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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 투어

여행에 영화를 더하다

by 미리



오늘은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에 위치한 '피렌체'를 여행하는 날이다. 피렌체는 과거 일대에 들꽃이 많아서 '꽃의 도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르네상스'시작됐는 데, 그 발상지가 바로 피렌체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하면 '피렌체', 피렌체 하면 '두오모' 건축물을 떠올린다. 그리고, 피렌체 두오모 하면 《냉정과 열정 사이》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인솔자님의 소개로, 제목은 들어봤지만 본 적은 없던 그 영화를 유튜브로 감상했다.


여주인공 아오이가 남주인공 준세이에게 연애 초반, '10년 후 내 서른 번째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이야기했다. 그 후 둘은 헤어진 뒤 서로 야속한 어긋난 세월을 보낸다. 훗날 약속의 날 둘은 장소에 나타났고, 그곳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 장소가 바로 영화의 낭만적인 서사가 담긴 '피렌체 두오모 성당'이다.



영화의 여운이 남을 때쯤, ost 음악과 스토리가 입혀진 피렌체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미켈란젤로 광장을 둘러봤다. 높은 언덕 위의 광장이라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우뚝 솟은 두오모가 반갑게 느껴졌다. 새하얀 뭉게구름과 도시 전체의 색감이 어울렸다.



여행에 영화를 더하다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 도시를 바라봐서 그런 지 예술의 도시가 더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영화의 배경지에 와있다는 사실이, 여행하는 지금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현지 가이드님을 만난 후 가장 먼저 식사를 했다. 샐러드, 토마토 파스타, 티본스테이크를 차례로 먹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데,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서 덕분에 살랑살랑 기분이 들떴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분들과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를 더했다. 짠을 할 때 "저희 살루떼~라고 한 번 해볼까요?"라고 제안했다. 건배라는 표현인데 현지에서 한 번 외쳐보고 싶었다. 그렇게 잔을 부딪히며 그곳의 분위기를 마셨다. 그리고 후식으로 나온 오렌지마저 날씨처럼 참 달콤했다.


시원한 바람, 포만감, 와인 한 잔에 붉어진 얼굴, 손에 밴 오렌지향, 그리고 이탈리아. 느긋한 식사 한 끼가 주는 여유가 여행의 맛을 더했다.




식사 후 골목골목 구경하다가 한 장소에 도착했는 데, 그곳은 이탈리아 시인 '단테'의 생가였다. 가이드님이 웃으시며 단테가 환생해서 온다 해도 자기 집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 정도로 이 근방이 몇 백 년 동안 그대로라고 말씀하셨다.


바닥에 새겨진 단테의 얼굴



'단테'는 '지옥-연옥-천국'을 배경으로 한 여행담을 그린 장편 소설, 《신곡》을 창작했다. 단테가 지옥에 직접 다녀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그가 상상한 사후 세계는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또한, 단테가 라틴어가 아닌 피렌체어로 글을 썼고, 그 언어가 지금의 이탈리아어로 정립됐다. 그래서 단테는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치면 세종대왕님 격으로 존경받는다고 한다.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 단테는 짐승들에 둘러싸여 두려움에 떨었다. 도움을 청하던 그때 단테가 존경했던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났다. 그와 함께 9단계의 '지옥'을 차례대로 여행하며 지옥의 세계를 경험한다. 그리고는 지옥을 탈출해서 7단계의 산으로 이루어진 참회의 '연옥'의 세계를 경험한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베르길리우스는 자리를 떠나고, 그 자리에는 단테의 영원한 사랑 베아트리체가 나타났다.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천국으로 인도했다. '천국'의 세계까지 경험한 후, 베아트리체가 단테에게 "이 여행기를 세상에 돌아가 잘 전해줘"라는 말을 남기며 여정은 끝이 난다.
- 《신곡》 요약 내용 -




사실 당시에는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태양을 피할 생각을 하느라 가이드님의 설명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았다. 단테가 이탈리아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만 기억이 난다. 글을 쓰면서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읽어보고, 여러 영상을 참고하면서 작품의 의의를 알게 되었다. 여행은 돌아온 뒤 완성되기도 한다. 여행할 때는 미처 몰랐던 지식이 지금에서야 채워졌다.



가이드님께서 이번에는 '메디치 가문'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피렌체가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의 발상지였던 이유가 바로 메디치 가문 덕분이었다고 한다. 은행업으로 부를 축적한 메디치 가문은 재능 있는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을 후원하며 문화예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였다.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마키아벨리, 그리고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이 있다. 이들은 후원을 받아 고대 로마 문화를 부흥하며 자유롭게 활동했다. '다비드상', '비너스의 탄생', '최후의 심판', '군주론'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이렇게 탄생했다. 메디치 가문은 그렇게 예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골목골목 이동해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유럽 여행을 하며 봐온 중세시대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과는 확실히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흰색, 녹색, 분홍색 색감의 건축물, 그리고 존재감을 뽐내는 두오모. 거대한 대성당을 사진으로 담아내지는 못하고 눈에 가득 담았다.


성당 내부도 구경하고, 두오모 쿠폴라에도 올라가면 좋겠지만, 두오모가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도 하면 좋을 테지만 그런 자유시간은 없었다. 내가 선택한 패키지여행이니깐 담담하게 아쉬움을 삼켰다. 이 또한 여행의 일부니깐,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니깐.




이 건축물에는 비하인드가 있다. 르네상스의 전성기를 뽐내기 위해 도시를 대표할 대성당을 지었는 데, 당시 그 규모에 맞는 거대한 돔을 얹을 기술력은 부족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랜 기간 말 그대로 지붕 없는 성당의 모습이었다. 메디치 가문이 나서서 공모전을 열었고, 후원을 받은 '브루넬레스키'가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의 설계는 천재적인 수준이자, 돔 건축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성과였다. 그렇게 대성당이 완성된 것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마저 예술적인 건 기분 탓일까..?





피렌체 공화국의 정치적 중심지였던 '시뇨리아 광장'을 둘러보고, 피렌체의 또 다른 명소인 '베키오 다리'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잠시 쉬어가며 주변 풍경과 피렌체의 숨결을 느껴보았다.



아르노 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 위에는 여러 상점들이 다닥다닥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푸줏간 정육점들이 모여있었는 데, 현재는 귀금속, 보석, 시계 등의 상점들만 있다. '오래된 다리'라는 뜻을 가진 베키오 다리는 세계 2차 대전 때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다리 건축물이라고 한다. 베키오 다리는 어쩌면 역사마저 예술인 피렌체의 보물이 아닐까 싶다.




피렌체 투어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피렌체 산타 크로체 성당' 광장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그냥 지나칠 법한 성당이지만, 가이드님 설명에 의하면 이곳 내부 지하에는 미켈란제로,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피렌체 출신 유명 인사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특히 미켈란젤로는 피렌체를 너무 사랑해서 꼭 피렌체에 있는 성당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피렌체는 예술을 너무나도 사랑했고, 예술가도 그런 피렌체를 영원히 사랑했다.




"1년에 몇 번 안 되는 꿈같은 날씨에 여러분들은 피렌체를 여행하신 거예요. 많이 덥지도 않고, 바람도 불고, 또 비도 안 왔고요." 현지 가이드님 말씀처럼 꿈같은 날씨에 영화 같은 곳을 여행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 피렌체를 랜선으로 다시 여행하며 피렌체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다시 간다면 미켈란젤로 다비드상도 보고, 우피치 미술관도 오래 관람하고, 베키오 다리 위도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냉정과 열정 사이》 주인공들의 약속 장소였던, 두오모 성당 쿠폴라에 올라가서 노을 지는 피렌체도 감상하고 싶다. 언젠간 다시금 마주할 또 다른 순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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