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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OUR Nov 05. 2024

아카이빙의 통찰

다른 방식으로 보기 : 뷰프레임을 키우는 법

“한 장의 사진을 볼 때 우리는 막연하게나마 그 사진이 사진을 찍은 사람의 무한히 많은 시각들 가운데서 특별히 선택된 것이라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그러나, 비록 모든 이미지가 하나의 보는 방식을 구현하고 있긴 해도, 어떤 이미지를 보고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Ways of Seeing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p.12


존 버거의 ‘Ways of Seeing’은 아카이빙 과정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아카이빙이 우리가 어떤 대상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과정에서 그 대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과 미학적 가치가 자연스럽게 개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록이라는 것. 아카이빙이라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것들이 중요한지, 무엇을 기억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선택이 포함된 행위이다.


사진가가 뷰파인더로 세상의 조각을 캡처하듯, 현대인들이 SNS에 사진을 게시할 때, ‘나’에 대한 기록을 셀렉해서 보여주듯, 아카이빙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대상으로 경험의 조각, 그 일부를 셀렉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경험 직후에 빠르게 메모해 두는 것, 무엇이라도 기록해 두는 것이 나중의 장기 기억을 떠올리는 데에 있어 큰 스파크가 될 것이다.


아카이빙의 미학은 단순히 기록을 저장하는 행위를 넘어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자료나 기억을 일종의 예술적, 미학적 방식으로 보존하고 조명함으로써, 경험한 문화를 시각적, 정서적으로 접근할 기회이기도 하다.


아카이빙의 핵심 통찰 중 하나는 기억과 사물의 유한성이다. 각 기록은 어떤 형태로든 본인의 고유한 맥락과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과거의 가치와 현재의 관점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언제든 꺼내 해석할 수 있는 창구될 수 있는 자산이다.


『PERFECT DAYS 퍼펙트 데이즈』
빔 벤더스 영화가 알려준 일상 기록의 소중함.

쓱 쓱 빗자루가 쓸리면, 그의 (히라야마)의 일상 시작되고, 흑백의 그림자가 그의 하루 일상과 함께 겹치면, 그의 하루는 쓸려 내려간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테이프 일지라도, 그 가치를 알아주는 누군가에게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값진 시간을 살아온 사람의 인생,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영화이다. 해당 주인공은 일상에서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작은 것들을 키워내고 사랑하는 사람이며, 다 자라 있는 나무, 청소가 끝나있는 화장실을 보는 익숙해진 일상에서는 그가 보는 작은 흔적들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그는 햇살이 만드는 흔적 햇살에 비친 그림자들을 간직하려 하며, 그것들을 차곡차곡 기억하는 순간들로 한 주를 채워나간다. 


이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통찰력, 소중함에 대한 기록을 키워나가는 것은 자신만의 작은 기적들을 만들어 나가는 힘을 키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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