‘AlphaGo’는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준비하기 위해 약 3,000만 건의 기보를 추출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대국을 수천만 번 반복하며 엄청난 모의전을 경험하였습니다. 사람은 하루에 한판을 두기도 힘들지만, 알파고는 하루에 수만 건의 대국도 (하드웨어만 받쳐준다면) 가능합니다. 심지어 각 대국이 진행되고 있는 중간에도 하루 사이에 더욱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엄청난 수의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즉 기계 학습의 방식을 마치 인간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점점 숙달이 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었지요. 통칭 이러한 방식은 ‘딥러닝’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인간은 눈으로 어떤 사물을 보면 그 형상을 두뇌가 순간적으로 과거 경험한 것과 비교, 분석, 이해한 후 그것이 어떠한 사물인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물론 기계 또한 카메라나 센서, 레이더 등을 통해 어떤 사물을 인지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는 그것이 어떤 사물인지를 판단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여기서 그 판단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계의 두뇌가 필요합니다.


그럼 5살 아이와 기계 A가 각자 어떤 사물을 보고 그것이 ‘고양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절차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찌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그렇고 이러한 진지한 과학적 이론을 설명할 때 냐옹이 들이 많이 차출되는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은 고양이를 찾을 수 있을까? / 출처 : 구글 이미지)

우선 5살 아이는 1번 및 3번~5번은 모두 고양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2번은 강아지라고 하겠지요. 어쨌든 일상적인 활동과 교육 과정을 거쳤다면 어린아이라도 이러한 분류를 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기계 A에게 고양이를 인식시키기 위해 1번 사진을 입력하였다고 봅시다.


① 고양이는 둥근 얼굴과 통통한 몸, 2개의 뾰족한 귀를 가지고 있다 라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2번~5번 사진을 입력했다고 봅시다. 그렇다면 기계 A는 2번, 3번은 고양이로 인식을 하겠지만 4번과 5번은 고양이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② 만약 고양이는 1번과 같이 저런 자세로 앉아 있는 동물이다 라고 프로그래밍을 하면 어떨까요? 2번만 고양이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3번은 누워 있으니 고양이로 인식하지 못할 것이고 4번은 좀 애매할 것입니다. 5번에 이르러서는 말할 여지도 없고요.


③ 1번을 기준으로 하여 털의 촉감으로 인식시킨다고 하면 2번, 3번만 통과할 것이고 울음소리로 인식한다면 3번은 통과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각 고양이 별로 울음소리가 상이할 수 있어서 확신은 없습니다) 색깔로 인식을 시킨다고 하면 4번만 통과하겠지요. 사실 5번을 기계에게 1번과 동일하게 고양이라는 개념으로 인식시키려면 도대체 어떤 식으로 프로그래밍을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현실은 더욱 복잡하겠지요. 고양이가 만약 옷을 입고 있다면? 방문 뒤에 숨어서 얼굴만 내밀고 있다면? 강아지와 붙어서 같이 놀고 있다면? 이 모든 경우의 수에 따라 기계 A가 고양이를 인식하게 하려면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양이의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눈으로 무수한 사물을 받아들이고 뇌로 이해하기 시작하는데, 거의 1000분의 1초 당 1장의 사진을 찍는 격이라고 합니다. 즉 아이는 5살이 되기까지 수억, 수십억 장의 사진을 뇌로 처리하면서 학습을 하는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그렇다면 기계 또한 이렇게 학습을 시키면 어떨까 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러한 개념이 2010년대 들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무려 1957년에 등장한 퍼셉트론(Perceptron)은 딥러닝의 시초 격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개념이 존재했음에도 컴퓨터의 하드웨어가 충분히 효율적인 ‘딥러닝’을 하기에는 미숙했습니다. 1950년대 당시는 컴퓨터 기술의 초창기였으니까요. 1950년대의 EDVAC라는 컴퓨터는 무려 4,000개의 진공관과 10,000개의 다이오드를 이용해 획기적 이게도 1,024개의 단어를 기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당시에 '딥러닝'에 대한 이론적인 기초가 마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컴퓨터 능력으로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은 공상 과학 영화와 같은 일이었지요.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술의 발전이 이를 실현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컴퓨터의 처리 속도와 저장 장치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인터넷에 연결을 하게 되면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데이터를 컴퓨터가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는 수고는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단지 사람은 기본적인 고양이의 이미지를 입력하고 그 이미지의 결과 값이 고양이라고 설정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며 프로그램이 인터넷 상의 수많은 이미지를 통해서 최초의 입력 이미지와 다른 이미지라도 동일한 고양이라는 결괏값을 정의할 수 있는 수많은 특징 들을 뽑아내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꾸준한 경험(E)이 현실화된 것이지요.


어쨌든 컴퓨터 성능의 향상과 인터넷을 통한 대규모의 데이터 학습을 통해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 연구팀은 96%에 달하는 이미지 인식 정확성을 달성하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단지 수백만 장의 이미지에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그림자나, 담벼락 위에 배꼼이 나와 있는 고양이의 귀나 어린아이들이 그린 조잡한 고양이 그림을 ‘고양이’라고 96%의 확률로 정확하게 뽑아내는 것에 성공하기 위해 굴지의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들이 엄청난 돈과 대규모의 슈퍼컴퓨터를 동원한 것을 보고 일반 대중들은 어이없어하였지만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불과 10여 년 만에 기술이 이뤄낸 엄청난 쾌거였습니다.


스마트 공장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딥러닝 기술이 스마트 공장에 적용될 정도로 발전한다면 인간은 단지 “특정 퀄리티 이상의 제품을 만들라”라는 입력값만 넣으면 되겠지요. 그렇게 하면 프로그램이 최저가로 원료 공급처를 찾고, 가장 적은 비용이 들거나 가장 빠른 시간에 원료를 공급받으면서 낮은 불량률을 낼 수 있는 생산 방식을 진행할 것입니다. 중간에 불순물로 제품의 퀄리티가 떨어지지는 않는지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어느 타이밍에 어느 기계를 돌리는 것이 전체적인 공장의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도 판단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장의 효율은 데이터가 쌓이고 더 많은 사례에 대한 기계 학습이 진행되면 더욱더 효율적으로 발전될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로봇 청소기가 사용하면 할수록 더욱더 정교하게 우리 집을 청소하는 것과 같이요. 또한 이러한 IT 기술과 결합된 기계 학습의 최고의 장점은 하나의 괜찮은 sample이 구축만 된다면 그것을 확산시키는 것이 쉽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한정된 시간에 학습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는 동일한 시간에 10대의 기계를 사용하면 1대의 기계를 사용하는 것보다 10배 많은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일을 학습하는 것이 인간이 기계보다 2배 낫다고 하더라도, 자금과 기술만 받쳐 준다면 10대, 100대의 기계를 동원하여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학습하고 개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하나의 진보한 프로그램이 나왔다고 봅시다. 그렇다면 그 프로그램을 동일한 기계에 install 만 시켜 주면 단기간에 수천, 수만 대의 진보된 기계가 탄생할 것입니다. 즉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지금 비록 크게 대단해 보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족한 소프트웨어) 압도적인 물량과 학습량 (압도적인 하드웨어)로 커버한다면 기하급수적인 발전도 가능한 것이지요.


☞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물론 딥러닝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기술을 위한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기술적인 장벽이 해소되었다고 해도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용의 효율화라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부분적인 자동화와 그 부분을 모두 통합하는 전체적인 smart-factory의 구축은 더 많은 비용과 고도의 기술을 요구할 것이니까요.


그리고 딥러닝 기술 자체가 내재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도 있습니다. 앞에서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고양이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고양이를 구별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단지 수천만, 수억 개의 고양이 이미지의 sample에서 무엇인가 고양이를 판단할 수 있는 특징들을 프로그램이 추출해 냈을 거라는 것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인공 지능의 블랙박스(Black Box)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결국 인간은 입력 값과 결과 값은 알지만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학습하였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AlphaGo’의 대국 때도 그랬습니다. 중계진들은 연신 “아 아무래도 이 수는 악수 같은데요? 왜 여기에 수를 두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다가 얼마 후 “어 그런데 집을 막상 세어보니 이세돌 9단이 뒤지고 있습니다. 정말 이상하네요. 갑자기 이세돌 9단이 지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단지 고양이 사진 찾기나 바둑에서만 발생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결국 앞으로 중요한 산업 공정이나 자율주행차 등에 적용된다면 꽤나 골치 아픈 문제가 될 것입니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지나는 보행자들을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낙엽으로 인식했다고 봅시다. 그렇다면 엄청난 인명 사고가 나겠지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냈는데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퀄리티를 충족하고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전보다 개선되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있겠지만요) 만들어진 제품에 우리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해칠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쉽게 검증할 수 없겠지요. 이것은 기술의 도입에 엄청난 장애 요인이 될 것입니다.



4. 자동화는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


(1) 자동화가 개발 도상국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는 새로운 자동화의 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자동화의 효율이 지금보다 더욱 나아지고, 단순 인간의 손발의 역할만이 아니라 스스로 절차를 수행할 수 있는 두뇌까지 갖추게 된다면, 결국 선진국의 기업들이 리쇼어링, 자국 내 생산을 하더라도 노동 비용의 부담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단순 노동 비용 절감 외에 많은 비효율적인 과정을 효율화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1년 1월 공개한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참여기업 우수사례집 (2019~2020년)』 자료를 보면 꽤나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공장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smart-factory.kr/hongbo)


삼정산업이라는 기업은 스마트 공장 도입 효과로 시간당 생산량이 300% 이상 증가했으며, 불량률이 30%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플라이콥이라는 회사는 납기가 20%, 작업 공수가 16%, 제조 리드타임이 무려 40%가 감소하게 되었지요. 솔젠트라는 회사는 진단키트 생산량이 1,233%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재고관리 정확도가 25% 증가하고 라벨 검사와 부착 시간이 80% 이상 감소하였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입장에서는 꽤나 난감한 사항이겠지만 꽤나 많은 수의 기업이 필요 인력이 감소하였음을 당당하게(아마 이 정도까지 검수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내세우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증가하고 불량률이 감소합니다. 따라서 납기 준수율이 올라갑니다. 납기 준수 기한이 짧아지고 생산 효율이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원자재, 재고 또한 줄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각종 작업에 필요한 소요시간도 짧아지게 되겠지요. 결국 이것저것 효과들을 종합해 보면 기업 자체의 효율성이 향상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스마트 공장을 더 빠르게 도입한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경쟁 기업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고 시장 지배력을 점점 높이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되겠지요.


(2) 일자리의 감소와 디플레이션 압력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 품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산업 활동의 자동화를 통해 기업 운영의 효율화와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자동화에 따른 노동 수요 감소를 부르게 됩니다.


제조업은 전통적으로 사회 평균 이상의 근로 소득을 보장해 주는 양질의 일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의 고용 효과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해외에 나가 있는 공장이 국내로 들어오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쉽게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해외로 나간 공장은 저렴한 일자리를 찾아서 해외로 나갔던 공장들이고, 이들이 국내로 리턴하는 경우는 저렴한 노동자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가능성이 생겼기에 돌아오는 것입니다. 물론 새로 생성되는 일자리가 없지는 않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사라졌던 제조업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수지 타산은 맞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표현들 / 출처 : NAVER 뉴스)


이러한 문제가 제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공장 자동화에 이어서 키오스크로 대표되는 서비스업 에서의 자동화 기기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줄어드는 제조업 일자리를 대체해 왔던 서비스업 일자리 또한 정책의 변화와 대규모 서비스 제공 업체의 등장, 그리고 결정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라 그 고용 창출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OECD가 2020년 분석한 코로나19가 일자리 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보면 코로나19는 저임금, 저학력, 청년층에 대한 일자리를 가장 많이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자동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대기업 제조 공장은 애초 사람을 자주 마주치는 빈도가 중소기업에 비해 낮습니다. 대기업 사무직 근로자는 재택근무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대면 업무가 필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일자리가 유지되면 다행이지만 대면 집합 금지 정책 등으로 소규모 업체, 자영업자 등의 폐업이 이어지면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폐업하지 않은 업체들도 노동 인력을 자동화로 대체하는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의 움직임은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코로나19의 상흔: 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3가지 요인 중 가장 첫 번째로 자동화의 가속화를 들고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서 기재한 주요 내용을 발췌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http://www.bok.or.kr/portal/bbs/P0002353/view.do?nttId=10065611&menuNo=200433)


『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

첫 번째 요인은 자동화의 가속화이다.
직업을 자동화 저위험 직업군과 고위험 직업군으로 구분해보면,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이 코로나19의 고용충격에 더 취약하였다. 특히, 대면 서비스업에 속한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의 경우 코로나 기간에 취업자 수가 두드러지게 많이 감소한 데다 회복도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주들은 향후 노동자 채용보다 감염병 위험이 없는 로봇 등 자동화 기계 도입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요인은 고용 집중도 상승이다.
최근 30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 부진으로 고용 집중도를 나타내는 고용 허핀달-허쉬만 지수 (Herfindahl-Hershman Index)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증분석 결과 고용 집중도 상승은 고용증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어 향후 고용 집중도가 크게 상승한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창출 저하가 우려된다.

마지막 요인은 실업의 장기화다.
금년 들어 장기실업자(실업 지속기간 4개월 이상)가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확률이 낮고 구직단념 확률이 높은 장기실업자의 증가는 경제 전체의 고용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경력 공백에 따른 낙인효과(stigma effect), 이력현상(hysteresis)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진전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동화 부분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따와 보겠습니다.


"과거 팬데믹 사례를 볼 때 사스, H1N1, 메르스, 에볼라는 로봇 도입을 증가시켰다. 미국 노동시장을 분석한 Ding and Molina(2020)에 따르면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많이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코로나19로 인하여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의 일자리가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고용주들은 향후 노동자 채용보다 로봇 도입을 통한 자동화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로봇 도입은 감염병 확산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 (확진자 발생에 따른 사업장 폐쇄 등)을 줄여주는 데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대량 해고로 자동화를 위한 별도의 인력 감축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의 취업자 수가 감소 추세를 보였으며, 코로나19 이후에는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동 직업군의 고용이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화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결국 그것은 디플레이션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긴급 자금을 수혈하였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였기에 버티고 있지만 이러한 지원책을 무한정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노동 시장의 회복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미국의 각종 물가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연준이 “우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용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지금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대안은 있을까?


결국 AI의 발전과 자동화의 시대가 되면 인간의 노동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영국 옥스퍼드의 경제학자, AI 전문가가 예측한 결과로는 향후 10~20년 후엔 AI로 인해 노동시장 일자리의 47%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맥킨지는 현재 존재하는 인간의 일자리 30%에 달하는 최대 8억 개의 일자리가 미래에 AI에 의한 자동화로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AI가 위협하는 인간의 미래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에서 보는 유형이 아니라 이러한 일자리의 잠식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다가올 시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지요. 여기서는 몇 가지 의견들을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어떤 이들은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합니다. 자동화가 된다면 그 기계를 만드는 일자리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면 프로그래머의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일자리 감소가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좋은 직업이라고 말하는 수많은 직업들은 수십 년 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직업이었죠. 자동차가 인간의 속도를 따라잡는 뒤에도 육상선수들은 직업을 잃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AI와 자동화는 ‘기계 학습’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기계를 제작할지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설사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여도 기술의 발전 속도는 너무도 빠르고 쇠퇴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 일자리에 적응을 쉽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리의 다수는 단순 노동, 단순 서비스 업종의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차가 자리를 잡으면 택시 운전사나 대리운전기사는 직격탄을 맞게 되겠지요) 한마디로 어제까지 단순 노동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코딩을 배워서 프로그램을 짤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 인간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로 가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인간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예술 분야에는 AI와 자동화의 습격이 덜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앞의 ‘AlphaGo’ 사례에서 보듯 우리가 창의성의 분야라고 생각했던 분야가 실질적으로는 창의성의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순수 예술의 영역에서도 AI를 통한 시 작성, 그림 그리기, 작곡/작사 작업은 점점 인간의 수준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가상 인플루언서를 찾아보시면 많은 가상인간들이 등장합니다. 싸이더스 스튜디오의 로지, LG전자의 김래아 등 사진만 봐서는 사람과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가상인간들이 대중 앞에 등장할 정도로 기술은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방송 쪽 종사자가 아닌 바에야 일상적으로 살면서 연예인 얼굴 볼 일이 몇 번이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사실 모델이 꼭 실존하는 사람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어차피 ‘연예인’이라는 존재 또한 많은 경우 실제 그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 아닌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 모델이 가상 인간이라고 한들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들은 인기 연예인처럼 고액의 출연료를 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컨디션이 나쁘다고 갑자기 광고 촬영을 펑크 내지도 않겠지요. 갑작스러운 음주운전, 마약문제, 연애설 등으로 모델 이미지가 실추될 우려도 없고, 갑자기 예측하지 못한 돌발 발언을 하는 일도 없겠지요. 또한 기술이 점점 발달하게 된다면 각 소비자가 선호하는 모델 유형을 빅데이터를 통해 알아내고 그 유형에 맞는 가상 모델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충분히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을 법도 합니다. 순수하게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연예계 또한 무풍지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딥러닝 기술이 마치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그 본질은 통계와 확률에 기반을 둔 기술이다 보니 정확한 의미로 창의적인 일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창의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이 우리 생각보다 꽤나 좁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그렇다고 과거 산업혁명 초기의 러다이트 운동의 Ver.2를 만들어보자? 이것도 비현실적인 해결책이겠지요. 당초 노동력 감소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자동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자동화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모순이며, 지금과 같이 글로벌 국가들이 모두 연결되고 다수의 다국적 대기업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반동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창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자리와 부의 기회마저 빼앗아 가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것입니다. 결국 현재의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인공지능, 자동화, 스마트 팩토리 등 인간의 노동력을 점차 불필요하게 하는 기술의 발전은 피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는 한쪽 날개 만으로 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자동화의 발전에 따라 생산성이 향상되게 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싸게 생산을 하더라도 그것이 소비되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한쪽 날개가 힘차게 퍼덕거리더라도 반대쪽 날개가 힘을 받지 못한다면 그 새는 얼마 날지 못하고 추락하게 되겠지요. 노동 소득의 감소가 필수적인 수요를 줄이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필수적인 소비 즉 음식료, 의복 등에 대한 소비도 점점 필요 최소한도로 줄어들 것입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소비 시장은 위와 같이 발전하는 기술의 산업과 자본을 소유하는 소수를 위한 고급 시장과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소비를 하는 다수를 위한 시장으로 양분화되어 갈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수많은 기업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요? 아무리 생산 단가를 낮춘다고 한들 그것이 떨어지는 소비 여력보다 더 빨리 떨어질 수 없는 이상은 큰 의미가 없는 효율 향상이 될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는 로봇세와 기본소득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할지도 모릅니다. 구조적인 실업을 해결할 수 없다면 결국 다른 방법으로 문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방법밖에 없을 것이지요. 역시 앞의 인플레이션 관련 글들에서 했던 말을 지겹지만 반복하겠습니다. '결국은 세금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그에 뒤처지는 사람들을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어지간하게 유동성 공급을 하는 것 가지고서는 디플레이션의 압력을 쉽게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럼 본 chapter의 글은 여기까지 적도록 하겠습니다. 꽤나 우울한 전망을 하게 되었네요. 다음 chapter는 <유동성을 풀어도 답이 없는 디플레이션>의 요인으로 예상되는 2번째 주요 주제인 빅데이터에 대하여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온라인 배송 시장의 예를 들어 최대한 이해가 쉽고 일상과 밀접한 주제를 통해 글을 적어 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chapter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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