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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로리 Jul 08. 2024

요시타케 신스케, <있으려나 서점>

빈 서점 일기

“이곳에는 베스트셀러 OOO는 없나 보죠?”

“네. 저희 책방은 여행, 문학 서점이라서요. 어느 정도 다른 분야도 가져다 놓긴 했지만 모든 책을 갖다놓긴 어렵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주문해 드릴까요? 대신 며칠 걸리긴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은 “아뇨, 괜찮습니다.”하며 재빨리 서점을 떠난다. 어차피 인터넷으로 클릭 한 번이면 사은품도 주고, 10% 할인에 적립금까지 쓸 수 있는, 게다가 집 앞까지 배송까지 해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나가다 들르는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찾기란 그렇게 힘든 것이다.


때문에 서점에 가서 책을 한 권 사 온다는 것은 어쩌면 운명적으로 그 책이 내 품에 들어왔다는 것. 계산하고 책을 두 손으로 받아 드는 이유도 아마 감사를 전하고 싶은 것 아닐까. ‘오! 이 책을 지금 당장 읽고 싶었는데, 여기에 있었군요!’ 고마움은 손님뿐이 아니다. 작은 동네의 독립서점 사장님들은 책을 사는 사람들을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그 사람이 처음 샀던 책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취향의 책을 좋아했던지. 그렇게 사람들을 알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마을의 변두리 한 귀퉁이, 있으려나 서점이 있다. 
이곳은 ‘책과 관련된 책’ 전문점이다.
주인아저씨에게 “혹시, OO에 대한 책 있나요?”하고 물으면 대개는 “있다마다요!”라고 대답하고 찾아서 꺼내다 준다. 
서점에는 오늘도 손님들이 다양한 책을 찾으러 온다고 한다.
 
_ 요시타케 신스케, <있으려나 서점> 중에서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그림은 언제 봐도 귀여워서 책을 쓰담쓰담하게 된다. 그림책 <있으려나 서점>에서 서점 사장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있다마다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다. 희망을 부르는 말. 무엇이든 열려있다는 말. 그래서 오늘도 서점에는 사람들이 책을 찾으러 온다는 말. 하지만 실제 책방들이 이랬던가? 생각해 보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몇 있다. 우선 동네 책방에는 모든 책을 가져다 놓을 수 없는데 책은 결국 이곳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겐 재고로 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재고에 둘러싸여 있다. 사장님이 없는 빈 서점에서 어쩌면 내 맘에 드는 책이 있으려나 두리번거리며.  


'제가 만약 책방을 한다면 제가 좋아하는 취향으로만 꾸밀 거예요! 만약 누군가 책을 사가지 않더라도 나중에 그 책은 제 것이 될 테니까요. 그거 괜찮은 생각 아니에요?' 책방을 하고 싶은 마음도 정말로 꿈이었기에 내 취향으로만 책방을 채우겠다는 꿈같은 상상도 해본다. 그리고 서점에 놓인 책들을 보며 하나씩 사장님의 취향이 아닐 것 같은 책들의 수도 세어본다. 이렇게 서점은 꿈과 현실 속에 자주 깨었다가 다시 잠들었다가 한다. 지금의 나처럼.


한 때 책 이야기를 서점 사장님과 자주 나누던 때가 있었다.

"제 신념 안에서 '이 책은 100% 나에게 부합해!'라고 생각하는 책들도 있고 물론 아닌 책들도 있어요. 하지만 크던 작던 타협하는 정도는 필요하더라고요. 제 책방에 놓여진 책들은 모두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0%인 것들은 없으니까요. 조금의 마음도 우리를 움직이게 하잖아요. 그리고 마음이 있어도 아직 구입하지 못했거나 구매하려고 해도 재고가 없어서 가져다 놓지 못하는 책들도 있어요."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기 때문에 가져다 놓은 대부분의 책들. 그 안에서 스스로가 품었을 책임들. 나는 어렴풋이 이 서점 안에서 서점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배우고, 그들의 대단한 하루들을 존경한다. 빈서점에서의 하루는 있는 듯 없는 듯 숨어 지내고 있지만 그 시간들은 자신 있게 ‘있다마다요!’라고 외칠 수 있는 의미가 있으므로 오늘도 두 손으로 책을 쓰다듬고, 나를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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