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by 도현수

우리는 늘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살아간다.

돈이든, 지위든, 성취든, 관계든.

하루의 대부분은 무엇을 이루기 위해 흘러가고,

그것이 삶의 동력이 되어줄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무게가 우리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조금 더 가져야 한다는 압박,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불안,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초조함. 그 모든 마음들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동시에 천천히 삶을 갉아먹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본래 아무것도 없이 이 세상에 왔다.

알몸으로 태어나, 결국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난다.


살면서 경험한 기억들,

사랑했던 순간들,

작은 기쁨들과 슬픔들,

그것들은 우리 안에 머물지만

무언가를 ‘소유’한다고는 할 수 없다.

모두가 지나가는 것이고,

남기고 간다고 해도 결국은 떠나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삶은 분명 소중하다.

하지만 그 목표가 나를 다치게 할 만큼

날카로운 것이 되어버렸다면, 잠시 멈추어도 좋다.

가진 것이 없어도, 조금 느려도, 지금의 나로도 괜찮다.


삶이 너무 벅차게 느껴질 땐 집착하던 무언가를 살짝 놓아주자.

내 손을 비워내야만 따뜻한 바람도, 빛도, 사람도 새롭게 들어올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언가를 가지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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