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독일: 로텐부르크, 프랑크푸르트 공항

by 미리



여운 가득했던 여행을 끝내고 일찍 호텔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산책을 나갔다. 괜히 눈에 보이는 편의점마다 다 들어가 보고, 마트도 찾아봤다. 그리고는 야식을 먹기 위해 맥도널드에 들어갔다. 지난밤에 피맥을 함께했던 일행분들과 이번에도 함께했다. 패키지 팀 일행 스무 명 모두 다 순하고 무난한 것도 '여행의 복'이었다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그렇게 한참을 먹고, 떠들고, 회상했다.





낯선 사람들과 가까워진 만큼 유럽에서의 마지막 밤도 그윽해져 갔다. 밤 산책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서는 캐리어 정리를 했다. 여행하며 좋았던 점도 함께 차곡차곡 챙겼다. 숙소가 괜찮은 편이어서 홀로 침대에 누워 차분하게 휴식했다. 특히 여행이 안전하게 잘 끝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시차 적응이 완벽히 끝나서 그런지 늦잠을 잘 정도로 잘 잤다.





마지막 날은 공항이 있는 '독일'로 다시 향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의 농도가 짙어진 이동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다. 끝이라는 아쉬움보다는 '여행의 과정'에 관해 사색했다. 특히 날씨 운이 좋아서 감사했다. 한 날 여행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날씨는 참 좋겠다. 예쁘다는 말을 이렇게 많이 들어서. 나도 많이 못 들어 본 말인데...' 날씨는 흐렸다가도 금세 맑아졌고, 그렇게 챙겨갔던 우산을 펼쳐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함께 여행했던 일행분들도 다 무난했고, 가이드님도 기사님도 모두 친절하셨다. 무탈한 여행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기에 이번 여행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모든 것이 감사했다는 걸 느낄 때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독일 남부의 소도시, '로텐부르크'에 들어섰다. 중세시대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마을이자, 크리스마스 마을로도 유명한 관광지다. 형형색색의 옛 집들, 꽃밭 창문들, 그리고 곳곳에서 느껴지는 크리스마스, 무거운 이미지가 아닌 정감 가는 분위기의 독일. 이곳에서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허둥지둥 마을을 눈에 담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유독 많아서 한 곳 한 곳 가능한 한 다 들어가 보고 싶었다. '테디스 로텐부르크'라는 상점에 들어가서 귀여운 곰 인형들을 구경하고, 그곳에서 선물도 골랐다. 가장 친한 친구를 위한 선물과 엄마가 된 지 얼마안 된 직장 동료 아들의 곰 인형도 샀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겨 크리스마스 상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태어나서 구경해 본 상점들 중에서 가장 화려했던, 365일이 크리스마스인 '케테볼파르트' 상점. 각양각색의 크리스마스트리 오너먼트, 엽서, 자석, 장난감, 엄마의 감성을 자극하는 장식품들 ··· 곳곳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유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다행히 과소비하지 못하고, 요리조리 구경하는 재미에 충실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주어진 자유 시간. 안가 본 상점들도 도장깨기 하듯 기웃기웃했다. 막상 보면 다 비슷한 물건을 팔고 있었지만 그래도 궁금함을 억누르고 싶지는 않았다. 독일 하리보 젤리도 사고, 친한 동기 언니를 위한 작은 선물도 샀다. 문뜩 선물을 사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작은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때쯤 상점 구경을 멈추고, 마을의 예쁜 집들과 풍경을 눈에 담았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엄마와 단둘이 시간을 보냈다.





로텐부르크 마을을 뒤로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성곽을 나와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하다 발걸음을 멈췄다. 떠날 때가 되니 그제야 비 올 듯 울컥해진 날씨, 그리고 낙엽. 낙엽이 씁쓸해 보인 건 기분 탓일까. 얼마 남지 않은 잎들이 마지막 여행 날의 실낱같은 여운으로 보였다. 조금이라도 고스란히 붙잡고 싶은 유럽에서의 시간들.








이제 마지막 행선지는 단 한 곳, 프랑크푸르트 공항. 되돌아가는 길이 아쉬운 게 당연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가벼웠다. 무사히 잘 끝낸 '첫 유럽 여행'이 만족스러워서인지, 한시름 놓았다는 심정으로 이동하는 길에 편하게 쉬었다. 함께 여행한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다음 유럽 여행을 기약하는 설렘을 실은 버스는 끝끝내 공항에 도착했다.





8일간 국경을 넘나들며 편안한 여행을 마련해 주었던 버스에서 내렸다. 한결같이 젠틀했던 폴란드 기사님과 작별하니 여행의 끝이 실감 났다.


공항에 여유 있게 도착해서 그런지 시간이 넉넉했다. 독일 생활용품 샵도 구경하고, 나를 위한 선물로 작은 가방도 하나 샀다. 한국에 가서 마실 독일 맥주를 마지막으로 사고 면세점 구경도 마무리했다. 마음껏 여행하고, 사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있도록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출근하고 퇴근하는 고된 일상이 묵묵히 있었기에 이번 여행이 소중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그리고 독일. 무사히 또 안전하게 8일을 여행했다.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으로 가득 찼던 여정이었다. 돌아가는 길은 출발했을 때보다 심리적으로도 짧게 느껴졌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함께 여행했던 가이드님, 일행분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들었고, 이번 여행이 그만큼 특별했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끝이 있어야 또 다른 시작이 있을 수 있기에 담담하려 애썼다. 다음 유럽 여행도 이토록 아름답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