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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by 미리



이번 여행기는 이탈리아 '로마' 여행을 끝으로 여정이 마무리된다. 한 여름 낮의 꿈처럼 순식간에 끝났던 로마 투어, 짧았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로마는 보여줄 게 참 많아 보였고, 그만큼의 문화유산은 역사에 관한 사유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로마 여행기를 쓰기 전, 로마사를 얕게나마 이해하고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세상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던 '로마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됐고, 지금의 '로마'는 이탈리아의 수도로서 의미를 지닌다. 로마라는 이름의 기원은 2천 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로마 왕정 시대


전설에 따르면, 로마의 유래는 아주 먼 옛날 트로이 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로이가 그리스 연합군에 의해 패한 뒤, 아프로디테 아들 '아이네이아스'는 유민들을 이끌고 망명길에 나섰다. 그들은 이탈리아 반도에 정착하였고, 그 후예들은 그곳에 알바롱가라는 왕국을 건설했다.


먼 훗날, 신흥 세력에 의해 왕가의 손자 쌍둥이 형제가 숲에 버려진 사건이 발생했다. 한 어미 늑대가 형제에게 젖을 물리고, 딱따구리가 먹을 것을 가져다주며 아이들을 보살폈는 데, 이들이 바로 로마 건국 신화의 '로물르스'와 '레무스'다. 형제는 세력을 키워 도시를 건설하기로 했는 데, 어느 언덕에 도시를 세월 지 대립하다가 결국 형이 동생을 죽이고 만다. '로물르스'는 스스로 왕이 되었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도시를 '로마'라고 명명했다. 고대 로마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초기 로마는 로물루스를 포함하여 250년 동안 일곱 명의 왕이 로마를 통치했다. 그러다 기원전 509년, 당시 로마의 왕이었던 타르퀴니우스의 아들이 한 귀족의 아내를 겁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발단으로 불만이 많았던 시민들은 분노했고 반란을 일으켰다. 왕을 몰아낸 뒤, 다른 왕을 뽑는 대신 로마는 다른 길을 택한다.




로마 공화정 시대


한 명의 왕이 지배하지 않고, 최고 관직인 두 명의 집정관을 두어 나라를 다스리게 했다. 귀족으로 구성된 원로원 기관과 더불어 로마는 이때부터 왕정제가 끝이 나고 '공화정' 체제가 시작되었다. 그 후 로마는 세력을 확장해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차지하게 되었고, 한니발 장군을 내세운 바다 건너 '카르타고'와의 포에니 전쟁에서도 승리하며 영토를 넓히게 된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고, 그리스 영토까지 세력을 넓힌 로마는 그렇게 지중해 일대를 지배하는 최강국이 되었다.


그런 로마 내부를 지배하려고 하던 세력들 간의 내부 분란 끝에 '카이사르'는 황제나 다름없는 권력을 누렸다. 그러자 이를 경계한 원로원에서 카이사르를 암살했다. 카이사르가 죽은 뒤, 양자 '옥타비아누스'가 내부 세력들을 물리치고 로마의 일인자로 올라서게 되었다. 원로원은 그런 옥타비아누스에게 존엄자라는 뜻을 가진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선사했다. 이때 로마 공화정이 끝나고, 로마 제국이 시작되었다.




로마 제국 시대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나라를 잘 다스렸고, 로마는 200년 간 안정기에 들어섰다. 폭군 '네로' 시기를 거치며 위기가 있었지만, '오현제 시대'라 불린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하지만,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가 죽고 무능한 '코모두스'가 황제에 오르면서 로마는 혼란기를 겪게 된다. 그리고 치열한 내전 끝에 '콘스탄티누스'가 최종 승리하게 되었다.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 박해를 금지하였고, 기독교를 공인하였다. 그리고,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발칸 반도에 위치한 비잔티움에 새로운 도시(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를 세웠다.




로마 제국의 분열과 멸망


대로마 제국은 여러 가지 문제로 결국 공식적으로 서로마 제국과 동로마 제국으로 분할되었다. 훗날 훈족 세력이 거세지면서 게르만족들이 이들을 피해 로마 제국 안으로 도망쳐 오게 되었다. 게르만족은 제국을 약탈했고, 결국 서로마 제국은 분열 80여 년 만에 멸망하게 된다. 동로마는 수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천 년이 넘도록 살아남았지만, 내란과 오스만족의 압력으로 쇠퇴의 길을 걷다가 역사의 막을 내렸다.




현대 로마의 생존


동로마 제국의 멸망은 사실 로마 제국의 최후나 다름없었다. 당시 귀족들, 학자들, 장인들은 서유럽으로 망명 갔는 데, 이때 동로마 문명의 유산이 이탈리아 반도로 흘러들어 갔다. 당시 이탈리아 반도는 수많은 도시 국가로 분열됐었는 데, 그중 도시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나면서 고대 로마 문명의 정신이 되살아 났다.


당시 도시로서 '로마'는 여전히 존재했는 데 르네상스가 로마에까지 확산되었다. 이 시기에 성 베드로 대성당, 시스티나 성당 등이 세워지며 로마는 문화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훗날, 1861년 '이탈리아' 왕국이 수립되었고, 1870년 이탈리아 반도 전역이 하나의 나라로 통일되었다. 그리고 1871년 이탈리아의 수도는 '로마'로 선포되었다.





[요약]

트로이에서 온 아이네이아스는 로마의 시조였고, 로물르스는 로마 건국의 창조자였다. 작은 도시 국가였던 로마는 제국으로 번영했지만, 훗날 서서히 쇠퇴하면서 서로마 제국과 동로마 제국으로 분할되었다. 서로마는 오래가지 않아 멸망했고, 동로마 제국은 비잔틴 제국으로서 천년 간 역사를 이어갔다. 당시 이탈리아 반도는 독립된 여러 국가들로 이루어졌고, 지금의 이탈리아는 통일 국가로서 자리 잡은 지 역사적으로 그리 길지 않다.




로마는 지금도 로마다

로마 문명은 서양 문명의 뿌리이자, 유럽 문화의 근간이기도 하다. 로마사를 이해하고 나니, '로마'라는 도시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지금의 로마는 아주 먼 과거의 로마가 세워진 그곳 그대로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름을 잃지 않고, 2천 년의 역사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유럽 여행에서 이탈리아 여행이 유독 기억에 남았는 데 그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가이드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조상님들을 참 잘 만난 것 같아요. 곳곳이 문화유산이고, 볼거리도 많고 말이죠." 이런 표현이 잘 어울리는 그런 '로마'에 드디어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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