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Nudge by R. Thaler & C. Sunstein
이 책은 경제학으로 유명한 시카고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챠드 H. 탈러와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교수인 카스 R. 썬스타인의 공저로 2009년에 출판되었다. 같은 해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이란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nudge'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톡톡 쳐 상대방의 주의를 끄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부제처럼 건강, 부, 그리고 행복을 위한 '보다 나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분석한 이론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글이다. 미국에 살면 '선택(decision)'이란 단어를 수도 없이 듣게 된다.
이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미국의 의료제도만 봐도 한국의 의료보험 관리공단과 달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다. 그런데, 필자는 소비자의 선택의 범위가 너무 넓으면 오히려 좋은 선택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미리 치밀하게 설계된 구조(Choice Architecture)'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책의 서문엔 뷔페식 학교 식당 실험 결과를 통해 건강에 나쁜 정크 푸드(Junk Food)와 샐러드와 같은 건강식의 배치 위치에 따라 소비량이 달라진다고 한다. 정크 푸드를 찾기 힘든 구석에, 그리고 건강식을 전면에 배치하면 정크 푸드의 소비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학생들 스스로의 의지로 건강식을 찾아 먹는 경우도 있지만, 음식의 배치 순서를 통해 학생들이 건강식을 선택하기 쉽게 만들면 학생들이 건강식을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임의로 음식의 배치 순서를 정해서 건강식을 많이 먹도록 하는 것이 바로 '넛지'라고 필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넛지를 통해 미국에서 장기 기증이 증가하기도 했는데,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운전면허 갱신 시 장기 기증에 동의하는 란에 체크만 하면 된다. 장기 기증의 절차가 이처럼 간단하고,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매 5년마다 한 번씩 장기기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에 장기 기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증자의 갑작스런 사망 시 유족의 동의를 구하느라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필요한 장기 적출이 바로 이루어지게 돼서 다른 생명을 구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런 방법은 장기 기증을 용이하게 만들기 때문에 필자는 미국 50개 주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혜택이 제공되는 연방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는 파트 A, B, C, D로 나누어져 있다. 파트 A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발생하는 병실비와 식비 등과 같은 비용을, 파트 B는 의사의 진료비 및 수술비용을 커버한다. 파트 C와 D는 연방 정부가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사보험을 통해 들어야 한다. 메디케어에서 커버하지 않는 안과와 치과 보험 및 파트 A, B의 환자 부담금까지 커버하는 사보험을 파트 C 혹은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파트 D는 약값을 커버한다.
따라서 65세 이상 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메디케어 옵션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다.
파트 A, B 두 가지만 드는 경우
파트 A, B, D 세 가지 드는 경우
파트 A, B, C, D 네 가지 모두 드는 경우
또한 파트 C를 제공하는 사보험의 종류가 무지 많기 때문에 세 번째 옵션은 또다시 수많은 가지를 치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파트가 추가될수록 월 보험료는 증가하게 되고, 연로한 노인층이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필자는 특히 파트 D의 가입비용이 비싸고, 파트 A, B와 별도로 가입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연로한 노인층이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트 C와 파트 D는 매년 10월 15일부터 12월 7일 사이에만 가입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국에선 약값이 비싸기 때문에 매일 값비싼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라면 파트 D의 가입은 필수다. 어떤 약은 한 알에 몇 백 달러씩 해서 보험 없으면 살 엄두도 못 낸다.
현대인의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은 자유의지로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는 좋은 선택은 자유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가 뒷받침되면 더욱 용이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유경제 체제 하에서 약간의 '넛지'는 더욱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데 기여하는 요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