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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Jan 10. 2023

한국은행_금융안정보고서(5편)

- 2022년 기업신용 부분 (부동산 기업금융)

 안녕하십니까.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 그 5번째 글입니다. 지금까지 4편의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보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는 괜찮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5편은 글을 쓰기 전부터 그 결론이 뻔히 보이다 보니 꽤나 무섭네요. 4편에서도 보았듯 PF-ABCP (부동산 등 유동화 CP)의 금리는 시장 안정화 대책이 나온 뒤로도 떨어질 기미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에서도 2023년 상반기의 뇌관을 부동산 금융으로 보고, 모니터링 체계를 더 강화하겠다고 한 상황이고요. 


 일단 가계대출 부분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내용은 1편과 2편에서 어느 정도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기업금융의 내용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주거용 부동산이 다수인 가계대출은 부동산의 매매가격과 임차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반면, 기업금융은 조금 더 직접적으로 건설업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어느 정도 투자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같은 '부동산'으로 묶이더라도 그 미묘한 차이를 아시겠지요. 일단 부동산과 관련된 가계대출 항목은 아래 기 작성한 글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d49f624066694e7/58

https://brunch.co.kr/@d49f624066694e7/59


1. 부동산 기업금융 현황 및 주요 특징


- 2022년 3분기말 기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약 2,697조원입니다. 우리나라의 2021년 명목 GDP가 2,071조원이니 GDP를 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물론 모든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기업금융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아래와 같이 가계금융이 1,298조원으로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래 +649조원은 2019년 말 대비 2022년 3분기말의 증가액입니다. 즉 2019년 말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32% 정도 증가했다는 것을 나타내줍니다.)

-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서 부동산 관련 기업금융은 ①부동산 관련 기업대출(건설·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출), ②부동산 PF(PF대출 및 유동화증권) 및 ③보증기관의 사업자보증(분양보증, 임대보증금보증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PF대출 : 부동산개발사업의 사업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고 해당 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하는 금융방식으로, 사업단계에 따라 사업인가 전 토지매입 자금 등을 공급하는 브릿지론과 사업인가 후 준공시점까지 브릿지론 상환 및 공사비 등을 공급하는 본 PF대출로 구분됩니다. 즉 부동산을 개발을 위한 가장 직접적인 대출이라 보시면 됩니다.


(1) 부동산 관련 금융대출 


- 가장 큰 부분은 부동산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대출입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이 워낙에 활황이다 보니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player들도 많고, 수익을 더 늘리기 위한 레버리지 이용이 많았을 것은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부동산 경기가 급하게 꺾이게 되면 고스란히 Risk로 돌아오겠지요.

- 위 자료를 보면 비은행금융기관이 은행보다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을 더 크게 확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3분기말 기준 비은행금융기관의 건설업 및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1.8%와 22.7%로 은행의 건설업,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18.1%, 11.9%)을 크게 상회하였습니다. 여기서 비은행금융기관은 크게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인데 이것이 (4) 편에서 보았듯이 2022년 3분기~4분기에 건설사와 증권사가 같이 묶여서 두들겨 맞은 배경입니다. (증권사 주주로서 부글부글 하는군요 -_-)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른 말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론)을 상환 능력이 부족한 저신용자(서브프라임 등급)에게 까지 대출을 해 주고, 그 대출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한 다수의 파생 상품을 엮어 놓았다 보니, 목걸이 줄의 일부가 끊어지면 목걸이 전체가 풀어지듯 연쇄적으로 큰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 것이지요. 


 그 이후 미국이나 한국이나 (아마 중국 외 다수의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은) 은행권의 건전성 강화 및 각종 규제에 힘을 썼습니다. 그래서 은행권의 부동산 대출 규모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고 이것이 은행권이 요즘 시국에서 든든한(?) 보루가 되어주는 배경입니다. 


  하지만 저금리상황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여타 금융기관들은 수익성 확보에 애를 먹었고 (2021년에 엄청 싼 생명보험사 주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2022년에 7번의 금리 인상을 해야 그나마 value-up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보고 조금 수익을 내고 팔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네요...-_-) 단 1%의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들도 일어났지요.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그동안 성공을 거두긴 했었습니다만...


(2) 부동산 관련 PF 대출


- 기업대출에 이어 부동산 PF대출 현황입니다. 역시 은행보다 비은행 (증권, 저축은행, 여신전문회사, 보험사)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상황이군요. 그리고 은행은 가장 안정성이 높은 아파트에 67% 정도로 집중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아파트 시장이 활황이었기 때문에, 사업자 또한 조달 비용이 가장 낮은 은행권을 선택할 여유가 있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건당 PF대출 금액도 은행과, 보험(내가 왜 보험사 주식을 팔았지ㅜㅜ) 굵직굵직한 사업장을 먼저 먹고 나머지가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 저는 사회초년생 시절이라 여기까지 신경 쓸 여가가 없었지만 2011년~2013년에도 PF대출 부실사태가 한번 있었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시기가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기 직전이었네요. 증권회사는 2016년 8월 정부의 IB육성방안 추진에 따른 어음발행 허용, 레버리지 규제 완화 등을 계기로 PF 관련 익스포저를 크게 확대하였는데, 이에 따라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에서 유동화증권(즉 PF대출을 빌려주고 그 대출 상환을 얌전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초자산으로 또 돈을 돌렸다는 의미입니다. 몇 차까지 돌렸는지는 가늠이 어렵겠지요)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말 12.7%에서 2022년 9월 말 28.6%로 상승하였다고 합니다. 


- 그래서 만약에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터지면 이번에는 은행이 아니라 비은행금융이 문제가 되리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은행권은 한번 크게 당해서 몸을 사리게 된 반면, 비은행권은 규제도 약하고 고수익 추구 성향이 높다 보니 그만큼 더 위험하게 보는 것이지요. (유동화 한번 시켰는데 두 번은 못 시키겠습니까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지요) 한번 다시 두들겨 맞고 가야 바닥이 올지, 아니면 금융당국이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넘어갈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3) 분양 및 임대사업자 보증


- 기업금융이지만 가계와 개인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분양 및 임대사업자 보증입니다. 여전히 다수의 국민들에게 주거는 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분양 사업이 잘 되지 않아서 집은 못주고 계약금, 중도금도 못 돌려주겠네요!"라는 말을 듣거나, "전세 보증금을 줬는데 집주인이 파산했네요. 경매에서 인수라도 해 보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보증은 가계안정성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 분양보증 : 분양사업자 파산 등의 사유 발생 시 아파트 준공을 책임(분양이행보증) 지거나 계약금, 중도금 등을 환급(환급이행보증)해주는 보증을 의미

** 임대보증금보증 :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지는 보증상품으로 임대사업자가 가입하는 사업자보증 


- 전체 보증 중에서는 역시 집단 보증(아파트 한 단지 분양하면 몇백 몇천 세대가 관계되지요)인 분양 보증의 규모가 큽니다. 하지만 증가율을 보면 임대보증금 보증이 압도적입니다. 아마도 2017년 이후 각종 부동산 규제책으로 분양 공급이 크게 줄어든 반면, 2020년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임대보증금 보증이 급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2021년 말 기준 전체 사업자보증 사고율(HUG 기준)은 0.02%입니다. 2012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당시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군요. 분양보증의 경우 그래프에서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고율이 매우 낮습니다. 그동안 아파트 경기가 워낙 좋다 보니 어지간한 사고가 아니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낮지 않았을까 합니다. 반면, 임대보증금보증의 경우 2021년 중 사고금액이 409억원으로 전체 사업자보증 사고금액(458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부분은 2022년에 엄청나게 확대되지 않았을까... 올해 반기에 나올 자료를 유심히 봐야할 것 같습니다. 


2. Risk 검토 (유동성 Risk와 신용 Risk)


- 유동성 Risk는 거래 일방이 일시적인 자금부족으로 인해 결제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으로써 거래 상대방의 자금조달계획 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위험을 의미합니다. 신용리스크는 거래상대방의 경영상태 악화, 신용도 하락 또는 채무 불이행 등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위험을 의미합니다. 조약 하게 예를 들자면 유동성 Risk는 물은 있는데 물줄기를 따라서 물이 흐르지 못하게 막혀 있는 상태를, 신용 Risk는 물 자체가 말라버리는 사태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앞의 글에서 본 바와 같이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여기저기의 유동성 Risk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특히 부동산 자금시장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개입 이후로도 위험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조달 금리는 올라갔고,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유동성 Risk가 해소가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신용 Risk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요.


-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은 과거에 비해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최근의 기울기가 심상치 않으며, 아래 자료는 2022년 2분기 기준이다 보니 내년에 관련 자료가 update 되면 꽤나 끔찍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나마 대출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그동안 저축은행 PF 부실사태 시기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다만 2022년 하반기 들어 대출의 건전성 지표들이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로 전환되는 등 불길한 움직임이 나타났지요. 

* 저축은행 PF대출 부실사태 시기(2011~13년) 전후 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최고 3.19%(2011년 3월 말), 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2.63%(2010년 9월 말)를 기록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동 기간 중 저축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35.75%(2013년 9월 말), 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40.68%(2011년 말)까지 상승하였다고 하네요. (연체율이 30%~40%... 이건 무슨 헬게이트인가요)

- PF대출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연체율 등 지표는 고개를 들고 있으며, 특히 증권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1%요? 정말 증권사가 간이 배 밖에 나온 것을 알 수 있군요.

* 고정이하여신비율 : 여신은 건전성 분류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로 나누어지며 정상은 충분히 회수가 가능한 양호한 대출을, 요주의는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된 경우를 말한다. 고정은 3개월 이상 연체되고 채무상환능력의 저하 요인이 존재하는 채권을, 회수 의문은 3개월 이상 연체되고 채권 회수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한 채권을 말한다. 추정 손실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여 은행에서 손실 처리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고정이하여신인 고정·회수의문·추정 손실은 부실채권으로 간주한다. 금융기관은 이러한 기준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여야 한다.  


3. 현재 진행형인 상황... 머리가 아프다. 


- 어떻게 보면 부동산 금융의 부실이 현재 주택을 보유 중인 시장에는 영향을 크게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건설사가 망하거나(물론 하자 보수를 못 받는 문제는 있지요), PF대출이 부실이 나서 분양 사업장이 멈추는 것을 공급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호재로 인식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 위 견해가 반드시 오류라고는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금융은 기존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자금의 여유가 많은 대형사가 아닌 이상, 부동산 관련 회사들은 계속 건설을 하고 분양을 해야 하는 운명입니다. 신규 사업장에서 자금 조달을 받아 기존 사업장을 마무리하는 구조가 많으며, 사업을 멈추어도 고정비는 계속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익이 나지 않는 경우에도 분양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즉 미분양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할인 분양이라도 해야 하고, 주변에 할인된 신축이 들어오는 것은 기존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이러한 할인 분양조차 없게 되고 더 이상 공급이 없다면 그 뒤의 부동산 시장은 다른 문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할인 분양조차 없게 된다는 것은 규제로 공급 자체를 틀어막지 않는 한 경기의 극심한 침체를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이 경우에도 결국 기존의 부동산 시장에는 큰 충격이 오게 될 것입니다. (그럼 현금부자들의 줍줍과 시장금리의 인하 등 각종 지원책으로 시장의 회복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오겠지요.)

- 과연 이번 시장이 과거 2011년~2013년과 같은 system risk를 가져올까요? 위의 표만 봐서는 그 가능성이 낮다고만 장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금융위원회도 2023년에는 부동산 PF 금융 등을 더욱 집중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것이겠지요. 


-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은 항상 설왕설래가 심합니다. 저 또한 position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에서 이번 글은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1)~(5) 편을 보신 분들이라면 한국은행의 position 또한 충분히 짐작 가능할 것입니다. 이 말을 끝으로 다음 글에서는 각종 Risk 요인들에 대한 '금융기관의 안정성' 부분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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