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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잘츠카머구트

by 미리



패키지여행이다 보니 눈만 뜨면 늘 새로운 여행지에 뚝딱 도착했다. 주어진 일정을 알차게 즐기기만 하면 되다 보니 별 기대 없이도 기대되는 여행이 매일 이어졌다. 그런 와중에 이번 일정은 특별하게 여행 전부터 기대됐다. 이름부터 신비로운 '할슈타트', 자연을 특히 사랑하는 여행자로서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또다시 오스트리아를 여행한다. 빈, 잘츠부르크에 이어 이번엔 할슈타트와 잘츠카머구트.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동화 속 호수 마을', 그리고 '청정자연도시', 수식어마저 벌써 자연친화적이다.






할슈타트


이른 아침 부리나케 도착해서 그런지 할슈타트 마을은 안개 그윽한 신비로움을 품은 듯 보였다. 비몽사몽하지만 차가운 공기가 빠르게 파고드는 그런 감각이 안개에 투영된 느낌이랄까. 맛보기로 호숫가에서 잠시 마을 풍경을 본 뒤, 푸니쿨라를 타고 소금광산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햇살이 맞이해 주었다. 푸른 하늘 못지않게 드넓은 청정 호수가 펼쳐졌다. 하늘과 호수, 누가 더 맑은지 우위를 가릴 수 없게 푸름이 가득 채워졌다.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눈부셨다. 하늘에 있는 햇살도, 호수에 비친 햇살도,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도. 차가운 공기를 덮어준 따사로움, 풍경을 마음껏 감상해도 되는 풍요로움, 자연이 고스란히 전해준 한적함, 많은 것을 누린 기분이었다. 이게 바로 여행의 기쁨이지 싶으면서 자연스럽게 기분도 들떴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감상했다 싶을 때까지 여유롭게 분위기를 즐기고 다시 할슈타트 마을을 향해 내려갔다.



'할슈타트' 마을은 산과 호수에 둘러싸여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이곳에서 한 시간 반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호숫가를 걷다가, 멈추고 싶은 풍경 앞에서는 멈추고, 발길 가는 대로 둘러보았다. 백조와 오리는 이 드넓은 호수의 주인인 양 여유 있어 보였다. 무해한 풍경에 무해한 생명체들, 눈도 마음도 편안해졌다. 운치 있는 여행이 주는 낭만이었다.





한적한 시간을 보낸 뒤, 버스에 올라 한 시간 가량 이동했다. '잘츠카머구트'로 이동하는 길은 창 밖 풍경을 구경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푸른 하늘과 풀밭, 풀 뜯어먹는 소, 그리고 아기자기한 집들. 스치기에는 참 아까운 풍경의 연속이었다.









잘츠카머구트



알프스 산자락의 호수 마을 '잘츠카머구트'로 향하기 위해 유람선에 탑승했다. 볼프강 호수를 가로지르는 항해는 느긋하게 순항했다. 따사로운 햇살, 눈부신 호수, 잔잔한 물결, 알록달록한 단풍··· 모터 소리마저 잔잔하게 들릴 정도로 마음이 평온했다. 뒤편에 앉아서 감상하다가 자리를 옮겨 배 앞쪽으로도 이동했다. 의자에 앉아서 배가 나아가는 방향대로 시선을 찬찬히 주었는데 왠지 모르게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저 멀리 마을이 보일 때쯤, 주섬주섬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켰다. 난생처음 모차르트 음악을 재생했다. 배는 여전히 느긋하고, 호수도 잔잔했지만 귀에서는 웅장한 클래식이 들려왔다. 그 순간,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듯 조용히 홀로 '행복'을 느꼈다. 눈앞의 풍경은 감사할 정도로 예뻤고, 귀에서 들려오는 모차르트 교향곡은 지금 이 순간을 순식간에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음악과 자연에만 집중했다.




배는 부둣가에 도착했고, 장크트길겐 마을에 입성했다. 가이드님께서 '저기 보이는 호수 멍하기 참 좋은 벤치 쪽'이 나중에 자유 시간 후 모일 장소라고 말씀해 주셨다. 듣는 순간 자유 시간에 여기로 와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지 싶었다. 다 함께 마을을 짧게 둘러보고 점심 식사를 했다. 동생과 엄마는 마을을 더 구경한다고 해서 홀로 걸음을 옮겼다. 다시 모차르트 음악을 재생했다.





제목은 잘 모르지만 익숙한 멜로디, 웅장한 느낌, 발걸음도 경쾌했다. 호수 부둣가로 향하는 길에 '볼프강 모차르트'의 외갓집도 구경하고, 슬픔이 무색하게 아름답게 조성된 유럽풍 묘지를 보고는 잠시 멈춰 서서 묵념도 했다. 찬찬히 걸었다.



홀로 고요함에 도착했다. 벤치에 앉아서 성실하게 물멍을 했다. 산자락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고, 드넓은 호수를 담고,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했다. 여행 노트를 꺼내서 왠지 뭐라도 끄적여야 할 것 같았다. 이번 여행을 돌이켜보며 홀로 생각에 잠겼다. 그 누구도 관심을 주거나 방해하지 않았다.




노트에는 이런 내용을 의식의 흐름대로 적었다. '여행하는 동안 시간이 쏜살 같이 흐르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루하루가 알차고 특별했다. 유럽이어서 지금은 특별하지 일상으로 돌아가면 추억들이 서서히 묻히겠지만, 그래도 최고의 여행이었다고 기억하고 싶다. 날씨, 가이드님, 버스 기사님, 일행 모두 다 무난하고 참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홀로 시간을 보냈다.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된 게 문뜩 새삼스러웠다. 언젠간 혼자 떠날 세계 여행도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 마련한 혼자만의 자유를 그렇게 한동안 충실하게 누렸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도 소도시 잘츠부르크도 좋았지만, 할슈타트와 잘츠카머구트 여행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자연 속에서 '사색하는 여행의 기쁨'을 누렸고, 혼자만의 잊지 못할 순간도 만들었다.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행복했다. 오랜 여운이 남을 여유로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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