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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Oct 06. 2021

빅데이터, 재고의 감소
글로벌 독점 기업(2)

- 점점 불필요 해지는 것들과 더욱 필요해지는 것들

(1편에서 이어집니다)


4. 많은 것이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 많은 이들은 불행을 얻게 될 것이다.


앞에서 적은 글의 핵심을 상기해 봅시다.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①필요한 시점에 ②필요한 만큼 ③필요한 자원만을 투입하여 생산하고 공급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들의 지배력이 강하면 강해질수록 위의 과정은 더욱더 정교해질 것입니다.”


미국의 Amazon, Apple, Google, Facebook 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나요? 우리나라의 NAVER, 카카오 같은 기업이 없어지면요? 당장 오늘 하루 카카오톡으로 오고 간 메시지가 많을까요? 전화를 통해 주고받은 대화가 많을까요? 물론 그 기업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은 있겠지요. 하지만 누군가가 유사한 형태의 사업을 가지고 그들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고 이름만 바뀐 이들 기업들은 산업 구조가 또 한 번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은 계속 존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들의 성장은 점점 많은 것들을 불필요하게 만들고 줄여갈 것입니다.


첫 번째는 고용을 창출하는 투자입니다. 

물건/서비스의 가격이 올라가고 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와 고용, 임금의 상승이 일어나는 것이 인플레이션이고, 경제의 성장입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점점 효율적으로 변하면서 기업의 투자는 더 이상 그 투자 비용에 상응하는 고용을 창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잉여 시간을 용납할 수 없는 기업들은 점점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의 인력을 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후발업체들 역시 이러한 비용의 효율성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생존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선도업체들의 방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각국 정부의 고민이 여기에 있습니다. 분명히 돈을 엄청 풀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들 또한 투자비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것이 고용과의 연결이 끊기다 보니 최종적인 경제 성장으로는 잘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경제는 분명 성장하는데 그 과실이 소수에 집중되어서 별로 체감이 되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입니다. 기업들이 예전 같으면 나라에서 돈을 풀면 기계 설비도 늘리고, 사람도 뽑고, 임금도 높였는데 이제는 이렇게 반문하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가 지금 보니까 과거의 투자는 죄다 과잉 투자더라고요. 그리고 투자를 하긴 할 건데 굳이 하루에 8시간밖에 일을 못 시키고, 복지도 챙겨줘야 하고 불평불만도 많은 사람을 많이 뽑을 생각은 없는데요?” 


기업들이 인력 고용을 줄이고, 임금 상승을 억제하면 곧 그것은 다시 소비 여력을 줄이게 되어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다시 정부는 돈을 풀 수밖에 없고, 이 돈은 다시 자산 시장으로 들어오고... 앞에서 반복한 이야기가 또다시 나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은 ‘중간단계’입니다. 

점점 더 기업의 생산과 소비자로의 공급에서 중간 단계가 간소화될 것입니다. 기존의 산업은 어떤 물건이 얼마나 팔릴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기업이 만든 물건을 구매하여 최종 소비자에게 연결시켜줄 수 있는 중간 상인이 필요했습니다. 언제 무엇을 얼마나 쓰게 될지 알기 어려우니 내가 직접 만들지 못하는 것을 공급해 줄 수 있는 협력업체들도 필요했지요. 물건이 최종 소비자에게 언제 전달될지 알 수 없으니 이들을 보관하기 위한 많은 창고와 운송 업체들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불특정 다수에게 팔기 위한 광고 업체와 유통 업체가 필요했습니다. 


(연결의 필요성이 상인을 만들었다. / 출처 : PIXABAY)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matching이 더욱 정교해질수록 이러한 많은 중간 단계는 점점 불필요해질 것입니다. 당장 온라인 쇼핑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진 system입니다. 원한다면 인터넷을 통해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원산지에서 소비자에게로 제품을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빅데이터를 이용한 알고리즘이 소비자들 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원하는 제품을 추천해 주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YouTube를 조금만 이용해 보신 분들이라면 내가 직접적으로 고른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청취 콘텐츠와 유사한 종류의 다양한 목록이 뜨는 것을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과거와 같이 마케팅이 불특정 다수, 또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과 다르게 앞으로의 마케팅은 각 개인을 target으로 하여 직접적으로 닿게 될 것입니다.


또한 중간단계가 축소된다는 것은 점점 초과 수익을 거두는 것을 어렵게 할 것입니다. 장사, 무역, 그리고 투자까지 그 기본 원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기업이 물건을 만들면 들어간 돈 보다 비싸게 팔아야 합니다. 서비스 또한 제공자가 들이는 input 대비 더 높은 대가를 받을 수 있을 때 유지가 되는 것이겠지요. 저도 참 재미있게 했던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이 생각납니다.  당시의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시장에서는 하찮은 물건이었던 시계, 작물, 장신구 등을 인도나 아시아의 왕국으로 가져가서 비싸게 팔았습니다. 그리고 인도와 아시아에는 넘치지만 유럽인들이 너무 좋아하는 향신료, 도자기, 차 등을 구매해서 오곤 했습니다. 유럽의 상인들은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공간의 벽을 이용해서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인 고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서에는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1900년대 초반만 돼도 동일한 상품이 멀리 떨어진 두 시장 사이에서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을 이용한 차익 거래가 성행했다. 당시 런던의 금 시세와 뉴욕의 금 시세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을 빠르게 알 수 있었던 사람들은 큰 수익을 거뒀는데, 이에 따라 거래소의 전화교환원 아가씨들은 수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자신들이 먼저 전화를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선물공세에 시달려야 (때로는 즐기기도) 했다.’ 


기술이 발전하여 이러한 중간 단계가 줄어들수록 더욱 초과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워질 것입니다. 시장의 다수가 기업의 가치에 대해 큰 이견이 없을 경우 그 주식으로 큰 수익을 거두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내가 바보같이 산 물건을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더 큰 바보를 찾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은 상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껄끄러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세 번째로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은 ‘오프라인’입니다. 

작년과 올해 오프라인 자영업자의 몰락은 코로나 사태가 절대적인 원인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오프라인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소매 시장에서 온라인의 침투율은 2017년 31.1%, 2018년 35.8%, 2019년의 41.5%, 20년과 21년은 50%를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불과 3년 사이에 거의 70% 가까운 성장을 이뤄낸 것이지요.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한 오프라인 업체나 온라인으로 전환을 빠르게 이뤄낸 업체를 제외한 다수의 오프라인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살아남은 소수는 버틴 대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더욱 강해진 온라인과의 전투를 치러야 합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유통 대기업들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코로나 시대가 지나더라도 다시 오프라인의 부흥이 오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오프라인은 궁극적으로는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공간만이 아니라, 경험도 소비하는 공간이 되어야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라도 먹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 가게의 음식이 맛이 있어서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음식을 먹었다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는 불편함을 감수합니다. 


스타필드 같은 공간은 단순하게 쇼핑을 하러 가는 곳이 아닙니다. 하남 스타필드의 예를 들어 보면 다양한 쇼핑몰에 더하여 엄청난 규모의 식당가, 메가박스 등 영화관, 테마파크 시설 (스포츠 시설, 수영장, 찜질방 등), 영풍문고, 테슬라 매장(!?!) 등이 입점해 있다 보니 마음먹고 방문하면 가족들과 이곳저곳을 멀리 다닐 것 없이 하루를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복합 쇼핑몰 : 물건 구매를 넘어 경험을 소비하는 공간 / 출처 : PIXABAY)


위와 같은 대기업의 복합 쇼핑몰이 단순하게 상품을 파는 유통 공간이라면 정치권에서 고집을 부리고 있는 대형마트 등의 휴일 영업 금지를 통해 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합 쇼핑몰은 상품만이 아니라 소상공인이 제공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해 주는 공간입니다. 당연히 전통 시장 등은 위와 같은 복합 쇼핑몰이 주는 경험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복합 쇼핑몰이 영업 제한이 걸리게 된다면 전통 시장을 가는 대신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선택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대다수의 오프라인 업체들이 변신에 성공할 확률은 낮을 것입니다.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은 주변에서 잘 찾을 수 없고 어쩌다 나와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길가다가 눈에 보이는 평범한 가게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지 않겠습니까. 오프라인 자영업자의 몰락 역시 고용의 부진과 같은 논리로 연결이 될 것입니다. 그만큼 본 글의 주제와 직접적으로 닿아 있기 때문에 지겹지만 다시 한번 반복합니다. 자영업자의 몰락 또한 국가가 유동성을 공급하여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디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입니다.



5. 앞으로의 주요 자원은 데이터가 될 것이다.

- 왜 NAVER는 우리에게 영수증을 사 가는가?


이번 chapter도 슬슬 마무리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유형의 자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무형의 데이터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오늘도 수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NAVER를 보니 영수증 리뷰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더군요. 이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영수증을 찍어서 올리면 NAVER가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는 제도 같습니다. 당장 우리들은 크게 자각을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NAVER에게 100원, 200원을 받고 엄청난 양의 쇼핑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면 우리의 이동 패턴이 차곡차곡 정리가 되고 있겠지요. 우리가 밤잠을 자지 못해 뒤척이며 돌아다니는 인터넷 사이트와 검색 기록 또한 모두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중한 데이터입니다. 


어쩌면 근 미래에 우리는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는 기업의 마케팅에 넘어가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뉴욕타임스의 기사에서 소개된 사연입니다.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점에 한 중년 남성이 찾아와 항의했다. 딸에게 배송된 광고물에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상품만이 추천상품으로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도 하지 않은 딸에게 임신을 권유하는 것도 아니고 광고지가 왜 이러냐고 항의하는 남성에게 직원은 사과를 했다. 

하지만 다음날 그 남성은 슈퍼에 전화를 걸어 직원에게 사과했다. 여고생 딸이 임신 중이었던 것. 빅 데이터는 아버지도 모르는 딸의 임신을 기업이 먼저 알게 해 준 것이다.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는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전 세계의 첩보 기관들은 자국과 외국의 주요 인사들의 거주지와 종교, 정치적 견해, 친구 목록, 자신이 찍힌 수백 장의 사진과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활동을 알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각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정보기관 입장에서는 꽤나 허탈한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조크입니다.) 


개인의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폭력적인 국가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비롯하여 수많은 디스토피아적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들은 우리가 현실에서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당장 중국이 자국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각종 규제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다양한 중국 국민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 기업들이 공산당의 통제를 벗어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에 알레르기적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중국의 차량 공유 모바일 업체인 디디 추싱(DiDiChuXing)이 미국에 상장한 직후 중국 당국은 초 고강도의 제재를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디디 추싱이 중국의 비밀 연구소에 근무하는 A연구원이 연구소에 한 달에 20번 정도 출퇴근을 한다고 봅시다. 그렇다면 중국은 자신들의 비밀 연구소의 위치를 미국에 상장한 자국의 기업을 통해 미국에 가져다 바치게 되는 격이겠지요. 테슬라(tesla)의 자동차가 자율주행 system 구축을 위해 막대한 양의 차량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또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무원/군인/공산당원 등에게 테슬라 차량 이용을 금지한 것 또한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네요. 결국 중국도 미래의 무기는 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chapter에 이어 디플레이션을 가져오는 2번째 주제에 대해 적어 보았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빅-테크 기업들은 인터넷과 데이터를 이용하여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마치 마법 같이 보일 정도로 기술은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데이터 전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또한 주요 국가들도 글로벌 패권 경쟁을 위해 각종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에 더욱 집중해 나갈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에게 맞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의 편익은 곧 고용과 자영업이 줄어드는 투자의 시대를 고착화할 것이며, 소수의 빅-테크 기업을 제외한 많은 이들의 추락을 가져올 것입니다. 단순하게 싸고 편리하다는 것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죠. 기술이 발달하고 독점 기업의 힘이 커질수록 그 기술을 소유하지 못하는 자들의 몰락은 가팔라져 갈 것입니다. 그리고 모이면 모일수록, 빠르게 시작하면 시작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데이터 산업의 힘은 후발주자의 '성장'을 가로막고 <유동성을 풀어도 답이 없는 디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것으로 이번 주제에 대해서는 끝맺음을 하도록 하고, 다음 chapter는 심각한 디플레이션 압력에 관한 마지막 주제인 ‘메타버스’ 세계가 가져올 디플레이션 압력에 관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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