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건, 말을 꺼내기만 해도 누군가에겐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른 사람과 가족 얘기를 하다가 “아, 돌아가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다.
정말 미안해서라기보단, 괜히 그 사람 마음을 건드렸을까 하는 조심스러움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은 누군가의 ‘없어짐’이기도 하니까.
그 사람과 함께였던 대화, 향기, 습관, 목소리… 그런 것들이
삽시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이 주는 침묵은,
말보다 더 큰 언어가 되어 마음을 눌러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이 주제를 피한다.
너무 무겁고, 너무 조용하고, 때론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건 단지 하나의 사건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상실, 나의 두려움, 우리 사이의 간극까지 함께 꺼내게 되는 일이니까.
그렇다고 죽음을 말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삶을 생각한다는 건 결국,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삶을 더듬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맞이하게 될 그 끝을 외면할 수 없다.
그 끝은 내 것이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게 더 아프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은
남은 사람의 삶을 몇 년이고, 몇십 년이고, 짓누를 수 있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왜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을까.
그 죄책감이 때로는 슬픔보다 오래간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자꾸 생각한다.
자꾸 꺼내고, 자꾸 되뇌고, 자꾸 써 내려간다.
죽음을 기억하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조금씩 보이기 때문이다.
떠나는 법을 아는 사람만이, 남아 있는 순간을 깊이 껴안을 수 있다.
나는 그걸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