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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Sep 29. 2021

빅데이터, 재고의 감소 글로벌 독점 기업(1)

- 누가 언제 무엇을 얼마나 필요로 할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녁에 신선 식품을 주문하게 되면 불과 몇 시간 뒤인 다음날 새벽에 물건이 배송됩니다. 대규모 물류 창고와 신선 식품 저장고를 가지고 있는 이마트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의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다른 유통 업체까지 새벽 배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벽 배송이 가능한 비밀은 바로 “유통과 빅데이터 기술의 융합”에 있습니다. 아래 사례는 유통 업체들이 도입하고 있는 DPS (Digital Picking System) process가 지금 단계 이상으로 발전하였을 경우를 전제하여 만들어 본 사례입니다.


(내가 먹을 장어는 주문 전에 출발하고 있었다!)


제가 8월 25일 저녁 7시에 갑자기 부산의 명물인 바다 장어가 먹고 싶어 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저는 8월 25일 저녁 8시에 부산 바닷장어를 주문하였고, 8월 26일 새벽 6시에 바닷장어는 저의 집 앞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장어는 8월 25일 오전에 부산을 출발해서, 오후 1시에는 대전 정도를 지나고 있었겠죠.


엥!?! 자세하게 읽어 보면 시간대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시겠어요?


유통 업체에서는 8월 25일 아침에 이미 다음 날의 장어 수요를 예측하여 산지에서 장어 주문을 넣어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25일 저녁에 장어를 주문하게 되면 이미 도착해 있던 장어가 온라인 업체의 물류 창고를 통과하여 (입고 반영 – 출고 반영 – 물류 절차를 순식간에 통과한 후) 26일 새벽 저에게 닿게 되는 것이지요.



1.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Arthur Charles Clarke)

-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휴지, 옷 같은 공산품이나 라면 같은 보관이 용이한 식품과 다르게 해산물 같은 신선식품의 배송 및 보관은 한계가 있습니다. 너무 미리 주문을 하게 되면 고객이 찾을 때 상한 제품을 발송하게 됩니다. 그럼 회사 문 닫는 것은 순식간이겠지요. 너무 많은 주문을 하게 되면 빠른 시기에 팔리지 않은 물건은 폐기해야 합니다.

100개를 샀는데 10개만 팔리고 90개를 폐기해야 한다면 역시 회사 문은 닫아야 하겠지요.


오랫동안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대규모의 오프라인 매장 및 물류센터, 신선식품 보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대규모의 유통업체를 신생 업체가 따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온라인 유통 시대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이후에도 신선식품의 경우는 오프라인의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에게 익숙해진 신선식품의 온라인 배송은 어떤 식으로 가능해진 것일까요?


그것은 유통과 빅데이터 기술의 결합에 따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수요 예측이 가능 해졌기 때문입니다. 유통 업체들의 데이터 분석팀은 주문 내역, 폐기 내역, 상품의 가격 등락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예측에 활용하며, 수요 예측을 시간 단위로 최대한 정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최대의 식품 온라인 유통업체 ‘Ocado’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본 회사는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한 인공지능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납품업체로부터 필요한 만큼만 주문하여 저장한 후, AI 기술로 모든 품목의 재고와 유통기한,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합니다. 주문이 접수되면 물류센터에 돌아다니는 수백 대의 로봇 중 가장 상품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로봇이 움직여 상품을 배송센터로 옮기고, 배송 차량은 인공지능과 GPS 장치를 이용해 배달 경로를 최적화하여 최단 시간에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Ocado의 신선식품은 입고된 후 5시간 내 출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력으로 이런 물류 창고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 출처 : PIXABAY)

아무리 사전에 철저하게 물류 창고가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있고 로봇이 빠르게 업무를 수행한다고 한들 수요 예측과 납품업체로부터의 주문이 부정확하다면 입고에서 출고까지 5시간이라는 거의 실시간의 process가 진행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2,000만 개 이상의 수요예측 모델을 만듭니다. 수요와 최선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의 접점을 찾아내 재고를 최소화합니다.”

(2019. 11. 포보스 인터뷰 : 제이스 매튜 Ocado CEO)


우리나라 신선식품 유통의 절대적인 강자인 이마트는 그동안 이와 같은 전략을 적극적으로 택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있어 신선식품의 온라인 배송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대규모의 신선식품 보관과 물류가 가능한 (과일 같은 경우에는 6개월 정도까지 보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규모의 Cold Chain 시설을 구축해 놓은 상태에서, 당일 운송과 배송에 그렇게 집착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보관과 물류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농산품 등을 수확이 잘 되어 싼 시점에 대량으로 구매를 하고, 비싼 시점에 물건을 푸는 방식을 통해 원제품의 가격 변동성 Risk를 최소화로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유통 시장의 온라인화도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강력한 경쟁자들도 점차 진열을 갖추기 시작했지요. 쿠팡은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으로 조달한 약 5조 원의 자금을 이용하여 대규모의 물류 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전국을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10km 이내에 둔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신선식품의 Cold Chain system을 구축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이마트도 그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2021년 이마트는 바쁜 움직임을 보였는데, 우선 NAVER, CJ와의 지분 교환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였습니다. 뒤이어 2021년 6월 이베이코리아를 3조 4천억 원에 인수하며 온라인 채널을 강화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두고 “얼마가 아니라 얼마 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하였습니다.


G마켓,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쿠팡에 밀려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는 국내 2위 온라인 사업자 (현재 국내 1위는 NAVER 쇼핑이지만, NAVER는 다른 업체들을 소비자와 연결시켜 주는 shop in shop 방식입니다. 실질적으로 보면 쿠팡이 1위, 이베이코리아가 2위)입니다. 자체적으로 대규모의 투자로 쿠팡을 따라가기는 어렵고, 현재 오프라인 상의 이마트의 인프라와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지요.


또한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11번가도 미국의 AMAZON과의 제휴를 통해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유통 시장은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선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안전도와 신선도입니다. 경쟁자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질 좋은 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유통업체의 빅데이터 시스템 고도화는 점점 더 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통 업체들의 경쟁이 가져올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글의 초입에서 적었듯 언젠가 내가 주문을 하기도 전에 미리 산지에서 내가 먹을 식품이 출발하게 되는 마법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2. 재고와 과잉 투자가 감소하는 시기가 온다!

- 그럼 경제 cycle은 어떻게 되는 거지?


전통적인 기업에게 재고 자산은 큰 골칫거리입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재료를 구매하고 인건비 등을 들여서 생산을 했는데 팔리지 않을 경우 당장은 애물단지가 됩니다. 팔리기 전까지 보관을 해야 하는데, 그러한 보관에 드는 비용이 점점 드는 것도 부담입니다. 물론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게 재고라는 것은 땔 수 없는 숙명이지만, 기업들은 이러한 재고 자산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 합니다.


또한 재고 자산은 기업의 재무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자산’이라는 것은 그것을 통해 향후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으로 정의됩니다. 많은 기업들은 제품이 생산되는 시점에 이미 원재료, 인건비, 각종 경비 등을 쓰게 됩니다. 이들을 비용으로 잡게 되면 그 시점에서 기업의 (-)는 확정이 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앞으로 이 물건이 팔리면 비용+이익만큼 이 회수되기 때문에” 이것을 향후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항목으로 회계 장부에 넣게 됩니다. (이것이 재고 자산입니다)


그런데 재고 자산이 팔리지 않거나 만들어낸 원가 대비 판매가가 더 낮아져서 팔수록 손해가 가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그것은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하기 때문에 돈만 든 비용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계속 자산 항목에 넣어 놓으면 부정 회계가 되겠지요.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이러한 재고 자산을 검토하여 재고자산평가손실 (즉 이것은 자산이 아니라 비용입니다)을 반영하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대규모의 평가 손실을 반영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순식간에 기업의 재무 상태가 나빠지게 될 것입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뒤통수를 맞을 우려도 있지요.


그렇다고 기업들이 재고를 쌓아 놓지 않을 방법은 없습니다. 아무리 잘 팔리는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생산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팔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쟁, 전염병, 화재, 기상 이변 등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을 주는 요소는 정말 많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공장 등이 shut down 되면서 제품과 부품을 이들 국가의 공장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조달하던 글로벌 대기업들의 영업에 많은 차질이 왔습니다. 쿠데타, 파업 등 정치적인 이슈로 공장이 서기도 합니다. 급변하는 기상 이변으로 텍사스에 난데없는 한파가 닥치거나 중국에 대규모의 홍수가 발생하여 생산 인프라를 훼손하기도 하였습니다.


정밀한 기계일수록 작은 변수에도 고장이 나기 쉬운 것은 불변의 진리인 듯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많은 경제 주체들에게 비상시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심어 두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도 손실을 반영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재고 자산을 쌓아두게 되었습니다.


(경기의 순환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기본 원리이다. 하지만... / 출처 : PIXABAY)


그리고 재고가 필수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산업의 사이클을 만들고 호황과 불황을 가져오는 원인이 됩니다. 최대한 단순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① 물건이 잘 팔립니다. (호황 초기)
 → 그 수요를 생산이 빠르게 따라갈 수 없으니 물건 가격이 오릅니다. 기업들은 미래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재고를 쌓기 시작합니다.


②  사람들이 그 물건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를 합니다. (호황)
 → 투자를 하니 경기가 활성화되고 고용이 창출되고 임금이 늘어나 수요는 더 생기게 됩니다. 물건의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가게 됩니다.

③ 사람들이 투자를 늘렸더니 시장에서 물건의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꼭지)
 → 사람들이 올라간 물건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공급이 많아지니 물건 가격이 내려가고 쌓아 둔 재고 중 팔리지 않는 것이 생기게 됩니다.

④ 물건 가격이 내리고 잘 팔리지 않으니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불황)
 → 투자를 하지 않으니 경기가 축소되고, 고용이 줄어들며 임금이 줄어들고 수요는 더 줄어듭니다. 물건의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지게 됩니다. 쌓아 놓은 재고가 손실로 이어지며, 버티지 못한 기업은 도산하게 됩니다.
 

⑤ 어느 날 사람들은 물건이 그 가치보다 많이 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바닥)
 → 사람들은 싸진 물건을 사게 됩니다. 투자를 하지 않았으니 수요를 생산이 빠르게 따라갈 수 없어 물건 가격이 오르고... (앞의 단계가 반복됩니다)


호황기가 오면 기업들은 과잉 투자를 하게 되고, 재고를 쌓게 됩니다. 그것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오지요. 그렇게 투자된 과잉 자산은 결국 어느 순간 불황을 가져오게 됩니다. 잘 팔릴 것으로 생각해서 잔뜩 만들어 놓은 재고는 애물단지가 되고 기업의 실적을 급격하게 훼손하게 됩니다. 그리고 몇몇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게 되고, 살아남은 우량 기업 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을 때 다시 호황의 싹이 트게 됩니다.


☞ 만약 많이 만들 필요가 없다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사이클이 생기는 원인은 누구도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품과 서비스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누구에게 얼마나 필요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딱 필요한 만큼 원재료를 구해서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필요한 만큼 팔게 될 것입니다. 초과 공급, 수요 부족이라는 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글로벌 인구는 70억 명에 달하고, 세계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기업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Ocado는 신선 식품을 입고에서 출고까지 5시간이라는 사실상 Real-Time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빅데이터의 특성상 많은 데이터가 쌓일수록 그 system은 더욱더 정교해집니다. 즉 수요와 공급을 100%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먼 미래에도 불가능하겠지만 ‘특정 지역’ 및 ‘특정 수요’에 한정을 한다면 근 미래에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예측의 정확성이 올라가면 갈수록 기업의 이익 또한 올라갈 것입니다. 필요한 만큼 주문을 하게 되면 원재료 구매 비용이 절약이 됩니다. Real-Time으로 소비자에게 판매가 되면 보관 비용도 절약이 되지요. 팔릴 만큼 사 오거나 만들게 되면 앞에서 말한 재고 자산의 부담도 줄어들게 됩니다. 예측이 더욱 정교해진다면 어떤 원재료가 공급 과잉으로 싸질 것 같을 때 대규모로 구매를 하고 비쌀 때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경쟁자 대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용이 “0” 이 될 수는 없겠지만, 비용이 이전보다 줄어드는 것 자체만으로 기업의 체질은 더욱 튼튼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美中 패권전쟁이나 코로나 사태 같은 위기, 기후변화 등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리쇼어링 시 추가되는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개발 도상국에서 사용하는 만큼의 인력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인건비의 부담 증가는 리쇼어링을 할 경우에는 각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상수입니다. 또한 소비자에게 모든 비용을 전가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결국 앞의 chapter에서 언급한 AI와 기계화, 그리고 이번 chapter에서 말하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요, 공급 예측의 정교화를 통해 리쇼어링 시 얼마나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가 될 것입니다. 이것에 성공하는 기업은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고, 실패하는 기업은 점차 도태해 가겠지요. 인건비 부담만 극복할 수 있다면 한 국가 내에서 생산을 하고 소비를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변수가 적고 적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원재료 조달 - 생산, 가공 - 최종 소비지가 가까울수록 각종 물류비용, 보관 비용, 재고 부담 등이 감소할 수밖에 없지요.


이러한 변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의 기업은 굳이 사람의 힘이 필요 없는 시간까지 사람을 두지 않고 (Not, All-Time Job),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의 사람만 쓰는 것이 점점 확대되겠지요. (But, Part-Time Job) 그리고 이것은 점차적으로 경제 cycle의 진폭을 이전보다 줄이고, 경기 cycle의 등락에 따른 노동 시장의 역동성도 훨씬 줄이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의 문제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3. 싸게 더욱 싸게, 누구보다 더 싸게

- 이익이 아니라 점유율이 결정하는 시장!


(1) 빅데이터로 무장한 글로벌 독점 기업의 등장


앞에서 AI, 기계화, 빅데이터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경쟁 기업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Market Share를 올리고 다른 기업들을 도태시키고자 할 것입니다. 즉 이러한 혁신 기업들이 소비 측면에서 공급 단가를 낮추다 보니, 수년간 강력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미국의 ‘Amazon’입니다.


Amazon 당했다!라는 표현은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Amazon은 일찍부터 구축한 빅데이터 기반의 system을 통해 전 세계에서 더 저렴한 물건을 공수하고 미국 전역에 있는 다수의 중간 기지에서 신속하게 물건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어느 창고에 둘 것인지, 적절한 배송 경로는 어떤지, 이 물건을 더 쌓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등등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터는 더 쌓이고 정교해지면서 Amazon의 조달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Amazon은 올해 초 비행기 구매까지 나섰습니다. 그동안 임대하여 사용했던 비행기를 직접 구매해서 배송의 속도도 더욱 control 하겠다는 의도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더욱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배송 system 구축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러한 Amazon의 정책 때문에 경쟁 업체들은 물건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올리기가 매우 곤란해집니다. 자칫 잘못하면 그나마 가지고 있는 점유율마저 뺏길 판이지요. 당장 동네 슈퍼마켓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왔을 때 슈퍼마켓이 대형마트보다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그렇다면 자금력이 충분한 다른 기업이 Amazon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통적인 유통업 시대였다면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에 많은 player들이 참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빅데이터’의 속성은 이러한 후발 주자의 도전을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데이터가 쌓인다 → 더욱더 정확한 데이터가 된다 → 기업의 비용은 더욱 줄어든다 → 가격을 내린다 → 점유율이 상승하고 소비자가 늘어나서 더욱더 데이터가 빠르게 쌓인다 → 더욱더 정확한 데이터가 된다 (무한 반복)


기술의 발달로 경험의 가치를 구닥다리로 치부하는 경향도 많아졌습니다. 인터넷만 접속하면 온 세상의 모든 정보가 다 들어오는 상황에서 경험을 통한 지식이 어떤 의미가 있냐는 비아냥이지요.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다시 한번 경험의 시대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경험의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바뀐 것이 다른 점이겠지요.


일반적으로 First Mover는 초기의 시행착오 등을 고려할 때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들은 선도 기업의 시행착오를 조용히 지켜보다가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이 보였을 때 시장에 뛰어드는 전략을 많이 택해 왔고, 이 전략은 그동안 꾸준한 성공을 거두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의 발전은 어쩌면, 많은 기업들에게 First Mover가 되기를 강요하지 않을지 그런 생각을 해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대형 Big-Tech 기업들이 수많은 고 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일부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최근의 시장을 유심히 살펴보면 기업들이 생각보다 이익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이익도 충분히 내고 있지만, 많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자신들이 구축한 서비스를 무료나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러한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추구하는 것이 이윤이 아니라 시장 점유율의 확대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더 정교한 수익 모델이 나오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눈앞의 적은 수익에 집착하여 고객을 줄이는 우를 범하는 것보다, 당장은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경쟁 기업 대비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대해 놓은 뒤 천천히 그 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2) 빅-테크와 플랫폼에 대한 규제 움직임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은 다양한 규제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독점에 대한 우려와 함께, '빅브라더'에 대한 유서 깊은 공포도 같이 받고 있지요. google세로 대표되는 각종 세금 이슈도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얼마 전 중국의 각종 플랫폼 기업들도 호된 서리를 맞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카카오 또한 21년 9월 갑작스러운 규제 Risk를 받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러한 반독점 규제가 생각보다 쉽지 않고,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업들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공산국가인 중국은 예외로 합시다. 여기는 정부가 마음먹으면 기업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지요)


‘독점 = 경쟁 저하 = 소비자 후생 저하’


우리나라의 경쟁 관련 법규의 정식 명칭이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규제 당국은 전통적으로 독점 = 소비자에게 피해가 간다라는 공식을 기반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애매한 것은 이러한 IT 기반의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mazon은 더욱더 소비자에게 싼 가격에 제품을 제공할 것입니다. Apple, Google, Facebook은 더욱 다채로운 service를 제공할 것입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하여 효율화를 거친 플랫폼들은 저렴한 대가를 받고 구독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이들이 후발 시장으로 진출하게 될 경우, 더욱 단가를 낮춰 경쟁자를 배제하고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시끄러웠던 카카오 택시 같은 경우 택시 기사나 대리운전기사, 콜 업체의 경우에는 규제를 찬성하는 입장일 것입니다. 하지만 콜택시를 불러도 잘 잡히지도 않고, 목적지에 따라 승차 거부도 심심치 않게 당했던 택시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내 돈 내고 서비스 이용하겠다는데!'라는 반발을 할 법도 합니다. 우리는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 앱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이전과 같이 각 업체별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로 배달을 시키는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냐라고 진지하게 물어보았을 때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는 꽤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독점 기업과 반독점 규제 당국과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 출처 : NAVER 뉴스)


물론 전 세계가 이들 몇몇 기업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들 기업의 성장이 소비자 후생을 저하할 위험은 잠재적인 위험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준의 위험을 요구하는 보수적인 법원의 벽에서 이들 빅-테크 기업이 승소하는 경우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의 정부들은 전통적인 반독점 규제의 틀에서 소비자 후생이라는 항목을 분리시켜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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